정토행자의 하루

중울산지회
큰 것을 보다

아직 습관에 끌려다니지만, 예전보다 확실히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김정순 님을 만났습니다. 김정순 님은 "불교대학을 진행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한 학생들을 보고 내가 바뀌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또한 돈 안 받고 하는 봉사이므로, 꾸준히 할 수 있었다"라고 합니다. 에너지 가득한 이야기,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2022년 가을 두북 수련원 김정순 님
▲ 2022년 가을 두북 수련원 김정순 님

소작농 아버지

어릴 적 아버지는 소작농이었습니다. 아버지 혼자 일하기에 버거워 오빠와 제가 아버지 일을 도왔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했지만, 조금만 실수해도 아버지에게 맞았습니다. 따귀를 맞기도 했는데, 어린 저는 기가 팍 죽었습니다. 야단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를 잘 살피지 못하는 성격으로 자랐습니다. 뭔가 잘못하면 혼나는 것이 두려워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그 어린 시절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버지도 나름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바람을 피운 적도 있고, 돈이 없어 엄마가 뭐라고 하면 싸우고 밥상을 뒤엎었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미웠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일상은 제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까지 이어졌고, 그 후 아버지의 소작농 일은 엄마가 했습니다. 자식들은 늦게 귀가하고, 아버지도 늦고, 엄마는 혼자서 하루 종일 일만 했습니다.

제가 취직을 하고 혼자 일하는 엄마가 안쓰러워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전에 엄마와 2시간 정도 콩밭 매고, 퇴근해서도 엄마를 도왔습니다. 아버지는 늘 그렇듯 일 시작 때 잠깐 있다 사라지고 일이 끝날 때 왔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성질내고, 내 마음대로 안 되면 소리치고 던지고, 잘하는 것이 있으면 생색냅니다.

봄 경전대학 학생들과 (왼쪽 첫 번째 김정순 님)
▲ 봄 경전대학 학생들과 (왼쪽 첫 번째 김정순 님)

서서히 시작된 엄마의 치매

2018년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지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얘기를 나누며 "불교대학에 오면 행복해진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행복한데, 다른 사람은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힘든 것이 없었습니다. 성질대로 하고 살았기 때문에 '힘들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인을 믿고 지인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법당에 갔습니다.

2024년 제주도 가족 여행 (왼쪽 첫 번째 김정순 님)
▲ 2024년 제주도 가족 여행 (왼쪽 첫 번째 김정순 님)

엄마의 치매는 처음에는 '엄마가 깜빡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의 인지 장애는 2018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불교대학 다니는 중 엄마의 증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스님 법문을 들으며 엄마의 치매를 겪으며 조금씩 알아차렸습니다. 내 성질대로 안 되면 화내고, 나 혼자만 일하고 있다며 짜증 내는 나 자신을 알아차렸습니다. 일상에서 못 느꼈던 내 업식을 큰일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면서 나 혼자 간호하는 게 아니라, 식구들이 서로 도와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보는 작은 눈

최근 1년 전후로 변화가 많았습니다. 엄마를 새로운 주간 보호센터에 보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응급실로 가니 판막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엄마는 중환자실을 여러 차례 드나들며 코로나에 걸려 격리중환자실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문득 ‘엄마가 병원에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 의료진이 있어 불안할 필요 없다, 모든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알아차리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2024년 가족여행, 오빠와
▲ 2024년 가족여행, 오빠와

엄마의 증상이 더 안 좋아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무력감이 몰려왔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힘들어 앉아 있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간호사님이 내 등을 토닥토닥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내가 제일 힘들게 했던 간호사님이었습니다. 그분이 저를 제일 많이 챙겨주었습니다.

의사에게 "엄마가 가래를 못 뱉는다"라고 걱정하면 의사는 "아니다.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생명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제가 걱정하는 것들은 무척 사소한 것이었고, '의사들에게는 큰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구나.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볼 줄 알아야 하는구나’를 배웠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고마움도 알았습니다. 병원에 있어도 법회에 더 잘 참석했으며, 수행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간다

엄마의 병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표현을 잘 못하는 엄마를 위해 엄마의 표정이나 몸짓을 잘 파악해서 간호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간호가 맞는지? 궁금하여 간호 공부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해 간호학과에 원서를 냈습니다. 입학 통보를 받고 등록금 마감일이 다가오는데 엄마의 퇴원은 계속 늦춰졌습니다. '등록금을 내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오빠는 "다음에 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지만, 다음으로 미루면 다시는 못 갈 것 같아 등록했습니다. 입학하고 2주 동안, 낮에는 여동생이 엄마를 간호하고, 저녁에는 제가 교대하며 학교생활을 이어갔습니다.

2024년 봄 불교대학 홍보활동(오른쪽 두 번째 김정순 님)
▲ 2024년 봄 불교대학 홍보활동(오른쪽 두 번째 김정순 님)

저는 JTS 해외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아 걱정되지만, 꿈을 꾸는 지금, 마음이 꽤 괜찮습니다. 해외 봉사에 관심이 있어 대학에서 '국제 개발과 협력'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외부에서 특강 온 분의 말을 기억합니다. “내가 누구를 도울 때 잘못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면, 상대가 더 불행해 질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연민하는 마음보다 냉정함도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컸지 그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족함을 깨우치며 부지런히 배우겠습니다.

가벼워진 마음

이제 가족을 원망하는 마음은 다 지난 옛일입니다. 원망하는 마음을 계속 품고 있는 것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라고 생각하니 점점 가볍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아프면서 그 사실을 더 빨리 알았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에 혼자였다면 '내가 제일 힘들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 마음 나누기와 봉사활동을 하며, 지금 상황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는 힘을 길렀습니다. '수행의 전부는 도반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정토회를 소개한 사람도 고맙고, 함께 활동하며 이끌어주는 도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인터뷰 내내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났습니다. 훗날 JTS 활동가가 된 김정순 님을 인터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정순 님의 밝은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글_황유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중울산지회)
편집_이주현(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전체댓글 28

0/200

이현아

감동입니다. 삶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05-14 09:41:41

나정숙

감사합니다 ~

2024-05-11 02:56:13

사랑부자한개

감사합니다~

2024-05-09 15:32:4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중울산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