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양주법당
‘빈자일등(貧者一燈)’이 되고픈 저녁 책임자 박명희 님 수행 이야기

초파일 전야제에서
▲ 초파일 전야제에서

어버이날인 화창한 일요일 아침, 법당에서 저녁반 연합 모둠법회가 열리던 날, 남양주법당 저녁책임자 소임을 하는 박명희 님을 만났습니다.
처음에 박명희 님은 “기사가 나가면 나를 공개해야 하는데, 굳이 나를 양파처럼 하나하나 벗겨 다 알릴 필요가 있을까?”라며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그러다가 “그래요. 또 내가 울타리를 치네요. 하긴 언제 내가 이렇게 기사에 나가 보겠어요.” 하면서 특유의 밝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나를 내놓는다는 게 낯설었습니다

저는 가난한 집안의 5남 3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술만 들면 주사가 심하셨어요. 15살 때 갑자기 돌아가셔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22살에 결혼했습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이후 IMF가 오고, 1년 뒤 남편이 실직되었죠. 사기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하게 되니 가정형편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속상한 마음에 술로만 살다 2004년 사별을 했습니다. 아들은 대학교 1학년, 딸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예식장 등에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바르고 착하게 자라주었습니다.

그러나 늘 마음속에는 아버지 때문에 배우지 못했다는, 남편 때문에 힘든 삶을 살게 됐다는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정토회에 처음 와서 백중 때 위패를 쓰는 데 도저히 못 쓰겠더라구요. 나를 내놓는다는 게 치부를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갖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학교 못 다닌 것에 대한 열등감, 잘 못 알아듣는 거에 대한 부담감이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매달 천 배 정진하는 박명희 님
▲ 매달 천 배 정진하는 박명희 님

그녀의 삶을 바꾼 ‘깨달음의장’과 ‘삼천 배’

그러다 깨달음의장에 가서 무언가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내 분별 때문이었습니다. 그들도 힘든 순간이 있었을텐데 나만 힘들고 상처 입었다고 생각했던 거죠. 50년 만에 아버지를 이해하고 미워했던 마음이 풀렸습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풀렸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새살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3개월쯤 됐을 때 연말에 삼천 배 용맹정진을 한다고 총무님이 함께 해보자고 권해왔습니다. 처음에 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삼백 배도 안 해 봤는데 어떻게 삼천 배를 하냐고…. 숫자 생각하지 말고 한 배 한 배 하다 보면 할 수 있다는 말씀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난생처음 삼천 배를 하고 나니, ‘진짜 내가 했나?’ 하며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나를 이겨낸 기쁨이 정말 컸습니다. ‘해냈구나. 다른 것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생기더군요.

석 달 뒤, 우리 법당도 한 달에 한 번씩 천 배 정진을 해보자는 말에 가볍게 “그러죠.” 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네요.

바라밀다 수련 때 법사님과 도반들과 함께.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명희 님
▲ 바라밀다 수련 때 법사님과 도반들과 함께.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명희 님

나를 바로보게 하는 ‘책임자’라는 소임

불교대학. 경전반 담당을 하면서 저녁 책임자 소임까지 맡겨졌는데 부담이 너무 커서 하기 싫었습니다. 아직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할 때마다 도망가고 싶어합니다. 또, 모르는 걸 물어왔을 때 내가 대답을 못하고 모르면 자존심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녁 담당 바라밀다 수련에서 선광법사님이 “처음은 다 느리다. 모르면 그냥 해라. 끈만 놓지 말고 가라. 이 자리에 와 있는 것만 해도 잘하는 거다” 하시는 말씀에 ‘그래, 모르면 배워서 하면 되고, 한 번 안 되면 두 번, 두 번 안 되면 세 번 하자!’ 하며 마음을 열었습니다.

봉사 소임을 하면서 나밖에 모르던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고, 베푸는 마음도 생기고 보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봉사가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구나, 나누는 삶이 이런 거구나, 이런 이치를 조금씩 알게 되니 삶의 기쁨도 함께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도반들도 그 전에는 제 얼굴이 어두웠는데 요즘은 밝아졌다고 합니다.

아직도 어려움이 닥치면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도망가고 싶어 합니다.
부족한 게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아 힘이 들지만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면서 한 발 한 발 ‘빈자일등(貧者一燈)’ 처럼 나도 밝히고 남도 밝히는 수행과 봉사의 길을 가겠습니다.

글_김영신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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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6-05-22 06:21:12

허기영

박명희 보살님! 대단해여. 보기 좋습니다.
우리동네 남양주 평내법당의 일꾼선배도반님.
화이팅 !

2016-05-21 07:48:34

강산

감사함니다

2016-05-21 06: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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