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동법당
‘참 정토회다운’ 문경수련원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뜨거운 여름 주말, 안동법당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바로 올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인데요. 부총무, 담당과 함께 걱정과 설렘을 안고 문경수련원으로 1박 2일 특강수련을 떠나는 길입니다. 전날 쏟아졌던 폭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과 무더운 날씨로 잠시라도 그늘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12명이 승용차 3대에 나누어 타고 나란히 줄지어 출발했습니다. 3대의 차량이 가능한 한 같은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앞차와의 거리를 맞추기도 하고 서로 기다려주는 배려심도 냈습니다.
이번 특강에 참여한 학생 10명 중 9명은 문경수련원이 처음입니다. 한명은 ‘깨달음의 장’을 문경수련원에서 해서 같은 차를 탄 도반에게 수련원 생활의 팁을 미리 알려주기도 했답니다.
문경수련원에 도착할 무렵 최경이 님은 수련원까지 생긴 새로운 길을 예전과 비교해 가며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수련원 한참 아래 주차를 하고 20여 분 동안 비탈진 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가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수련원으로 고고
▲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수련원으로 고고

이제 우리의 ‘정토회다운’ 문경수련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접한 건 바로 ‘정토회다운’ 주차방법이었습니다. 먼저 온 차량부터 차례로 3줄로 세우면서 차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나갈 때 가장 나중에 온 차량부터 먼저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 같습니다. 문득, 집으로 돌아갈 때 많이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직 ‘정토회다운’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세면실이나 화장실에서 물을 덜 오염시키고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비누, 샴푸, 치약을 쓰지 않게 하고, 물이 부족하여 아껴 써야 하는 것입니다. 그걸 몰랐던 학생 대부분은 뜨거운 햇볕을 고려해 발랐던 간단한 화장을 몹시 후회하는 눈치였고,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민낯으로 와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세수와 양치는 자유롭게 할 수 있을거로 생각했지만 이것 역시 우리의 기대에 불과했습니다. 어떤 분이 “여기서 물을 여유 있게 쓸 수 있도록 해주면 사람이 많아 아마 다음 날 아침까지 씻고 있을 거야”라고 하여 우리는 마음 편히 씻기를 포기했습니다.

솔숲에서 옹기종기 빛과 바람을 맞으며
▲ 솔숲에서 옹기종기 빛과 바람을 맞으며

세 번째는 화장실입니다. 여자 화장실에서 우리를 반겨 안내 바라지를 해 주는 분이 있었습니다.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바라지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안쓰럽고 미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화장실이 참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쓰던 화장실이 아니면 용변을 볼 수 없는 분도 있고, 재래식 화장실이 냄새나고 더럽고 무서워서 다리가 후덜거린다는 분도 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 냄새는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바로 ‘정토회다운’ 방식이 드러났습니다. 화장지 접는 방법을 그림으로 그려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것은 물론 소변 볼 때는 2칸, 대변 볼 때는 4칸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변을 본 후 톱밥 한, 두 바가지를 붓도록 하고 이렇게 모인 대, 소변은 EM발효액을 넣어 발효 후 퇴비로 사용한다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퇴비로 사용하기 위해서 행자들이 많이 수고한다는 말에 용변을 보면서도 괜히 미안했습니다.

정토회다운 생활을 직접 맛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여러 가지 ‘정토회다운’ 생활을 직접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약 370명 가량의 공양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양 줄맞춤, 공양 후 음식쓰레기 제로 만드는 법, 대강당에서 함께 줄맞추어 취침하기 등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정토회다운’ 생활이었습니다.
다음 날 집으로 출발하기 전, 아주 ‘정토회스러운’ 선물을 하나씩 받았습니다. 손잡는 부분만 남기고 생김으로 감싼 가래떡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을 받고 학생들은 한결같이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가래떡이 손에 전혀 묻어나지 않고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을 꼭 생활에 적용해서 다른 분들께 자랑해야겠다며 ‘정토회다운’ 방식에 그저 감탄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은 바로 주차장에서 일어났습니다. 많은 분이 이용한 버스를 먼저 출발시키고, 남은 개인 차들은 앞에서부터 한 대씩 순식간에 빠져나갔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가졌던 걱정은 물거품이 되고 우리 도반들은 유유히 각자의 방향을 찾아갔습니다.
오래 전, 처음 찾은 정토회 법당은 간단하고 쉽게 정리가 잘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찾은 문경수련원은 많은 사람이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그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너무도 ‘정토회다운’ 방법을 모색하기까지 많은 분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을 것을 생각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우리 안동법당 봄불교대생들의 문경수련원 특강 1박 2일 한줄 나누기는 “참 정토회답다”입니다.

글_심현경희망리포터(안동법당)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4

0/200

황영희

내인생의 마지막 선택
불교대학
홧띵입니다

2017-07-29 15:46:57

대승행

참 정토회다운 글을 읽으며 웃음이 납니다~^^
마음의 고향 문경~!
머리속에 문경의 하루가 그려집니다.

2017-07-29 13:00:23

무량덕

아..마음의 고향 문경이 벌써 그립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6-07-30 13:23:37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안동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