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래법당
우리도 천 배 정진 함 해볼까예?
봄경전 주간반 천 배 정진

“저녁 봄경전반에선 입학기념으로 천 배, 졸업기념으로 삼천 배 정진한다는데 우리도 경전반 올라온 기념으로 천 배 정진 함 (한 번) 해볼까예?”
3주 전 봄경전 주간반 담당 박현주 님은 나누기 후 공지 시간에 도반들에게 넌지시 제안을 했습니다. ‘제안을 하면서도 누가 이 어려운 일을 할라 하겠노? 참여 도반 숫자가 너무 적으면 어짜지?’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도반들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그거 좋네요. 불교대 졸업 후에 도반들과 함께 정진할 기회도 없고 했는데...” “천 배 정진보다 삼천 배 정진은 어떻습니꺼?”
이렇듯 박현주 님은 불교대 팀장 김상미 님과 이 행사를 기획하며, 생겨났던 수많은 고민들이 먹구름 걷히듯 사라졌습니다.
“그라믄 우리 한 번 해 보입시더. 날짜는 9월 22일 금요일 오전 9시로 하는 건 어떻습니꺼? 참가할 수 있으신 분은 빨리 말해 주이소?”
여기저기서 “저 할래요.” “저도요.” 하는 참가 신청 도반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렇듯 도반들과 함께 천 배 정진하고자 하는 봄 경전 주간반 학생들의 뜻은 가볍게 모이게 되었습니다.

"보살~"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될거예요.^^
▲ "보살~"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될거예요.^^

9월 22일(금)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윤순도, 안순자, 문성연 님의 릴레이 집전으로 진행된 천 배 정진은 선배 김경희, 노혜원, 김상미 님과 함께 봄경전 주간반 학생 11명이 동참하였습니다. 전체 14명 중 개인 일정이 겹쳐 정진에 참가하지 못한 3명을 제외한 모두가 참석했습니다. 17명 대중이 목탁소리에 맞춰 한 배 한 배 절을 하며 외치는 "관세음보살"은 큰 울림을 주며 법당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천 배 정진을 무사히 마친 학생들은 나누기 시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도반들과 나누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리포터는 28일(목) 경전반 수업 후, 22일(금) 천 배 정진을 끝낸 경전반 학생들에게 다가가 ‘담당으로부터 천 배 정진 제안을 받았을 때, 정진하면서, 정진 후 올라온 마음들’에 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터뷰는 정진 참가자 11명 중 9명이 응해주었습니다.

흘러내리는 땀을 외면한 채...
▲ 흘러내리는 땀을 외면한 채...

사회와 부모님을 생각하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신혜숙 님)

혼자 한다면 할 수 없지만 다 같이 한다면,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정진일이 다가오니까 ‘내 나이가 있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런데 ‘2년간 매일 108배 했으니까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다시 마음 먹었어요. 정진할 때 첫 108배는 우리 사회를 위해 했어요. 그다음 108배 4번은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께 참회의 절을 했어요. 좋은 딸, 좋은 며느리가 아니었음을 돌아가신 양가 부모님들께 진정으로 사과드렸습니다. 6번째 이후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절에만 몰두했어요. 절을 다하고 나니까 ‘더불어 함께 하는 힘이 이런 것이구나! 이렇게 같이 한다면 뭐가 어려우랴? 법륜스님과 도반들이 하는 통일정진 기도도 이렇게 마음을 모으면 무얼 못 하랴?’ 싶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도반 힘으로 천 배 했어요. (이명희 님)

담당이 정진 공지를 할 땐 ‘남 하는데 해보지.’ 했어요. 막상 정진 날이 다가오니까 ‘몸도 안 좋은데 내가 하겠나?’ 하는 마음이 자꾸 올라오며 겁이 났어요. 근데 생전 처음으로 천 배 정진을 제가 했어요. 다음날 몸살이 나서 이틀을 앓았지만... 절을 하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는 걸 떠올렸어요. 천 배를 다하고 나니, 함께 했던 도반들이 너무 고맙고 함께 해서 너무 좋았어요. 도반들과 함께 아니면 못 했을 것 같아요.

불대 졸업 선물로 받은 책 ‘기도’가 다르게 읽혀요. (강석정 님)

처음 공지 들었을 때, 삼천 배 하자고 얘기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겁도 없이 삼천 배 하자고 한 거였어요. 해보니까 천 배도 힘들었어요. 무릎, 허리, 관절이 안 좋아서 날짜 다가오니까 겁이 났는데 천 배 정진해보니까 내 밑바닥 마음이 올라와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절 시작할 때 “참회합니다.” 일어나면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일어서서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하며 천 배를 했더니 저의 잘못되고 어리석었던 점이 떠올랐어요. 바로 그때 법륜스님의 ‘기도’ 책이 생각났어요. 불교대 졸업 선물로 받았던 책인데, 절은 무턱대고 하면 안 되고 참회하면서 해야 한다는 구절이 떠오르며 참회의 마음이 올라왔어요. 요즘 그 책 다시 읽고 있어요. 세 번째 읽는 건데 전하고 다르게 읽혀요. 정진하고 나니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참 가벼워요.

천 배 정진 후 명상을 하며...
▲ 천 배 정진 후 명상을 하며...

남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가족 모두에게 참회하게 되었어요. (최인정 님)

3주 전에 정진 공지를 들었을 때, ‘모둠장도 하는데 빠질 수는 없지. 그냥 해야지.’ 하며 신청했어요. 한편으론 ‘천 배 정진하면 어떨까?’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400배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400배 이후 절을 계속하니까 남편과 딸, 아들에게 참회하게 되었어요. 특히 남편의 어깨에 있는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미워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참회하게 되었어요. 내가 일하느라 함께 하지 못해 외로웠을 아이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했고요. 천 배를 하고 나니 ‘가볍게 살면 되는데 나는 여태 너무 무겁게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요, 가볍게 살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아픈 형부가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며 절했어요. (박선이 님)

예전에 어느 절에서 천 배 정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담당이 공지할 때만 해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힘들었습니다. 예전에 했던 천 배 정진은 오전에 500배 하고 오후에 500배 하니까 별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도반들과 한 천 배 정진은 9시부터 3시간을 계속해서 하니까 힘든 것 같았습니다. 하긴 다했는데, 절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원래 제가 원이 있었거든요... 형부가 아픈데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길 기원하며 절을 하려 했는데, 400배를 넘어가니까 집중이 흐트러지며 마음이 막 떨려 왔습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꼭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 해보고 싶습니다.

108배도 어려운 내가 300배를 넘기다니… (윤선희 님)

천 배 정진하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못 할 거다. 두 번의 심장수술로 평소에 108배도 못 하는데 어떻게 하노?’ 했어요. 도반들이 한다고 하니까 ‘다 같이하는데 안 하는 건 좀 그렇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정진을 하면서 열 배 하고 서 있고 열 배 하고 서 있고 하며 300배를 넘겼어요. 비록 천 배는 못 했지만, 도반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도반들이 아니었으면, 전 아마 포기했을 것 같아요.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게 너무 뿌듯하고 기뻤어요.

내가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을 발견한 천 배 정진 너무 감사하다. (이혜숙 님)

평소 남편에게 주눅 들어 살며 속으로 불만이 많았어요. 이번 천 배 정진하며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얻고 싶었어요. 정진 며칠 전부터 단단히 각오를 하며 정진 날을 기다렸어요. 정진 하면서 두려움 많은 나로 인해 어려웠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잘 자라 줘서 고마웠어요. 그간 이해하지 못했던 남편의 고통도 보였지요. 무엇보다 날 낳아주고 잘 키워준 부모님께 감사하게 되었어요. 절을 하면 할수록 감사한 분이 너무 많았어요.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니까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천 배를 하고 나니, 이제 내 인생 주인도 되고 집, 법당에서도 주인이 되어 잘 쓰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진을 제안해주신 김경희 총무님, 김상미 불교대 팀장, 세 분 집전자 님 감사드립니다. 저는 정토회가 맺어준 인연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습니다.

천 배 정진을 도왔던 고마운 집전자들.
▲ 천 배 정진을 도왔던 고마운 집전자들.

도반들 덕에 좋은 경험이었지요. 호호호... (박현주 님)

총무님과 불교대 팀장님이 한 달 전에 천 배 정진 제안을 했을 때, ‘도반들에게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경전반 수업 후 제안을 해보니, 의외로 도반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어? 부담스러워 하지 않네?’ 하며 놀랐지요. 오히려 저만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어요. 정진 당일에 아무런 부담 없이 천 배 정진을 했어요. 다른 도반들에 비해 저는 천 배 정진 후에도 올라오는 밑 마음도 별로 없었고요, 그런데 도반들 나누기를 들으며 느끼는 것은 많았어요. ‘도반이 수행의 전부다.’라는 말씀이 많이 와 닿았습니다. 도반이 힘인 것 같습니다.

정진 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도반이 수행의 전부임을 깨달았어요.^^
▲ 정진 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도반이 수행의 전부임을 깨달았어요.^^

정진에 참여한 학생 11명 중 2명이 당일 사정상 인터뷰를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어준 9명의 인터뷰는 감동이었습니다. 가족과 도반, 이웃을 향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들으니, 리포터의 마음도 훈훈해지고 눈가는 촉촉이 고여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있다면, 우리 모두는 선한 마음 지닌 부처가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꺼내기 힘든 마음들을 진솔하게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봄경전 주간반 학생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_이시연 희망리포터 (동래정토회 동래법당)
편집_박소정 희망리포터 (동래정토회 동래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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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임

모두 대단 하십니다 저는 자신이없네요

2016-10-05 10: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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