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현법당
세상에서 가장 사이 좋은 엄마 아빠

아이들 아빠와의 불화로 2년 전 이혼했는데, ‘관점 바꾸기’를 통해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사이 좋은 부모가 되었다는 이혜연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리포터는 해도 해도 어려운 게 ‘관점 바꾸기’인데 이를 몸소 실천하여 더욱 행복한 삶을 산다는 이혜연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유튜브의 신비한 알고리즘

2000년도에 아이들 아빠를 처음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하고 2003년도에 결혼하였습니다. 3살 연상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심해 어렵게 진행된 결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결혼 날짜를 잡은 바로 다음 날부터 불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심지어 결혼식 전날에는 결혼하기 싫은 마음에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 생활은 불화의 연속이었습니다.

힘들어하던 때 지인이 유튜브로 마음 다스리는 영상 등의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연관 영상으로 자꾸 스님의 즉문즉설이 추천되었습니다. 평소 불교에 관심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떤 영상을 볼 때마다 계속 즉문즉설 영상이 나왔습니다. 우연히 스님의 영상을 보았고, 정말 허를 찌르는 답변을 들으며 점점 빠져들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2017 평화시위 참여 모습(가운데 이혜연 님)
▲ 2017 평화시위 참여 모습(가운데 이혜연 님)

행복학교 1기 입학

정토회가 즉문즉설뿐만 아니라 불교대학 등 다양한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 어린아이 2명을 키우고 박사 과정 중이어서 정토회에 가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딱 4번만 나와도 된다는 행복학교 모집 글을 보고 16년도 행복학교 1기생으로 입학하였습니다. 지금과는 커리큘럼이 아주 달랐지만, 봉사자의 따뜻한 손길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가자는 3명이었는데 봉사자는 6명이나 되었습니다.

2017 평화 시위 참여 모습. (제일 아랫줄 왼쪽)
▲ 2017 평화 시위 참여 모습. (제일 아랫줄 왼쪽)

프로그램은 어색했지만 따로 인건비도 없다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다해서 참가자들을 대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 2기 스태프로서도 잠시 활동했는데 이사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었습니다. 정토회는 전국 어디에나 있으니 이사 가서 꼭 지역 법당을 찾아가 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거리모금을 아들과 함께(아랫줄 제일 왼쪽 이혜연 님과 오른쪽 둘째 아들)
▲ 거리모금을 아들과 함께(아랫줄 제일 왼쪽 이혜연 님과 오른쪽 둘째 아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이사 후, 박사 과정 논문을 쓰며 개인적인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정토회를 점점 잊고 살았습니다. 하루는 아이들 아빠와의 극심한 불화로 이제 곧 끝이 보이는 논문을 더이상 쓸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담당 교수님에게 아이들 아빠의 폭력부터 사소한 일까지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지금 논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정부터 바로 세우고 안정을 찾은 다음에 논문을 쓰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1998년도에 석사를 시작하여 2017년도까지 거의 20년을 붙잡고 있던 과제인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때부터 이혼을 준비했습니다. 지금까지 15년간 온갖 부부 상담소를 전전했습니다. 구청에서 하는 무료 상담부터 종교단체, 심리학, 정신의학과 등 각종 분야의 아주 비싼 상담소까지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혼했습니다.

봄불교대 봉사 모습(아랫줄 제일 오른쪽 이혜연 님)
▲ 봄불교대 봉사 모습(아랫줄 제일 오른쪽 이혜연 님)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인지

논문을 중단하고 이혼 절차만 밟으니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때, 꼭 지역 법당을 찾아가 보라는 행복학교 봉사자의 말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서현법당 2017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큰 의욕 없이 입학하였고 심지어 1년 과정이라는 말을 듣고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결국 결석 한 번 없는 개근으로 졸업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계속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답인지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당시 법당 부총무님에게 상담 요청을 하였고, 눈물 콧물 흘리며 구구절절 말했습니다. 부총무님은 이야기 끝에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오라는 말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갑자기 내일모레 ‘깨달음의 장’ 에 한 자리 여유가 생겼는데 갈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고 바로 깨달음의 장으로 향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의 프로그램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생소했습니다. 마지막 날 법사님께 너무 궁금해서 질문했습니다. ‘수행하면 맞아도 안 아플 수 있나요?’ 법사님이 답해주셨습니다. "맞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냐. 다만, '통'은 있을 수 있지만 '고'는 없을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제가 힘들었던 것은 '통'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아픈 것은 그렇게 괴로울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하면 되고, 비를 피하는 과정이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환희심을 맛보았습니다.

행복학교 진행 모습(윗줄 제일 왼쪽 이혜연 님)
▲ 행복학교 진행 모습(윗줄 제일 왼쪽 이혜연 님)

시민운동가로서의 정토행자

대학생 때부터 시민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소비자운동을 하며 전문으로 배우고 싶어 소비자학과를 석사 과정으로 진학할 만큼 순수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민운동단체 실무자를 할 때를 돌이켜보면 입으로는 사회정의를 말하지만, 실제 생활은 정의롭지 못한 모습을 보며 모순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의 활동은 꿈꿔왔던 순수한 시민운동의 모습이었습니다. 2017년 광화문 평화시위, 백악관 서명운동, JTS 거리모금 등 모든 활동은 정치 목적이 하나도 없는 순수한 평화를 위한 마음, 배고픈 이를 위한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특히, 법당에서 회계 담당 소임을 맡을 때 이렇게까지 깨끗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20대 때 시민운동을 할 때는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욱 떳떳한 마음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이가 좋은 엄마 아빠

아이들 아빠는 제가 정토회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지난여름 4박 5일 명상에 참여할 때에도 흔쾌히 고등학생, 초등학생 두 아이를 맡아주며 명상 수련 참여를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인색한 사람인데, 북한 옥수수 보내기 캠페인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 아빠와 사이가 좋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답은 ‘관점 바꾸기’입니다. 아이들 아빠는 과거에 잘못한 과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활동을 지지해주고 독려해주니 고마운 사람입니다. 한때 이혼을 반대했던 둘째 아들도 주위 "친구들 부모님보다 우리 부모님 사이가 제일 좋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했다는 사실에 이혼은 제게 흠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얼마 전부터 행복한 회의의 형식으로 가족회의를 진행합니다. 첫 마음 나누기를 하고 각자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한 뒤, 안건을 정해 함께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가니 풀지 못할 숙제도 없었고, 아이들도 아이들 아빠도 그리고 저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현재 서현법당에서 활동 모둠장, 봄 불교대학 조장 소임을 맡았고, 통일의병으로서 행복학교 진행도 합니다. 정토회에서 배운 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며 저도 가벼워지고 또 저처럼 가벼워지는 경험을 더 많은 분들이 했으면 합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가족 회의(윗줄 제일 왼쪽부터 이혜연 님, 시계 방향으로 첫째 아들, 둘째 아들, 아이들 아빠)
▲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가족 회의(윗줄 제일 왼쪽부터 이혜연 님, 시계 방향으로 첫째 아들, 둘째 아들, 아이들 아빠)


이혜연 님이 어려운 가족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모습에 가벼운 마음이란 이런 것임을 느꼈습니다. 또한 정토회 활동이 나도 좋고 남도 좋을 수 있는 진정한 시민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같은 정토행자임이 뿌듯했습니다.

글_최보라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서협법당)
편집_조미경(김해정토회/김해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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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이혜연 이름의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2021-02-10 14:33:49

장보민

혜연님 수행담 잘 봤습니다..
감동적이네요.. 멀리 있어도 관심 가져주시고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응원할께요^^

2020-11-21 20:18:50

김병숙

힘든과정 잘이겨내셨네요
좋습니다‥♥♥

2020-11-15 07: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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