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
똑소리 나고 야무진 그녀

광주정토회 광주 법당에는 한눈에도 야무지고 당차 보이는 그녀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주어진 일에 당황하지 않고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 항상 해맑아 보이는 그녀, 신경아 님은 어떻게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럼, 그녀의 사연을 들어볼까요?

인정욕구에 시달리다

저는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했습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늘 마음속에 억울함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저는 부족함이 없고 완벽해 보였지만, 정작 저 자신은 열등감이 크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불안과 두려움에 떨곤 했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변화가 없고 안정적인 성격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제가 원하는 만큼 자상하지 않았고 매일 친구들과 술을 마시느라 새벽 2시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저는 임신기간 내내 외로웠고 그렇게 낳은 첫째 아이는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안 자고 울기만 해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잠을 못 자니 아이가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았습니다. 돌이 지날 무렵부터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서 일하고 밤늦게 돌아와 아이와 잠만 잤습니다. 게다가 어쩌다 아이와 집에 같이 있는 시간에는 아들을 훈육한답시고 다그치고 엄하게만 대했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지 못했습니다.

2018 정초순회법회 공연(왼쪽에서 세번째)
▲ 2018 정초순회법회 공연(왼쪽에서 세번째)

아들로 인해 맺은 인연

결국 제 행동의 결과는 아이에게서 나타났습니다.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첫째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짜증과 화가 많아 모래놀이 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고, 아이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임을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직장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느라 체력이 힘들었던 터라 저는 육아에 전념하고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 육아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듣게 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로 무거운 인생이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듬해 2015년 정토회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후 경전반에 다니면서 불교대학 모둠장 소임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담당, 불교대학 팀장, 법회 담당, 법당 지원팀장, 광주정토회 지원팀장을 거쳐서 현재는 10-4차 〈천일결사〉1 모둠장 소임까지 함께 맡고 있습니다.

2018 한반도 평화협정 백악관청원 서명운동(오른쪽에서 첫번째)
▲ 2018 한반도 평화협정 백악관청원 서명운동(오른쪽에서 첫번째)

소임이 복

봉사하고 기도한 지 3년이 되어갈 무렵, 불교대학 팀장 소임을 맡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봄, 가을 불교대학과 경전반까지 소통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시점에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또한, 소임을 하나 맡고 6개월마다 자꾸 더 큰 소임으로 변경되어서 ‘왜 나만 이렇게 일을 많이 하지?’라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도반들은 이 이유, 저 이유 다 들어가며 봉사는 조금 하고 편하게 즐기면서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저는 죽도록 일만 하고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조금도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즈음 〈정일사〉2 수행 법회에서 제가 일만 했고, 수행은 하지 않았다는 법사님의 말씀에 어찌나 억울했는지 모릅니다. 저를 몰라주는 건 친정어머니나 정토회나 다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파도 하루도 빼지 않고 3년 동안을 기도했고, 이렇게 열심히 봉사도 하는데 칭찬은커녕 수행하지 않았다니?’라며 억울했습니다. 도대체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소임을 내려놓고 수행 법회만 참석했습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법문만 듣고 뒤에서 남이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하니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 결국 그만두는 오래된 습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 외엔 더 나아진 게 없었습니다. 일이 많은 법당 총무님에게도 미안했습니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도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반들이 나름 힘들다고 내어놓는 이야기도 귀여운 투정처럼 들리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때서야 제가 정말 좋은 일을 하면서 불평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왕 좋은 일 하는 거 좀 더 즐겁게 하지 못했구나, 복을 지으면서 입으로 복을 다 까먹고 있었구나!’라고 참회했습니다. 그렇게 2~3개월이 지나고 총무님이 법회 담당 소임을 제안했고, 여전히 부담감은 있었지만 맡았습니다.

2020 부처님오신날(오른쪽애서 두번째)
▲ 2020 부처님오신날(오른쪽애서 두번째)

그러던 즈음 〈나눔의 장〉3에 가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 남동생에 대한 질투심과 증오를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부모 중의 한 사람으로 저의 부모님을 객관적으로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제가 아들이 아닌 것을 늘 아쉬워했습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저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반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사랑을 독차지하는 남동생을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은 그런 부모님의 기대가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버지가 자주 제게 했던 ‘네가 아들이었으면’이라는 말은 제가 예쁘다는 아버지만의 표현방식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 때문에 제가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변하니 세상이 변하다

나눔의 장에 다녀오고 부모님과 남동생을 대하는 저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니 일상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의 기도는 감사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저 자신을 긍정하기 시작했고, 아들에 대한 믿음도 생겼습니다. 되돌아보니 저는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집착했지만 사실은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300배 또는 500배를 하자고 저를 이끌어준 선배 도반, 제 불평과 불만을 견뎌준 법당 총무님, 제가 소임을 내려놓을 때 그 자리를 메꾸어 준 도반들이 제 곁에 있었습니다. 함께 했던 고마운 도반들이 새삼 다르게 보였고, 일을 통해 수행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굳이 미리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 놓습니다. 그 탓에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일을 여러 번 새롭게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한 번에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저의 급한 성격으로 제 뜻에 제때 따라주지 않는 도반들을 탓했습니다. 제가 옳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미워하고 원망하느라 힘들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

한반도 평화협정 광화문집회 때 가족과 함께
▲ 한반도 평화협정 광화문집회 때 가족과 함께

지금은 정토회 지원팀장과 모둠장까지 맡아서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만은 가볍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니 정토회가 저를 많이 단련시켜 주었구나 싶어서 감사합니다. 제 한계를 한 단계 넘은 것 같아 뿌듯하고 저 자신에 대한 믿음도 더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환된 온라인 회의와 수업 진행으로 정신없이 바빠서 아이에 대한 집착은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저의 편안함이 아들에게도 전해졌는지 짜증과 불평이 많던 아이가 지금은 너무나 여유롭고 유머러스하게 바뀌었습니다.

남편부터 자식, 부모님, 동생,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했는데, 지금은 그 원망과 미움이 다 녹아 사라졌고 세상을 생각하는 좀 더 큰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아들만 바뀌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저만 바뀌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참 감사한 인연입니다.


첫인상은 세련되고 새침데기처럼 보이는 신경아 님이 평소에 무슨 일이든 가볍게 ‘예’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또한, 그 품이 얼마나 너그럽고 넓은지 모릅니다. 비대면 상황이라 이메일과 전화로만 소통했지만, “법사님이 처음에 신경이 예민한 저를 알아보시고, 본명 신경아 말고 법명 연화광으로 부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네요.”라고 말하며 크게 웃는 신경아 님. 그 환한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글_김혜영_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_광주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_서초법당)


  1.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2. 정일사 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3.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5

0/200

이난희

나만 변하면 된다는 말씀 진리입니다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감사드립니다
웃는모습이 예쁘시네요^^

2021-01-30 06:16:22

자재왕

잘 읽었습니다. 내가 변하면 주위가 변한다. 공감하면서 감사드립니다.

2021-01-28 14:05:15

김숙남

인터넷을 뒤지다 오늘도 정토회에 어김없이 클릭했다.
광주법당 글에 시선이 고정되어 클릭을했다.
헐~~! 대박! 읽어갈수록 또렸해지는 신경아님! 이름!
어! 우리 진행자님인데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
가슴벅찬 감동이 가슴을 울립니다.
휼륭하신 분과 인연을 맺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들의 길을 따라서 수행정진하겠습니다.

2021-01-27 13:59:3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