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7 (호주 2일째) 멜번(Melbourne)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호주 멜번(Melbourne)에 살고 있는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점심이 되자 멜번 정토법당에는 몇몇 봉사자들이 단체로 와서 김밥 만드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 강연 준비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저녁 식사를 위해 김밥 150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 멜번 정토법당

 

스님은 수고하는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다함께 마당에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일손을 도우려고 법당에 왔다가 뜻밖에 스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 김밥을 만들고 있는 봉사자들과 함께

 

특히 이곳 멜번 정토법당은 김밥으로 유명한 유영진 보살님이 부총무로 있는 곳입니다. 보살님은 연세가 많으시지만 이곳 호주에서 오직 김밥을 맛있게 만드는 것으로 초창기 법당 운영 경비도 마련하고, 봉사자들도 모았기 때문에 ‘김밥 보살님’으로 이곳 봉사자들 사이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에 멜번 정토법당을 나온 스님은 강연이 열리는 박스힐 타운홀에 일찍 도착해 먼저 봉사자들과 기념사진부터 찍었습니다. 강연이 끝나면 비행기 출발 시간이 촉박해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해야 해서 미리 사진을 찍어두기로 한 것입니다. 

 


▲ 박스힐 타운홀 (한국의 시민회관과 같은 곳)

 

이어서 책 사인회도 강연 전에 먼저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환한 얼굴을 보고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어떤 분은 반가운 마음에 “스님, 가까이서 보니 더 잘 생기셨어요” 라고 했는데, 스님은  “중이 잘 생겨서 뭐하노?” 라고 대답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사인하실 때 제 이름도 같이 적어주세요” 라고 요청하면 “내 이름은 내가 적고, 당신 이름은 당신이 적어야지” 라고 응수해서 위트있게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 책 사인회

 

이렇게 사인회까지 미리 마치고, 저녁 6시가 되자 소개 영상과 함께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멜번에 살고 있는 300여 명의 교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스님이 무대 위에 오르자 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먼저 스님은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은 학교에도 가고,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하고, 이민도 가고, 가게도 마련하고, 사업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키우고, 이렇게 자기 좋을 대로 하면서 살잖아요. 자기가 좋을 대로 살았으니까 행복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좋을 대로 살아놓고 괴롭다고 그래요. 자기가 좋아서 결혼해 놓고 괜히 결혼했다고 하고, 자기가 좋아서 사업을 벌여놓고 괜히 일을 벌였다고 하고, 자기가 취직해 놓고는 못 다니겠다고 하고, 자기가 아이를 낳아서 키워 놓고는 왜 저런 아이를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잖아요. 이것이 인생의 괴로움입니다. 이럴 때 ‘왜 그럴까?’ 하고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좋을 대로 살았는데 왜 괴로울까요?

 


 

만약 결혼해서 부부 간에 갈등이 심해서 괴롭다면 그 원인은 뭘까요? 교회를 안 다녀서 하나님한테 벌 받아서 그런 거예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 거예요, 사주팔자가 그렇게 되어 있는 거예요, 어리석어서 그런 거예요?”

 

“어리석어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내가 어리석어서 이런 괴로움을 자초했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합니다. 대부분 내가 전생에 저 사람과 원수여서 그런가, 궁합이 안 맞아서 그런가, 이렇게 생각을 하잖아요. 그러나 괴로움은 우리들의 어리석음에서 빚어집니다. 어리석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즉 무지(無知)라는 뜻입니다. 

 

반면 우리가 바르게 알게 되면 두 가지 삶의 자세가 나타납니다. 첫째,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내가 모르고 쥐약을 먹었지만 내가 한 일이니까 배가 아픈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니까요. 둘째, 대신에 다음에 이런 일이 닥친다면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즉 이미 지은 인연에 대해서는 그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인연을 짓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먹고 나서 배가 아플 때는 다시는 안 먹겠다고 하지만, 막상 배가 고프면 또 먹게 되고, 그러면 또 배가 아프고, 한번만 살려주면 다시는 안 먹겠다고 해놓고, 배가 고프면 또 먹게 됩니다. 아이한테 화를 내지 않아야겠다고 해놓고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 또 성질이 확 나고 이렇게 되풀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 괴로움을 능히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음부터는 아무리 좋아보여도 나쁜 결과가 나타날 것은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쪽으로 개선이 되어갈 수가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쁜 결과가 나타날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는 아주 간명한 메시지에 머리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비행기 출발 시간 때문에 8시가 되면 딱 강연을 마쳐야 해서 스님은 이렇게 화두를 던진 후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6명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는데, 그 중에 한 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무대 위에서 여는 이야기를 하던 스님은 “무대가 너무 높아서 여러분과 거리가 너무 떨어진 것 같다” 하면서 무대 아래로 내려와 청중과 가까이에서 호흡을 하며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한 남자분이 호주에서 살면서 일을 계속 하고 싶지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며 막막한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스님의 답변에 청중석은 웃음 바다가 되고, 유쾌한 문답에 질문자의 마음도 아주 가볍게 되었습니다.

 


 

“저는 호주에 와서 일을 한 지 7년 정도 되었는데요. 호주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했습니다. 저는 호주에 계속 살고 싶지만 타의에 의해서 지금은 어쨌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할지 너무 막막해서 스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서울역에 가면 노숙자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은 왜 노숙자가 되었을까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까 노숙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노숙자들의 과거 직업을 조사해 보면 농사 짓다가 노숙자가 된 사람이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매일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 노숙자가 된 사람이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그 대부분이 첫째, 작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사장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IMF 때나 어떤 이유로 사업이 망해서 다시 재기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둘째, 직장을 다닐 때 간부를 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늘 과거를 먹고 살아요. 자신의 과거 때문에 지금 아파트 수위를 하든지 농사를 짓든지 막노동을 하든지 하는 것을 못해요. ‘나도 한 때는 사장을 했는데...’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를 당한 것도 맞지만 이 정신적인 문제도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노숙자의 쉼터라고 해서 수용시설을 마련해 준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노숙자의 쉼터라고 하는 곳에는 규칙이 있어서 술먹고 와서 주정도 하면 안 되고, 밤늦게 와도 안 될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고 하면 답답해서 못 사는 사람들이예요. 차라리 1000원이라도 구걸해서 소주 한 병 마시고 역 앞에 누워 있는 게 숫제 더 편한 겁니다. 도움을 주는 수용시설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 갖고는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이렇게 과거에 좋았던 기억에 사로잡히면 현재의 삶이 불행해지기가 쉽습니다. 반대로 현재는 결혼도 하고 먹고 살기 괜찮지만 어릴 때 너무 가난해서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든지 하는 상처가 있어서 현재는 남이 봐도 괜찮은 데도 늘 과거의 상처로 인해서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만약 질문자도 지금 그런 경험을 갖고 있다면, 한국에 가면 거의 십중팔구는 불행하게 살 수 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지금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호주도 지금 빡빡해지고 있지만 한국 사회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러면 취직이 안 되든지 직장 생활이 어렵거나 하면 늘 호주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지금 타의에 의해서 한국에 가게 되었다고 하니까 그 인간에 대한 미움을 저버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질문자는 지금 불행이 이미 예약되어 있는 사람입니다.(모두 웃음) 

 


 

교회에 좀 다니세요. 성경 말씀에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라’ 하는 말이 있잖아요.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쫓겨서 가게 되었다는 것이 ‘5리를 가자’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10리를 가줄게’ 한다는 것은 아무리 옆에서 붙잡아도 모든 걸 팽개치고 내가 선택해서 한국에 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가게 되었으니까 한국에 가는 것을 누구 때문에 억지로 간다는 이 생각을 하고 있는 한은 필연적으로 과거에 사로잡혀서 미워하고 원망하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한국으로 가야되는 상황이 되었으면 내가 그 상황에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수처작주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동남아에 있는 노동자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서 밀입국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한국 시민권이 없어서 잡히면 추방됩니다. 그런데도 한국에 숨어 들어와서 공장에 취직도 하고 잘 살잖아요. 거기에 비하면 질문자는 한국 시민권도 있잖아요. 그러니 사실은 질문자가 한국에 가는 것을 힘들어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좀 빡빡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만한 나라예요. 요즘 전쟁이 날까 싶어서 겁내는 사람들도 좀 있기는 있지만요.(웃음) 

 

그러니 생각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것 밖에는 길이 없어요. 과거에 ‘호주에서는 어땠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한국에서 못 살아요. 좋은 경험이 자산이 안 되고 추억으로 남으면 미래가 불행해져요. 그 때는 그 때이고 나는 다시 또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이 중요하지 과거를 늘 생각하면 불행을 자초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가게 되었다면 한국에 가고 싶지만 못 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쉽게 갈 수 없는 한국에 가게 되었다고 생각을 바꾸어야 해요. 그런데 가기 싫은데 쫓겨 간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질문자는 불행을 예약해 놓은 사람입니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잊어야 합니다. 저도 오늘밤에 한국에 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똑같이 한국으로 가는데 자기는 왜 죽을 것처럼 힘들어해요?”(모두 웃음) 

 


 

“아직 직장을 잡은 것은 아니여서 한국에 가면 먼저 백일출가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 생각하셨어요. 백일출가를 하면 취직이 금방 됩니다. 백일 동안이나 출가 승려 생활을 했으니까 부처님의 가피로 취직이 된다고 보통 말을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맞아요. 그런데 중소기업이라든지 생산직이라든지 저임금에 좀 일하기 힘든 직장은 한국에도 많습니다. 그런 곳은 사람을 못 구해서 전부 동남아에서 외국인들이 와서 그 일들을 합니다. 지금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100만 명 이상 들어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인력이 부족합니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보면 직원 50명이 필요한데 30명 밖에 못 구한 곳이 대부분이예요. 

 

백일출가를 하게 되면 먼저 3일 동안 만배를 해야 돼요. 1분이라도 초과하면 무효가 되어서 새로 만배를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절 하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이 무거운 몸을 들어다가 놓았다가 하는 동안에 번뇌가 치성합니다. ‘이러다가 다리 병신 되는 거 아닌가’, ‘이게 무슨 불교냐’, ‘부처님은 고행을 버리라고 했는데 이건 고행이다’ 이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옛날에 누구한테 맞았던 기억, 질문자 같으면 나를 한국으로 오게 한 사람 등 온갖 생각이 일어나서 절을 하다가 집어치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요. 그렇게 중간에 가버리는 사람이 꼭 생깁니다. 그러나 충동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계속 절을 하다보면 이런 충동이 일어났다가 가라앉고, 저런 충동이 일어났다가 가라앉고, 이렇게 수십 수백 가지 충동이 일어났다가 가라 앉습니다. 그렇게 만배를 하고 나면 최소한 백일은 절에서 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서 들어왔지만 살아보면 힘드니까 중간에 도망을 가고 싶어지는데 그런 것에 대한 예방이 이미 만배를 하는 동안에 이뤄지는 겁니다. 못 견딜 사람들은 만배 할 때 이미 다 가버리거든요. 이런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만배 프로그램을 둔 겁니다. 중간에 그만두고 가버리면 본인도 손해고 저도 손해잖아요.(모두 웃음) 

 

그리고 백일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300배를 한 후 바로 부엌에 가서 밥을 지어야 해요. 또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합니다. 막노동을 하는 중간중간에는 일을 하면서 일어났던 분별심을 다 드러내야 합니다. ‘성질이 나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집에 가버리고 싶었다’ 하는 마음나누기를 계속 합니다. 저녁에는 10시가 되면 무조건 자야 하는데, 한 방에 20명, 30명이 다같이 자니까 코를 고는 사람도 있고 온갖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잠을 못 잔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왜냐하면 눈을 붙이자 마자 벌써 눈을 떠야 하는 새벽이거든요.(모두 웃음) 

 


 

세상 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상에서는 고생만 하지 고생하면서 일어나는 마음을 자기가 자각하도록 해주는 것이 없는데, 백일출가는 딱 하나 그것이 더 추가되어 있어요. 거기다가 어떤 일도 방긋 웃으며 ‘예’ 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로 주어집니다. 명심문이 그렇게 정해져 있어요. 그렇게 잘 될까요? 당연히 잘 안 되지요. 안 되는 과정 속에서 그것이 될 때까지 계속 연습합니다. 그렇게 백일을 생활하고 나오면 지천에 깔린 게 직장이예요. 여기서는 월급도 안 받고 오히려 자기 돈을 내고 와서 막노동을 했는데, 밖에 나가면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돈을 주잖아요. 직장을 구하는 기준이 ‘300만원을 주느냐, 400만원을 주느냐’ 하는 것에서 ‘절에서는 한 푼도 안 주는데 여기서는 주네’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일이 많아도 밖에서는 새벽 4시에 깨우지는 않아요. 밤 10시까지 일을 시키지는 않아요.(모두 웃음) 

 


 

그래서 밖에 나가서 사는 것이 아주 쉬워집니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돼요. 백일출가를 해서 행자로 산다는 것은 가장 낮은 자세로 하심을 해서 마치 하인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무슨 일을 해도 행자로 살 때 보다는 존중 해줘요. 그래서 취직이 잘 되는 겁니다. 이것을 ‘법의 가피’라고 합니다. 원하는 것을 이뤄지게 해준다는 신의 가피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이 체질에 맞다고 생각이 되면 정토회에 들어와서 평생 무보수로 살면 돼요. 그러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돈을 갖겠다고 하니까 살기가 힘들지 내가 갖겠다는 생각만 놓아버리면, 인도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고, 필리핀에 가서 원주민들도 도울 수 있고, 무슬림 지역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고, 얼마든지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살아도 하루 세 끼 밥은 다 먹어요. 벌거벗고 다니지 않고 옷은 다 입고 다녀요. 침대에서 자느냐 바닥에서 자느냐의 차이 밖에 없지 잠은 다 자요. 되게 졸리면 굿을 해도 잔다 하잖아요. 

 

저도 지금 3일 연달아서 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하루종일 생활하거든요. 피곤해서 어떡하냐고 그러시는데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순 없잖아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몸이라는 게 자기도 살아야 하니까 비행기만 타면 잠을 자게 돼요. 여러분들은 비행기를 타면 잠이 안 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집에 와서 잠을 잘 수 있으니까 잠을 안 자는 거예요. 저는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이 때 안 자면 자기는 죽는 거예요. 그러니 몸이 알아서 다 자게 되어 있어요. 자는 것은 앉아서 자나 누워서 자나 별 차이가 없어요. 자는 게 중요하지요. 누워서 잠이 안 오고 뒤척거리는 것보다 앉아서 자는 게 더 잘 잘 수도 있어요.(모두 웃음) 

 


 

인생이라는 것이 궁하면 통하게 되어 있듯이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요. 이런 공부를 하면 삶이 자유로워집니다. 저는 여러분보다 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하는 일이 여러분들이 하는 일보다 쉬운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어떤 일이든지 재미있게 합니다. 이것도 나쁘게 생각하면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가령 즉문즉설을 매일 하다 보면 매일 똑같은 질문들을 하잖아요. 그래서 365일 매일 똑같은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질문을 하고 나서는 제가 얘기한 대로 아무도 안 해요. 묻기만 하지 제가 얘기한 대로 안 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어요. 묻기만 하고, 물어놓고는 얘기한 대로 하지는 않고, 그러니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걸 안 따져요. 묻는다는 것은 그 개인에게는 다 애절한 사정이 있는 거잖아요. 그 한 사람의 고민은 항상 처음 듣듯이 듣고, 또 제가 얘기한 대로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인생이니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제가 관여하는 것은 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걸 조금 터치한 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임하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즉문즉설을 하루에 두 번씩 할 때마다 10명의 고민을 들으면 얼마나 많이 듣게 됩니까. 제작년에 세계 100회 강연 할 때는 1000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생이 괴로운 1000명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저한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까. 자신이 평생 살아온 엑기스를 저한테 얘기해 주니까 그것들을 연구하면서 저의 능력도 점점 더 커져가는 겁니다. 이것을 좋게 생각하면 정말 좋은 일이고, 이것도 지겹게 생각하면 하루도 못할 일이 되는 겁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예요. 

 


 

그러니 참 좋은 생각을 하셨어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백일출가를 하고 사회로 나가면 호주만 좋은 나라가 아니고 대한민국도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천당만 좋은 세상이 아니라 이생도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호주만 자꾸 생각하게 되면 평생 불행이 예약된다는 점을 꼭 명심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백일출가를 하게 되면 어떤 심리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지 적나라한 비유에 모두들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뒤바뀌는 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약속한 2시간이 다 지나가고 8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손을 들고 더 질문을 하고 싶어 했지만,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어서 마지막으로 한 분의 질문만 더 받고 8시 30분이 되어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연을 마치면서 스님은 오늘 얘기나눈 모든 이야기의 요점이 무엇인지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이 사람 저 사람의 많은 고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 제 얘기의 요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남자든 여자든 늙었든 젊었든 장애가 있든 없는 성적 취향이 동성애든 양성애든 피부가 검든 희든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거잖아요. 내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였든 살아 있는 사람은 다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불행할 수밖에 없는 핑계를 자꾸 댑니다. 왜냐하면 ‘엄마 때문에, 남편 때문에, 누구 때문에...’ 하면서 불행이 밖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니다. 그러나 불행은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불행의 원인은 자기에게 있는데 그 이유를 밖에서 찾는 겁니다. 자기가 불행하고 싶어서 불행하다면 자기가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그렇게 살라는 겁니다. 그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핑계를 대는 조건을 떼야 합니다. 남편이 일찍 들어오면 일찍 들어와서 힘들다고 하고, 늦게 들어오면 늦게 들어와서 힘들다고 하고, 부모가 없으면 없어서 효도할 수가 없다고 힘들어하고, 부모가 있으면 있어서 못살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은 불행하다고 이미 결정해 놓고 ‘있으면 있어서 불행하다’, ‘없으면 없어서 불행하다’ 자꾸 이럽니다. 

 

항상 좋게 생각해야 해요. 시부모님이 안 계시면 시집살이 안 해서 좋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이 계시면 효도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있으면 아이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없으면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생각해 보세요. 저는 혼자 사는 것을 즐겨요.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밤에 늦게 들어가도 잔소리하는 마누라가 없잖아요. 이것만 생각해도 얼마나 좋아요. 제가 만약 결혼을 했으면 이런 상황을 용납 안하겠지요. 맨날 싸우고 있을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 자기에게 주어진 장점을 늘 좋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을 ‘긍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긍정적 사고는 ‘무조건 잘 될 것이다’ 라고 하는 낙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버린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을 말합니다. 호주에 이민을 와서 사기를 당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것을 붙들고 괴로워 하고만 있지 말고 ‘남의 나라에 왔으니 학습비를 좀 내었다’ 하고 여기는 겁니다. 이렇게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수마저도 경험으로 자꾸 축적이 되어서 결국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열정적인 말씀에 힘이 절로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 없이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멜번 교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연이 30분 늦게 끝났지만, 교통 안내를 하느라 강연 전에 미처 사진을 같이 찍지 못한 봉사자들이 있다고 해서 스님은 조금 더 시간을 내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 멜번 정토법당 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단주를 스님이 직접 봉사자들의 손목에 걸어주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단주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스님이 직접 걸어주신다고 하니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봉사자들에게 단주를 선물하는 스님


차량에 올라타고 박스힐 타운홀을 출발하여 9시 30분 무렵에 멜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나서는 이번 시드니 강연과 멜번 강연을 총괄한 정은지 시드니정토회 총무님, 운전을 해주신 김삼구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특히 운전을 해주신 분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사인한 책을 선물했습니다. 

 


▲ 공항 마중을 해준 운전봉사자 김삼구님과 정은지 시드니정토회 총무님

 

밤 11시 10분에 멜번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8시간 30분을 비행하여 타이베이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타이베이공항에서 2시간을 머문 후 아침 8시에 다시 출발하여 인천공항에는 낮 11시 무렵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한국에 귀국한 후에는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손님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
※ 카카오톡으로 '법륜 스님의 하루'를 매일 받아보세요. 아래 배너를 누르고 친구 추가!



전체댓글 38

0/200

법정선

스님! 고맙습니다^^
기사 내주신 봉사자님들 감사합니다~^^*

2016-03-15 04:35:21

베라

정토회에서 가능하면 오래 무료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6-03-11 00:22:31

고철웅

세상의 빛이 되어 주시는 스승님 !
고귀한 말씀을 새기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6-03-10 12:18:3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