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9 충남대 백마홀
취준생, 자존감이 떨어져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있어요

법사님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아침을 열었습니다. 공간이 비좁아도 여럿이서 목소리를 모아 기도하니 힘이 됩니다. 기도를 마치고 공양 준비, 방 청소, 짐 정리를 각각 나누어 하고 다 함께 아침 공양을 하였습니다.

온실 속에서 아침을 맞은 할미꽃
▲ 온실 속에서 아침을 맞은 할미꽃

오늘은 모두 9명이 차를 타고 문경 수련원, 봉화 수련원을 거쳐 대전으로 가는 일정입니다. 문경 수련원에는 오늘 오후부터 수련 들어가는 법사님들을 내려드리고 봉화 수련원에는 희광 법사님을 내려 드린 후, 대전 강연으로 갈 계획입니다.
그득하게 사람과 짐을 싣고 차가 출발하자 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문경 수련원에 도착하니 묘수 법사님, 덕생 법사님, 묘당 법사님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묘수 법사님은 주말에 있을 공동체 봄나들이 일정과 관련하여 스님과 의논을 하였습니다. 서서 짧은 회의를 마치고 문경 수련원을 나와 봉화로 출발하였습니다.

봉화로 가는 길은 낮은 산들이 연속되면서 과수원과 밭이 계속 펼쳐졌습니다. 햇살도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봉화 수련원에 도착하자 스님은 봉화야 말로 감자가 잘 자라는 모래흙이라고 말하면서

“내년에는 봉화에서 감자 실험을 해봐야겠다. 이런 흙에는 땅콩이나 감자가 참 잘 되거든.”

두북에 감자를 심은 밭은 고구마가 잘 되는 진흙 밭이라고 덧붙여 말하며 아쉬워하였습니다. 희광 법사님과 스님은 사무동 앞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옛날 화장실이 있던 공터에는 호박을 심으면 잘 되겠다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스님은 추가로 각 동 앞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각종 꽃을 심어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희광 법사님은 올해 호박을 심어 볼 계획이라고 이야기 하며 가꾸어볼 밭 계획을 논의하였습니다.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 공양을 한 후 스님은

“진달래가 피면 구경 하러 올게요.”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스님은 안동을 거쳐 대전으로 가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간이 약간 빠듯했으나 시도를 해보려는 찰나, 희광법사님에게서 사진기를 놔두고 갔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행자님이 짐을 챙겨 서둘러 나오면서 놓친 것입니다.
스님은

“잘 됐다. 그냥 가던 길로 가자. 안동 통해서 가면 계속 내가 길잡이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졌으니 그냥 가던 길로 가고 나는 휴식하면 되지.”

새로 난 길을 살펴보는 것도 스님의 관심인데 놓친 사진기 덕분에 스님은 휴식해야만 했습니다. 세 시간을 넘어 달려 대전 강연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늘은 청년 강연입니다.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단지 내의 백마홀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자 로비에서 오시는 참석자들을 맞이하는 청년들이 스님을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스님은 “수고가 많습니다.” 인사하며 대기실로 갔습니다. 충남대에서 강의 할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 김세정 철학과 교수님과 강의 전에 잠깐 만나 학교 행정 이야기, 학생들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총 일곱 개의 질문지가 들어 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일곱 개 모두 대화해보자고 말하며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일곱 개의 질문 중 두 번째로 질문한 청년의 고민을 싣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인데, 지금 취업준비 중입니다. 제가 일을 하다가 그만 둔 뒤에 다시 취업을 준비하다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나는 게 무서워서 친구, 동생이나 형들, 친척들까지도 거의 연락을 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 있을 순 없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이고, 사람들을 당당하게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 65세인데, 만약 제가 100미터를 뛴다면 죽을힘을 다해서 뛰어도 25초에 주파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제 건강상태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래도 100미터를 16, 17초에는 주파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지금부터 100일, 즉 석 달 동안 매일 연습을 하면 조금이라도 기록을 당길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TV로 어떤 선수가 100미터를 9.9초에 주파하는 걸 보고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서 10초대에 주파하기 위해 100일 동안 연습을 한다면 저도 100미터를 10초대에 주파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럼 제가 3년, 즉 1000일을 연습하면 될까요?”

“그래도 안 됩니다.”

“그럼 결국 저에게 자존감이 생길까요, 열등의식이 생길까요?”

“열등의식이 생깁니다.”

“그런데 만약에 제가 ‘야, 100미터를 10초대에 주파한 사람도 있네? 내가 아무리 나이가 많고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10초는 몰라도 25초에는 주파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가 100일 동안 연습을 한다면 25초에 주파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가능합니다.”

“25초를 주파한 뒤에 제가 다시 100일 계획을 세워서 ‘24초에 한 번 주파해 보자’고 연습을 하면 24초에 주파를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됩니다.”

“제가 24초에 주파를 한 뒤에 또 100일 계획을 세워서 23초에 주파하는 연습을 한다면 가능할까요, 불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그럼 결국 나에게 열등의식이 생길까요, 자존감이 생길까요?”

“자존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때에는 열등의식이 생기고, 어떤 때에는 자존감이 생길까요?”

“... 불가능한 것을 목표로 했을 때에는 열등의식이 생기고, 자기 능력 안에서 가능한 것을 목표로 했을 때에는 자존감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자존감이 생기고, 안 생기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100미터를 10초에 달리는 사람은 자존감이 생기고, 23초에 달리는 사람은 자존감이 없을까요? 아니면 100미터를 10초, 15초, 23초에 주파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자존감이 생길까요?”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야 자존감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25초, 24초, 23초, 19초, 18초, 15초, 10초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시 말하면, 월급이 300만 원이냐, 200만 원이냐, 150만 원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질문자가 세운 목표를 성취하면 인간의 심리현상에 ‘해냈다’는 기쁨이 생겨요. 성공사례가 축적되면 자존감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워서 실패를 거듭 하면 자존감이 없어지고 열등의식이 자꾸 생기는 거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지금 ‘자존감이 없다’고 하는 건 본인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목표를 세워놓고, 실패를 거듭 하기 때문이에요. 질문자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현실에 있는 자기보다 훨씬 높은, 상상의 자기를 정해놓고는 정작 현실에서 그 이상을 못 따라가게 되니까 현실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서 보기 싫어지는 거예요. 그게 열등의식이지요. 그럴 때 자기가 세운 상상의 자기까지 현실의 자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하느냐? 아니면 상상의 자기를 버려야 하느냐? 어느 쪽이냐는 거예요.

학교에서 여러분에게 가르치기를 ‘꿈을 크게 키워라. 상상을 하라’고 해서 여러분들의 상상이 현실에 있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엔 다 괜찮은 사람들인데, 정작 본인들은 다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 ‘상상의 나’, 즉 ‘가아(假我)’를 버리세요. 그건 자기 자신이 아니고, 머릿속에 그려진 하나의 환상일 뿐이니까요. 현실의 여러분들은 어느 한 사람 예외 없이 다 괜찮은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자기를 직시해라. 자기를 인정해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제가 65세인데, 나와 질문자, 단 둘이 있다면 질문자는 65세 된 영감이 될래요, 20대 후반의 청년이 될래요?”

“20대 후반의 제가 되겠습니다.”(모두 웃음)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질문자가 더 가능성이 높을까요, 제가 높을까요?”(모두 웃음)

“제가 높습니다.”

“취직을 한다면 질문자가 더 가능성이 높을까요, 제가 높을까요?”

“제가 높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야 한다면 질문자가 빠를까요, 제가 빠를까요?”

“제가 빠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질문자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등의식을 갖고 살고, 나는 아무 재능이 없는데도 이렇게 기분 좋게 살까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이미 대학도 졸업했지요? 저는 고등학교 다니다가 그만뒀어요. 그렇다면 질문자와 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저는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출발했어요. 한 방에 형제 6명이 같이 자다가 중학교 때 도시로 나와서 제가 직접 밥 해 먹으며 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래도 저는 자취할 때 방에서 혼자 잤어요. 그럼 전보다 환경이 좋아졌어요, 나빠졌어요? 좋아졌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도시의 너른 집에서, 응접실 있는 집에서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살다가 대학에 진학해서는 작은 고시촌에 들어가 살다 보니까 환경이 나빠졌지요.
우리 세대가 어렸을 적에는 한 방에 여러 명이 자다가 결혼해서 셋방을 하나 얻어서 살았어요. 그랬더라도 환경이 전보다 개선되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엄마, 아빠랑 자기 방도 있고, 너른 응접실에, 세탁기 등 문화시설이 다 갖춰진 데서 살다가 결혼하면, 부부의 힘만으로 방을 하나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방만 있는 원룸이나 작은 거실이 딸린 원 베드룸을 얻을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럼 결혼하기 전보다 환경이 열악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요새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 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결혼생활을 셋방에서 시작했는데, 요즘은 원룸에서도 시작하지 못하는 거예요. 환경이 좋은 데 살다가 낮아지니까 그런 데 살기가 꺼려지는 거예요. 엄마랑 엄마 집에서 사는 게 편할까요, 결혼해서 부인과 사는 게 편할까요?”

“(청중들)엄마랑 사는 게 편해요.”

“예. 늙은 여자랑 사는 게 훨씬 더 편하다니까요.(모두 웃음) 늙은 여자는 다 해 주거든요. 잔소리를 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러니까 사람은 뭔가 나아지는 쪽으로 가기는 쉬워도, 후퇴하는 쪽으로는 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다들 결혼을 망설이는 거예요. 둘이 좋아하는 사이라도 막상 결혼을 해서 방을 얻어 살려고 보니 현재의 환경보다 나빠질 게 뻔해서 결혼할 결심을 못 하고, 환경을 좋게 만든 후에 결혼하려다 보니까 연애를 5년씩, 10년씩 하는 거예요.
또 둘이 노력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까 부모한테 기대는 거고요.

그런데 부모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세요?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면서 돈 벌어서 집도 사고, 너희도 낳아서 키우고, 공부도 시키고 그랬는데, 너는 대학까지 나온 게 왜 부모한테 손 벌리느냐?’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이라는 건 예를 들어서 100만 원 받다가 150만 원 받으면 기분이 좋지만 500만 원 받다가 400만 원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거예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힘든 거예요. 그런데 부모는 또 젊은이들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거예요.

지금은 질문자가 자존감에 대해서 물었으니까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건 좀 놔두고 개인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 본다면, 질문자가 시험을 준비할 때, 제가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제가 100미터를 25초에 달리니까 24초를 목표로 세운다면 성공률이 높고, 그래서 성공을 하고 또 23초를 목표로 세웠다가 성공을 하고, 또 22초를 목표로 세웠다가 성공을 하면, 이렇게 자기가 성공사례를 만들면 자신감이 생기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고시합격을 목표로 해서 도전했다가 5번 떨어졌다면 열등의식이 생길까요, 자신감이 생길까요?”

“열등의식이요.”

“그러니까 대학 졸업 후에 괜히 시간 끌지 말고 조금만 준비해도 갈 수 있는 데에 취직을 먼저 하는 거예요. 월급이나 전망 같은 걸 너무 따지지 말고요. 월급이 많고 전망이 좋다면 너도 나도 다 덤비니까 재수, 삼수, 사수, 오수 한다고 시간을 낭비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열등의식이 생기지요.
예를 들어 내 능력으로는 안 되는 직장을 재수가 좋아서 겨우 들어갔다고 쳐봅시다. 들어갈 때는 기분이 좋겠지만 막상 들어가서 일을 하다보면 자기 능력이 그 회사가 요구하는 걸 따라가기 힘드니까 그 안에서도 기가 죽겠지요? 그러면 늘 긴장하고 살아야 되는 거예요. 잘릴까 봐 걱정되니까 사람들한테 잘 보여야 되잖아요. 다닐 때도 기죽고, 조마조마 긴장하며 살아야 되고, 잘리게 되면 다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전보다 조건이 나쁜 데는 가기가 꺼려지니까요. 그런데 제일 구하기 쉬운 곳, 즉 월급은 적고, 일도 힘든 직장을 구하려면 지금이라도 갈 수가 있어요, 없어요?”

“있습니다.”

“그런 일자리는 지천에 깔렸어요, 구하기가 힘들어요?”

“많습니다.”

“그런 일자리에는 하루 만에 취직이 되겠지요?”(모두 웃음)

“(질문자도 웃음)”

“그런 직장에 다닐 때 사장한테 기죽을 일이 있겠어요?”

“(청중들)안 죽어요.”

“예, 오히려 사장이 조마조마해요. ‘어디 가서 이 월급 주고 저런 사람을 구하겠냐?’ 싶어서 혹시나 나간다고 할까 봐 사장이 겁을 내요. 질문자더러 ‘그런 직장에 갔을 때 목에 힘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직장에 가면 질문자가 그래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예요. 그렇게 다니다가 조금 더 나은 회사가 보이면 그리로 옮겨가면 되잖아요. 놀면서 직장 구하지 말고, 일하면서 옮겨가면 돼요. 만약 그렇게 옮겨 가려고 한다면 기왕에 있던 직장의 사장이 월급을 더 올려줄까요, 안 올려줄까요?”

“(청중들) 올려줘요.”

“질문자가 요구해야 올려줄까요? 아니에요. 사장이 알아서 ‘주겠다’고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질문자가 고용된 형편이라도 갑이고, 사장이 을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사장이 월급을 올려주면 못 이기는 척하고 그냥 있으면 되지요. 질문자가 투쟁을 해서 그냥 있게 되면 서로 힘들겠지만 사장이 사정해서 있게 되면 괜찮잖아요. 그렇게 지내다가 또 괜찮은 데가 보이면 옮기면 되지요. 그때도 사장이 잡으면 남으면 되고, 안 잡으면 가면 되고요.

그리고 또 우리한테는 경험이라는 게 필요하잖아요. 우리가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게 좋잖아요. 하나의 경험만 너무 오래 하면 안 됩니다. 이것저것 해 봐야 진짜 자기 적성에 맞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알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처음부터 시험 쳐서 좋은 직장에 덜컥 합격하면 바꿀 수가 있나요, 없나요? 못 바꿔요. ‘이 직장은 내 적성에 안 맞다’ 싶어도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는 거예요. 그럼 평생 거기에 묶여서 살아야 돼요. 그럼 직장 다니는 재미가 없어지지요. 그러니까 연습 삼아 여기도 좀 다녀보고, 저기도 좀 다녀보는 것도 좋아요. 못 견뎌서 나가는 게 아니고 경험 삼아, 연습 삼아 육체노동도 해 보고, 판촉활동도 해 보세요. 그렇게 경험하다 보면 ‘어? 이거 재밌네?’ 싶은 게 생겨요. 세상 사람들은 ‘그거 별 볼 일 없다’는데, 자기는 참 재미있다 싶은 게 생겨요. 한 5개 정도는 거쳐야 나름대로 해볼 만한 걸 찾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게 또 취미에 맞으면 하다가 나중에 창업을 해도 되잖아요.

예를 들어 대기업에 들어가면 하나의 부속품밖에 안 되는데 작은 회사에 들어가면 자기가 회계도 해야 되고, 영업도 해야 되고, 생산도 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힘은 좀 들겠지만 종합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되지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젊을 때 연습하는 데로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해 보는 게 최고입니다. 그래야 자기 적성도 파악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어차피 대기업이나 공무원은 다들 좋은 직장인 줄 아니까 10명이 졸업하면 자리는 1, 2개밖에 안 되는데 전부 거기에 목매다니까 늘 8, 9명은 열등의식을 갖고 살아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일자리는 당장 월급을 많이 받거나 대우를 받아서 좋을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 을로 묶여서 살아야 돼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공연히 시험치고 공부한다고 세월 보내지 말고, 이것저것 좀 경험해 보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 걸 먼저 찾고, 거기서 또 자기 아이디어를 내어서 새롭게 개척해 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생각을 좀 바꾸면 말이에요. 그리고 우선 취직을 하더라도 합격하기 쉬운 데를 취직해서 6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또 새로 시험 쳐서 다른 데로 가면 ‘아, 난 5번이나 합격했다. 도전할 때마다 합격했다’면서 자존감이 생기지요.

사회적으로 바로 잡아야 될 건 제외하고 개인에만 초점을 맞춰서 요점만 얘기한다면 ‘자기 인생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라. 작은 성공사례를 자꾸 만들어가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 여자 만나서 죽을 때까지 연애하겠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지요? 그런데 ‘난 5명 정도의 여자랑 사귀어 봐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재수가 없어서 안 헤어지면 그냥 살면 되고, 헤어지면 그 자체가 연습이 되잖아요. 내가 그만두자는 게 아니라 상대가 가겠다면 ‘그동안 연습 잘했다’면서 헤어지면 이별이 상처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가치관을 어떻게 갖느냐의 문제예요. 그러니까 자존감이 낮다는 건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욕심이 많아서 현실의 자기를 너무 초라하게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예요. 질문자가 앞줄에 앉았는데, 청중들을 향해서 뒤로 돌아서 보세요.”

“예.”(질문자 뒤로 돌아봄)

“여러분, 질문자가 남자로서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청중들) 괜찮아요.”

“인물도 괜찮고, 키도 그만하면 됐고, 괜찮지요?”

“(청중들)예.”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자기를 너무 높이 설정하는 바람에 현실의 자기에 대한 불만이 생기니까 사람도 안 만나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거예요. 그대로 두면 정신질환이 됩니다. 빨리 방에서 나와서 막노동이라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세요. 시험공부만 하지 말고요.”(모두 웃음)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웃음에 가벼움이 묻어납니다. 이렇게 질문한 것이 참 다행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곱 명의 질문자와 모두 대화를 하고 스님은 책 사인회가 있어 로비로 나갔습니다.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이 구입한 책에 사인을 받고 셀카를 찍느라 왁자지껄하였습니다.
사인회를 마치니 오늘 강연을 준비한 청년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스님과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해 있다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스승의 날은 아니지만 때 이른 청년들의 ‘스승의 은혜’ 노래로 늘 스승의 날이기도 함을 생각해 봅니다.

청년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차는 서울로 달렸습니다.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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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참석자

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7-04-01 22:57:49

^^^^

과연 가볍고 지혜로우신 말씀이세요^^*심장병은 뛰면 안되세요 ㅜ

2017-04-01 12:36:56

자료

차기 댕통령이 되시면...

2017-04-01 08: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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