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15 행복한 대화 충주학생회관
착한 사람이 무서운 이유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종교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평화재단으로 출근하였습니다. 종교인 모임을 마치고 난 후에는 각 부서 책임자들과 2018년 일정을 논의하며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후 방문한 정치 지도자와 지방 분권과 여야 협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밀린 업무를 처리한 후 충주로 출발하였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답게 여지없이 기온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낮에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있었습니다. 이곳 충주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봉사자 50여 명이 살짝 긴장한 가운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행복학교에서 처음 맞이하는 스님의 행복한 대화라 훨씬 더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돋보였습니다. 포토존도 마련해놓고 즉석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는 이벤트를 마련하여 점점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습니다.

총 350명이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어깨를 움츠리고 들어섰던 분들도 이내 훈훈한 분위기에 편안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었고, 스님은 수능과 지진 이야기로 말문을 열며 놀란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자기 자랑 아니면 남의 험담이 주가 되는 말이 싫어서 입을 다물고 살고 있으며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다는 분, 이혼 후 남편에게 22살의 아들이 있는데 본인은 아들을 안 보고 싶고, 남편에게도 그렇게 요구를 해오고 있는데, 시어머니께서 자꾸 관계를 이어주려고 하는 것이 싫다는 분, 친정 부모님이 늘 다투며 살고 계셔서 힘들다는 분, 남편이 수술 후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그런 남편에게 독설과 안 좋은 표정으로 대하는 것이 고민인 분, 어떤 스님이 향 켜고 촛불 켜고 청결하게 하고 기도하라 하셨는데, 그렇게 하면 귀신 나온다고 하는 얘기도 있어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분, 여동생이 유방암으로 온몸에 전이가 된 상태라서 많이 우울하고, 거기에 아들이 삐딱하게 나가고 말을 안 들어서 고민인 분,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요즘 느끼는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에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첫 번째 질문을 소개합니다.

“평상시에 말을 잘 안하고 지내는 편이에요. 내 이야기가 자랑이나 다른 사람 험담으로 들리는 것 같아서 말을 안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말도 잘 못하고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고 만족감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말을 못 한다더니 아주 잘하네요.” (청중 웃음)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말을 못하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다가 한꺼번에 폭발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말을 하고, 안 하고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옳다, 그르다 하는 시비분별의 유무입니다. 시비하는 마음이 없어야 해요. 그것이 진정으로 말이 없는 자세입니다.

질문자는 말을 하면 주로 자기자랑이나 다른 사람 험담을 하게 되는 것이 싫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겉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겉으로 말만 안 할 뿐이지 속으로는 시비분별이 계속 생기면 결국 말을 하는 사람보다 스트레스가 더 많게 됩니다.

그래서 스님이 늘 ‘착한 사람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청중 웃음) 남자든 여자든 착한 사람은 말을 안 하니까 남이 보면 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분별이 많습니다. 반면 말이 많은 사람은 그걸로 평소에 스트레스를 푸는 거예요. 옛날에도 아녀자들이 빨래터에 나가서 남편 욕도 하고 시어머니 욕도 하면서 빨래를 두들겨 팼잖아요. 그게 다 빨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었어요.

스트레스가 없어서 말하지 않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 할 말은 있는데 겉으로 뱉지 못하는 것이라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더 쌓이게 돼요. 할 말을 있지만 겉으로 뱉지 못하는 침묵은 말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제일 하수는 화난다고 생각나는 대로 다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남도 화나게 만들고 결국 갈등을 빚어냅니다.

그 다음 하수는 침묵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입니다. 물론 화나는 대로 다 말하는 사람보다는 침묵이 나아요. 적어도 남과의 갈등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침묵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자기 속에 스트레스는 더 쌓여갑니다. 화병이 나서 병원에 찾아가면 의사선생님들이 오히려 그냥 욕을 하라고 할 때가 있죠? 병을 치유하기 위함이에요. 가령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병원에 가면 인형에 남편 얼굴을 붙여놓고 두들겨 패도록 하기도 해요. 어떻게든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중 웃음)

스트레스를 마음 속에 계속 쌓아두면 병이 됩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게 다 드러내고 말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게 참는 것이 수행은 아닙니다. 그리고 참는 것은 세 번을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또 참았다가 터지는 것은 그냥 터질 때보다 강도가 더 셉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참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참을 것이 없는 것이 진정으로 참는 것입니다. 이 말은 모순 같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참을 것이 없다는 것은 곧 시비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내가 시비를 하지 않으면 애초에 참을 일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수행입니다. 이 방식은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나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요.

성질나는 대로 모두 다 말하면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성질은 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괜찮지만 나에게 피해를 줍니다. 반면 다른 사람도 좋고 나도 좋으려면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즉, 시비분별이 없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겉으로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온갖 시비를 다 하고 있어요. 그런 방식은 해결책이 아니에요. 그러니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이걸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겉으로 말만 안 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도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하지 않아야 해요. 남이 무엇을 하든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정도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리고 말을 안 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 마음속에 시비분별이 사라져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말은 해야 합니다. 내가 물을 쏟으려고 하는데 거기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어야 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잖아요. 또 밥을 해놓고도 먹으라고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어떻게 알고 와서 먹겠어요. 그러니 내 시비분별과 상관없이 알림의 말은 늘 필요해요.

여러분들이 화가 날 때도 꼭 참아야 되는 게 아니라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화가 나네요’ 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화가 나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그걸 표현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 때문에 내가 화가 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 탓을 하는 거니까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 상대방도 기분이 나빠지는 거예요. ‘당신 때문에’가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화가 나네요’ 하고 내가 화가 나는 사실을 알리는 거예요. 상대방을 시비하는 게 아니라 나의 상태를 알려주는 겁니다. 이렇게 알리는 것은 상대 탓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아요. 그리고 알려주어야 상대방도 내 상태를 알 수 있어요. 동시에 상대 탓을 하지 않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고 ‘아, 이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는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속으로는 시비분별이 끊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나마 지금은 글을 통해서 표현하니까 조금 덜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우울증이나 화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요. 그러니 속으로도 시비하지 않아야 해요. 그리고 알림의 말은 필요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갖고 살아가면 남의 말이나 행동에 덜 끄달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덜 놀아나게 돼요. 누군가 ‘법륜스님 훌륭합니다’라고 해도 그저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내가 훌륭한 게 아니라 저 사람 보기에는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고, ‘당신 나쁩니다’라고 해도 ‘저 사람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는구나’ 할 뿐이에요. 그런 만큼 마음도 덜 들뜨고 덜 가라앉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질문자도 말하기 연습을 조금씩 하세요. 알림의 말을 연습해야 합니다. 나를 알리는 말, 상황을 알리는 말은 필요해요. ‘물 흘러갑니다’, ‘돌 굴러갑니다’, ‘밥이 다 되었습니다’ 와 같이 명령도 시비도 아닌, 알림의 말을 자꾸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마음이 불편한 순간에도 ‘당신 때문에’가 아니라 ‘내가 지금 마음이 불편하네요’, ‘내가 지금 화가 나네요’, ‘내가 슬프네요’, ‘내가 졸리네요’ 하고 내 상태를 알리는 거예요. 내 상태를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내 상태를 알려야 상대방도 나에 대해 알 수 있잖아요.

‘말 안 하는 거 무섭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말을 안 하면 정작 상대방은 답답해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상대방이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함부로 말하라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알림의 말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을 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역시 오늘도 답답한 질문에 우문현답으로 임해주셔서 추운 날씨에 오신 분들에게 지혜의 외투를 하나씩 입혀 보내시는구나 느껴졌습니다.

스님은 강연이 끝나고 나가면서 부모님 모시고 오셨던 3번째 질문자의 부모님께 악수를 청하셨습니다. 그러자 잠깐 방청객들이 스님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부모님 이야기를 곁들여서 질문에 대답을 할 때 스님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질문자에게 소감을 물으니 “남편과 7~8년동안 말을 안 하고 살았는데, 오늘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림으로써 나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했습니다.

다른 한 분은 “도움은 도움을 청하는 이에게 줄 때 진실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간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은 ”바쁜 시간 쪼개서 왔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정토회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 고 말하였습니다.

오늘은 사인회는 없었고 행복학교와 전체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이 있었습니다. 한바탕의 축제가 끝나고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귀가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밤늦게 스님은 내일 강연을 위해 울산으로 갔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최익란 (글), 박인숙 (사진), 조태준 (녹취)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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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볼려고 앴는데.전혀 않됩니다.조심을 하는하루 하루..또 당했다...너무 당황스럽고 놀래어 .....사람이 무섭다....

2018-04-25 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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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것이 없는 것이 진정으로 참는 것입니다. ... 참을 것이 없다는 것은 곧 시비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내가 시비를 하지 않으면 애초에 참을 일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수행입니다. ]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즉, 시비분별이 없어야 합니다.] [...내 마음 속에서도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하지 않아야 해요. 남이 무엇을 하든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 명령도 시비도 아닌, 알림의 말..어렵네요 ㅎ

2017-11-23 03:24:48

정지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화가 나네요’
그저 알림에 표현을 할 뿐 억압이나 참는것은 다른 화를 부른다.
감사합니다.^^

2017-11-21 09: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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