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11. 행복한 대화(6) 김해
“조울증에 걸린 남편, 더 이상 그를 지켜볼 힘이 없어요.”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강연이 끝난 후 질문자는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라고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방향이 잡히고 확신도 생겼다' 며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김해시청에서 ‘행복’을 주제로 김해시민 900여 명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상주에서 강연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스님은 오전 내내 텃밭과 화단을 가꾸었습니다. 스님은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는 소나무 때문에 주변의 꽃과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하면서 주변의 경관을 해치는 소나무 가지들을 잘라 내었습니다.

잘라낸 소나무 가지는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쌓아두었습니다. 소나무 그늘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묵혀져 있던 밭은 갈아서 고소를 심었습니다.

그동안 참새들의 밥이 되다시피 한 들깨는 잘라서 잘 마를 수 있게 비닐하우스 안에 널어두었습니다. 들깨를 수확하고 난 빈자리는 다시 땅을 갈아서 고소와 상추를 심었습니다. 마치 스님의 빈틈없는 일정처럼 땅도 어느 곳 하나 노는 곳이 없습니다. 주변 정리가 끝나자 점심 식사를 한 후 강연이 열리는 김해시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김해시청 입구 화단에는 가을을 알리는 빨간 샐비어와 노란 만수국이 소복히 피어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7시가 되기도 전에 강연장에 미리 준비한 420석의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뒤에서 서서 듣는 분이 더 많을 정도로 강당이 꽉 찼습니다.

7시가 되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스님의 여정이 담긴 소개 영상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첫 순서는 우리 동네 행복이야기 시간, 강연장을 찾은 분들에게 설문을 했는데 57%가 요즘 행복하다고 응답한 것을 보고 스님은 “대한민국의 평균 행복도보다 김해시민의 행복도가 더 높은 것 같다” 며 환한 웃음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총 7명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남편의 조울증으로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결혼 30년 차 주부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심리가 불안정한 남편, 도망치고 싶어요.

“저는 결혼 30년 차 50대 주부입니다. 결혼 초기부터 남편과의 갈등으로 많이 힘들어했고, 갈등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지금 남편은 조울증이 함께 온 상태라 약을 처방해서 먹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남편 상태를 볼 때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젠 더 이상 그 사람을 보아낼 힘이 없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남편은 공황장애, 분노조절 장애, 우울증, 조울증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아요. 3년 전 남편이 술을 먹었기 때문에 제가 대신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아들 부부와 제가 4명이 같이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남편은 운전 도중 차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발작을 했습니다.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기에 제가 흥분을 가라 앉혀서 진정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막 하는 거예요. 그래서 큰아들까지 불러서 상황을 진정시킨 일도 있었어요.”

“질문자가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그 모든 것은 딱 한 가지예요. 증상을 들어보면 남편은 정신 질환자입니다. 그렇다면 길은 두 가지밖에 없어요. 첫째, 환자와 헤어지는 길이 있어요. 둘째, 환자를 치료하는 길이 있어요.

‘내가 처음 당신하고 살 때는 당신 덕 보려고 살았는데, 당신이 병이 나서 이제는 별로 도움이 안 되니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 이렇게 얘기하고 헤어지든지, 그렇지 않으면 남도 아니고 내 남편이고 아이 아빠이기도 하니까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내가 돕든지, 길은 두 가지 밖에 없어요.”

“처음에는 남편이 굉장히 저항을 했습니다. 정신병자로 만들 거냐, 정신 병원에 데려가려고 사람을 몰아붙이는 거냐 그랬어요.”

“그런 행동들이 다 환자의 증상 중 하나입니다. 환자인 사람을 정상적인 사람 기준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하니까 지금 시비가 생기는 겁니다. 발작을 하면 빨리 차를 세우고 병원에 바로 가든지, 안 그러면 발작이 가라앉도록 기다려야 돼요. 그런데 ‘발작을 하지 마라’, ‘지금 여기가 어딘데 왜 그러느냐’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는 상대가 환자가 아니라 정상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냥 환자일 뿐이에요. 질문자는 지난 30년 동안 환자를 환자로 인정하지 않고 정상인을 기준으로 ‘당신이 문제다’ 이러면서 살았던 거예요. 눈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당신은 길도 제대로 모르나’, ‘당신은 앞도 제대로 못 보나’ 이렇게 얘기하는 것과 똑같아요.”

“제가 남편이 정상 수준을 넘어간다는 것을 한 7년 전에 알게 되었어요.”

“벌써 30년을 같이 살았는데 7년 전에 남편이 환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23년은 남편에 대해 아무런 관심 없이 본인 생각만 하고 살았다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지금도 남편에게 시비를 하고 있다면 남편을 아직도 사실대로 안 보고 있다는 거예요.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해도 그것은 환자가 발작을 한 것이기 때문에 시비할 대상은 아닌 거예요. 다만 발작이 질문자한테 어떤 신체적인 위협이 있거나 집안의 도구를 부수거나 한다면 아무리 남편이라고 해도 격리수용을 해야 합니다. 격리수용이 필요하다 싶으면 경찰에 전화하거나 정신과에 전화해서 입원을 시키고, 진정이 되면 다시 집에 데려다 놓고, 또 발작을 하면 격리수용하고 이렇게 하면 됩니다. 그것 때문에 ‘남편이 문제가 있다, 없다’, ‘남편과 같이 산다, 못 산다’ 이러는 것은 남편을 정상적인 사람의 기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게 두고 있다는 반증이에요.

남편은 환자다

그러니 ‘남편은 환자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세요. 자꾸 남편한테 ‘그래서 되겠느냐’ 하는 것은 아직도 남편을 환자로 못 보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말을 하니까 남편이 발작을 일으킨 것이에요.

질문자의 남편은 정신질환자예요.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면 눈에 보이는데, 정신질환은 눈에 안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남편의 증상은 초, 중, 말기로 볼 때 중간 수준을 넘어서 있어요. 남편은 환자예요.

환자와 같이 살 건지, 안 살 건지의 문제는 저한테 물을 문제는 아니에요. ‘내가 환자와 살 일이 뭐가 있나’ 싶으면 헤어지면 돼요. ‘환자는 치료해야 된다. 헤어지더라도 치료해주고 헤어지자’ 이런 마음이 들면 치료에 집중을 해야 될 일입니다.

치료한다고 해서 완치가 될지 안 될지, 또 언제까지 치료해야 될지 알 수 없어요. 그러나 남편은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치료가 되든 안 되든, 같이 살든 안 살든, 본인이 괴로울 일은 없어져요. 어떤 행동을 해도 ‘아, 발병을 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당신 왜 발병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그건 환자라고 인정을 안 하는 거예요. 알코올 중독자에게 ‘당신 왜 술 먹어요? 술 끊으세요.’ 이런 말하고 똑같아요. 술을 끊고 싶다고 끊어지면 그건 중독이 아닙니다. 중독이라는 것은 본인이 끊고 싶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닌 것을 말해요.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여보, 진정하세요’ 한다고 진정이 안돼요. 진정하라고 해서 진정이 된다면 그건 환자가 아니지요.

‘우리 남편은 지금 감정 조절이 안 되는 환자이다.’

이렇게 인정해야 합니다.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될 사람입니다.

‘내가 이 남자와 인연이 되었고, 애들 아빠이기도 하니까, 치료하는 걸 도와줘야겠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돼요. 애들이 스무 살이 넘었다면, 남편과 같이 살지 말지 여부는 자유롭게 결정하면 됩니다. 환자와 같이 사는 것은 너무 어려우니 치료는 해주지만 같이는 못 살겠다면 본인이 선택해서 그렇게 결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남편 때문에 내가 힘들다면 그것은 남편이 환자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약간 남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잖아요. 더욱이 본인이 불자라면 이런 남편을 버리면 안 되겠죠. 그러니 치료를 해주세요. 결혼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나는 내 삶이 있기 때문에 내 삶을 살면서 치료를 도와주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 급한 것은 남편은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매일 아침 일어나 기도할 때 ‘남편 병이 낫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지 말고, ‘우리 남편은 환자입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질문자는 항상 ‘우리 남편은 환자입니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이렇게 108배하면서 매일 기도하세요. 꿈속에서도 남편은 환자라는 것을 인식할 만큼 기도를 하면 더 이상 아무런 번뇌가 생기지 않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질문한 분에게 찾아가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라고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방향이 잡히고 확신도 생겼다” 며 한 결 편안해진 얼굴입니다.

공감하며 웃다 보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칠 때까지 나가는 분들도 거의 없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강연을 마치면서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셨느냐?” 는 스님의 질문에 모두가 웃으며 “예”하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행복해야 된다”라고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행복학교를 추천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리포터 송현숙 사진 강문헌 녹취 김윤진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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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순간 찰나찰나 움직이는 내가 알아차려집니다
그저 알아차릴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0-19 12:00:39

지혜승

네, 고맙습니다 :)

2018-10-17 14:43:11

겸손

관점을 딱 잡아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행복학교 분홍빛 이름표들고 환하게 웃으시는 두분 아름답습니다

2018-10-15 08: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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