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16. 9-9차 천일결사 입재식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가 이 세상에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 중 제9차 천일결사 중 제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8,800일째 기도를 회향하고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어제 부산 시청에서 외국인을 위한 즉문즉설을 마친 스님은 울산 두북에서 묵은 뒤 아침 일찍 제9-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전남 화순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행사가 열린 전남 화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에 도착하자 광주전라지부의 활동가들이 활기차게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광주전라지부와 대전 정토회는 화순에서 입재식에 참석하고 나머지 지역과 해외에서는 각 법당에서 생중계로 행사를 보며 입재식을 함께 했습니다. 전국에서 7,700여 명이 입재식에 참여했습니다.

정토회 대표 김은숙 님의 인사말로 제9-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시작됐습니다. 대표님은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라도에서 입재식이 열렸다. 화순으로 오는 길에 5.18 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애썼던 분들이 생각나 감사했다.”라고 하면서 “이번 여름에도 나의 행복을 알리고 나누고 안내하는 백일이 되자”며 행사를 활짝 열었습니다.

한 곳에서 함께 할 수 없는 대신 영상으로 각 지부와 법당을 소개했습니다. 거리에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낼 옥수수 1만 톤 모금 캠페인을 하면서 법당을 소개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대전 정토회에서 여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다 함께 흰 두루마기를 입고 아리랑을 합창하는 뒤로 독립운동에서부터 민주화운동을 했던 흑백 사진이 흘러갔습니다. 아리랑이 끝나자 두루마기를 벗어던지고 ‘제3한강교’라는 곡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강물은 흘러갑니다”라는 노랫말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한 편의 공연을 본 듯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백일 간 정토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백일 간의 발자취’ 영상과 JTS가 중국을 통해 옥수수를 지원하고 있는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가난한 어린아이를 돕는 보호자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지킴이다!”

지난 8차 입재식 스님의 법문 이후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구를 아끼고 가난한 어린이를 돕고 평화를 위해 힘쓴 다양한 활동들이 영상 속에서 지나갔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로 알차게 백일을 채워온 정토행자님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어서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분들의 수행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순천 정토회 순천 법당의 장혜옥 님이 발표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부모님에게 효도하기 위해 쉽게 결혼을 했습니다. 저는 현모양처가 되어 남편을 출세시켜 저의 의지처로 삼으려고 물심양면 애를 썼지만, 결혼 10년 동안 제게 남은 것은 빚더미와 원망뿐이었습니다. 매일 배게가 축축이 젖을 정도로 울면서 화병과 우울증에 빠졌고 남편을 보기만 해도 미웠습니다. 걸어 다니는 다이너마이트였습니다. 거기다 두 아들에게는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힘든 시기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정토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참회기도를 하다 보니 남편 덕을 보려는 욕심이 보였습니다. 원래 저라면 두 아들에게 찾아온 공황장애를 두고 하늘을 원망하고 자책했겠지만 수행하면서 이 과보를 달게 받겠다는 마음을 내게 되니 담담하고 편안해졌습니다.

수행하고 봉사하면서 남편과 다툼이 많이 줄었습니다. 법당 일이 바쁘다 보니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싸울 틈이 없습니다.(모두 웃음) 법당 일로 바쁜 저를 보고 남편이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물으면 가정만 돌보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자뻑하기도 합니다. (모두 웃음, 박수) 남편을 원망했었는데 이제는 저를 여기까지 인도한 남편이 바로 관세음보살의 화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누구보다 행복합니다.”(모두 박수)

마음 하나 바꾸면 달라지는 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워싱턴 정토회의 유주영 님이 수행담을 발표했습니다. 먼 곳에서 온 유주영 님에게 대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유주영 님은 원망스럽던 어머니와 남편을 이해하게 되고, 법당 총무로 활동하면서 자신을 알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지도법사님이 가장 무섭다는 '착한 여자'였습니다. (모두 웃음) 항상 부모님 말씀을 따랐고, 희생해서라도 다른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려 했기 때문에 제가 옳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니 누가 제게 문제를 제기하면 억울했고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을 탓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애쓰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제게 비판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수긍하지 못하며 항상 저를 피해자로 여겼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계속 문제 제기를 해준 도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제가 전도 몽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도반들이 저에게 해주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겨 편안해졌습니다.”

수행담으로 인해 한층 감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님이 법상에 올라 9-8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정토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넨 뒤 처음으로 입재식을 주관한 광주전라지부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 90번이 넘는 입재식을 했는데, 처음으로 광주전라지부에서 입재식을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적으로 치우친 곳이기도 하지만, 광전 지부의 정토행자 수가 가장 적다 보니까 한 번도 주관을 하지 못했습니다. 1차 만일 결사가 끝나기 전에 광전지부에서 입재식을 하게 돼서 저도 무척 기쁘고 주관한 여러분도 뿌듯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박수)

이어서 지난 백일 동안 잘한 일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는 이번 봄 불교대학에 새롭게 4천여 명이 입학한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북한 어린이에서 만 톤의 옥수수를 보내기 위해 모금활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오늘까지 총 1만 3천 명이 참여해서 옥수수를 오천 톤을 살 수 있을 만큼 모금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두 박수)

요즘 남한 사회도 실업자가 되거나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자영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을 챙기지 않고 북한 사람들을 돕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어려움은 밥을 굶는 어려움은 아니에요. 북한 사람들은 실제로 밥을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 상태로 있거나 심지어 굶어 죽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의 상황을 두고 둘 다 ‘어렵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 어려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상황은 천양지차(天壤之差)입니다. 둘 다 ‘가난하다’고 하지만 실제 그 가난함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그래서 사회 일부에서 ‘왜 우리 국민이 어려운 것은 외면하고 핵미사일을 쏘는 북한 사람들을 돕느냐?’는 비난과 흑색선전이 있는데, 실제 상황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문제 제기는 올바른 인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상이나 사진에 나온 북한 아이들은 비교적 잘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아이들이 옷도 잘 입고, 잘 먹는 것 같은데 왜 도와주느냐? 하는 문제제기를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 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그래도 도와주는 스님이 왔다며, 부족한 옥수수로 국수도 만들고 떡도 만들어서 상을 차린 거예요. 또 없는 옷을 모아서 아이들한테 입힌 겁니다.

우리나라 문화를 생각해보면 외부 손님이 오면 ‘우리는 가난하니까’하고 찬물만 떠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옆집에서 음식을 꿔서라도 뭘 차려서 먹잖아요. 그래서 그날도 ‘손님이 온다고 차려놓았구나’ 생각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평상시에도 이 정도는 먹을 수 있는지 아니면 그날이 특별해서 그렇게 먹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스님이 이거 하나 먹어봐도 되겠니?’하고 물어본 거예요.

사실 옆에 계신 선생님한테 물어보기가 애매했습니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먹는다면 상관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선생님 입장에서 ‘평상시에도 그렇게 먹습니다’라고 대답하기도 그렇고, 또 그렇다고 ‘오늘만 이렇게 먹습니다’라고 말하기도 곤란합니다. 아마 머리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그냥 선생님한테 대놓고 물었을 거예요. (모두 웃음)

저도 처음에는 선생님한테 물어볼까 했는데, 들어가서 분위기를 보니까 ‘오늘 손님이 와서 이렇게 차려놨구나’ 하고 느껴져서 선생님이 대답하기가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옆에 앉은 아이한테 물어본 거예요. ‘스님이 이거 하나 먹어봐도 되겠니?’하고 손으로 집어서 입 가까이 가져가니까 대답은 하지 않고 아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거예요. 접시 위에 떡이 4개였는데, 아마 매일 먹는 음식이었으면 ‘네’하고 대답했겠죠. 그런데 대답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 ‘아, 평상시에는 못 먹는 음식이구나’하고 알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옷도 잘 입고, 잘 먹는 것 같은데 왜 도와주냐?’라고 JTS에 전화를 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하다가도 사람은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에, 또 자기 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긴 한데,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아무리 자기 배고픈 게 아니고,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굶어 죽는 사람을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거든요. 그러나 배고픈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매년 20일 이상 단식을 하며 배고픈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스님은 이런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을 향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마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의 굶주림을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스님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서 그런지 행사장에 앉은 정토행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옥수수 1만 톤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우선 WFP(World Food Programme,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북한에 식량이 126만 톤 부족하다고 발표한 객관적인 자료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것에 기반한 것입니다. 작년부터 이미 비공식적으로는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우리가 비공식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으니 공식적으로 요청하라는 답변을 주었고, 작년 9월에서야 비로소 공식적인 요청이 와서 행동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사정이 정말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주는 음식이 잘 전달되는지를 의심하고자 하면 끝이 없지만, JTS 책임자가 직접 방문해서 상황을 지켜보았고, JTS가 지원하는 음식도 잘 전달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의심병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 오늘 이렇게 길게 설명을 드리는 거예요. 혹시 그 사람이 자기는 아닌지 각자 한 번 생각해보세요. (모두 웃음)

평소 의심을 한 사람은 ‘법륜 스님이 오늘 모인 7천 명을 두고 저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자세히 설명을 하는 것은 의심 많은 나 한 사람을 위해서구나’ 이렇게 아셨으면 해요.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드렸는데도 아직 의심이 남는다면 그건 해결할 도리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마음을 내서 모금해주신 것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가뭄이 들면 감자가 적게 생산됩니다. 게다가 굶주리면 감자가 다 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캐 먹게 됩니다. 옥수수도 다 여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먹게 돼요. 그래서 한 번 굶주리기 시작하면 음식 부족의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조기 수확을 막으려면 최소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이 긴급하게 공급되어야 합니다. 지금 많은 나라에서 인도적인 식량 지원을 하고 있지만, 북한이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문제를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미국이 아직 손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미국은 아직 한국이 하는 건 용인하겠지만 본인들이 직접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런 면에서도 우리가 올해 자부심을 느껴도 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북한동포 돕기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조금 어려운 결정이지만, 북한에 가면 수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생명의 씨앗이 됩니다. 이 점을 꼭 아셨으면 해요.

여러분이 직접 북한에 가서 그 모습을 실제로 보고 도움의 손길을 주면 가장 좋은데,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그저 주변에서 듣고 온 이야기만 듣고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오늘 입재식을 맞이해서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립니다. 적어도 6월 30일까지 앞으로 14일 동안은 북한 옥수수 보내기 모금 운동에 전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모금에 동참해주신 분들께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박수)

길거리에서 모금 캠페인을 하고, 2개월 치 월급을 기부하고, 보이지 않게 정성을 기울여 모금에 동참했던 정토행자들은 스님의 거듭된 감사 인사에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스님은 세 번째 잘한 일로 자원봉사를 꼽으며 활동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세 번째 잘한 일은 여러분의 자원봉사활동입니다. 정토회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법륜스님, 법사님들, 실무자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러분의 자원봉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토회 정도 되는 규모의 단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 필요합니다. 지금 정토회에는 법륜 스님을 비롯해서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의 수가 113명입니다. 그리고 집에서 살긴 하지만 직장에 출근하듯이 정토회에 주 5일 이상 나와서 일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300명이 넘습니다. 이 사람들을 합하면 400명이 넘는데, 한 사람당 월급을 100만 원만 준다고 해도 한 달에 월급으로만 4억이 넘는 돈이 필요합니다. 1년에 50억 가까운 돈이 필요한 거예요. 정토회에 1년 동안 들어오는 수입을 다 모아도 그 돈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원봉사를 하지 않고, 정토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게 되면 정토회는 적자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동포돕기로 옥수수 1만 톤을 보낸다는 것은 정토회로서는 매우 큰 결정입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있지만 이 정도의 규모로 지원을 결정한 곳은 아직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지원금을 일부 내고 나머지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 우리는 정부의 돈을 받지 않고 모두 우리가 내는 돈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정토회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동포돕기를 결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런 활동을 위해 봉사하려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단체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세계 곳곳을 다니다 보면 법문을 듣고 삶이 변했다면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보는 사람은 법륜 스님이지만, 여러분들이 뒤에 있기 때문에 법륜 스님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긍심과 정토행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0일간 우리가 한 활동들은 나를 위해서도, 우리 이웃을 위해서도, 또 세상을 위해서도 정말 소중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도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큰 박수와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9-8차 회향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12시 30분부터는 점심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데다, 행사장 바깥으로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돗자리를 펼쳐놓고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기 좋았습니다. 스님도 도시락으로 얼른 식사를 한 후 한 바퀴 둘러보며 대중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북한에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모금도 한창이었습니다.

이어서 오후 2시부터는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과 함께 9-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오후 프로그램의 첫 순서는 ‘정토행자 한마당’입니다. 광주전라지부에서 야심 차게 준비했습니다. 먼저 전주 정토회에서 ‘모두가 꽃이야’라는 주제로 꽁트를 선보였습니다. ‘흑과 백’, ‘도와돈’, '‘영남과 호남’, ‘좌파와 우파’ 등 대립되는 두 사람이 나와 싸우면 ‘모두가 꽃이야!’하고 외쳤습니다. 짧은 꽁트였지만, 모두가 있는 그대로 소중함을 잘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무대는 순천 정토회에서 선보였습니다. 순천 정토회 남자활동가들이 예쁘게 꾸미고 나와 앙증맞고 귀여운 춤을 추고, 여자 활동가들이 턱시도를 입고 나와 절도 있는 댄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왁자지껄 한바탕 어우러진 후 후끈 달아오른 열기 속에서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이번 결의식에는 무려 1100여 명이 새로 입재했습니다. 대부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분들이었습니다.

법요집에 나온 순서에 따라 먼저 천일결사 입재의 취지에 대해 스님이 낭독했습니다. 그런 후 스님은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섯 가지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지 그 다짐을 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이루기 위한 만일결사에 동참하여 정토행자로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다음은 선배 도반들이 염주를 증정해 주었습니다. 염주를 걸어주자 나머지 대중은 큰 박수로 환영해주었습니다.

신규 입재자들이 합장을 하자 이어서 법륜 스님이 신규 입재자들을 위해 발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신규 입재자들이 오늘 세운 이 서원을 생활 속에서 늘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발원을 해주고 격려하는 법문도 해주었습니다.

다음은 제9-9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대중이 청법가와 삼배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무대에 올라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제9-9차 백일기도에 입재하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원(願)을 세우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은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그런 마음을 내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새롭게 백일을 시작하면서 이것을 각자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우선 지금 어떤 사람인지 살펴봅시다.

나는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
나는 지금 남편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아내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자식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부모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직장 때문에 괴롭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살아가면서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고 진단이 되는 사람은 손 들어보세요.”

“...”

“아무도 없어요? 와, 굉장합니다. (모두 웃음) 자기 스스로 진단했을 때 지금 괴롭다면, 그 이유가 남으로부터 도움을 얻고 싶은데 도움이 주어지지 않아서 괴로운 것인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아내에게 덕을 보려고 장가를 갔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남편에게 덕을 보려고 시집을 갔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부모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자식이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직장 동료가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도움이 안 돼서 괴롭다고 진단이 된다면, 이 사람은 남을 돕기보다는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즉,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 해가 되는 사람입니다. 즉,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합니다. 남편과 함께 사는데 남편이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아내와 함께 사는데 아내가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아이들이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부모님이 나로 인해 괴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괴로워합니다. 남을 괴롭히고 나도 괴로운 사람을 ‘범부 중생’이라고 합니다.

자기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지 잘 모르면, 주변 사람이 ‘당신 때문에 괴롭다’는 말을 하면 지금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은 손 들어봐요.”

“...”

몇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청중석에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제 좀 솔직해지셨네요. 남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 그리고 나도 괴로운 사람이 사람 가운데 최하수입니다. 자연계에 있는 토끼나 다람쥐 같은 짐승들을 보면 다른 동물에게 덕을 베풀지도 않지만 해를 끼치지도 않습니다. 토끼나 다람쥐는 괴롭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범부중생은 짐승보다 못한 거예요. (모두 웃음)

그래서 사람이 너무 힘들면 날아가는 새를 부러워하고, 산에 사는 다람쥐를 부러워하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부러워합니다. 자기가 너무 힘드니까 짐승을 부러워하는 거예요. 이렇게 부러워한다는 것은 짐승보다 못하다는 의미예요.

현실은 남을 괴롭히고 나를 괴롭히는 짐승보다 못한 존재지만 9차 백일기도 동안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 남을 괴롭히는 행동은 멈춘다.
둘째, 나도 괴롭지 않은 사람이 된다.
셋째,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다.
넷째, 무지를 깨쳐서 붓다의 길을 가는 사람이 된다.

이런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 봅니다. 아직 부족한 현실이지만, 괴롭지 않은 사람이 되어서 내가 숨 쉬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세상에 득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어디를 가도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얘기를 듣는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런 목표가 나에게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심리적 부담이 되어서 ‘그걸 해줘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그런 욕심이 없는 존재가 바로 보살이고, 붓다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 존재로 나아가자는 말씀을 9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여러분께 선물로 드립니다. (모두 박수)

곧 무더위기 기승을 부리면 많이 덥습니다. 절을 하면 덥다고 포기하기 쉬운데, 포기하지 말고 이열치열(以熱治熱)로 해보세요. 춥든 덥든 따지지 말고 ‘하기로 했으면 한다’, ‘그냥 한다’ 하는 마음으로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실천과제가 주어지면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9차 백일기도 지금 출발합니다. 다 같이 따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대중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9차 백일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출발합니다는 스님이 지난 만일 결사를 해오면서 매일 아침 가슴에 새긴 명심문이기도 합니다. 스님의 명심문이 대중의 명심문이 되는 순간이어서 이 순간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광주정토회 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와 ‘광야에서’를 멋지게 합창하며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다음으로 9차 백일기도 기간 동안의 실천과제에 대해 행정처장 양윤덕 님이 나와 발표해 주었습니다. 9차에도 역시 불교대학, 행복학교 홍보하기와 북한에 옥수수 1톤 보내기가 실천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닫는 말씀은 항상 정토회 대표가 해왔는데, 오늘은 특별히 전라도가 고향인 길벗 김병조 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불모지나 다른 없던 우리 광주전라지역 정토회가 이렇게 성대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감격입니다. (모두 박수)

이순신 장군께서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이는 나라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약무호남 시무정토회(若無湖南 是無淨土會)'입니다! 오늘의 기점으로 이제 광주전라 없이는 정토회가 운영될 수 없다는 자긍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광주전라지역 활동가들은 뜨거운 목소리로 다 함께 ‘정토회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입재식을 모두 마친 후 스님과 법사님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손에 손을 잡고 산회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대중들도 옆에 서 있는 도반들과 정답게 손을 잡고 우렁찬 목소리로 함께 노래했습니다.

입재식이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부터 7월 3일까지 해외 순회강연이 있습니다. 서초 정토법당에 도착하여 짐을 꾸린 후 스님은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새벽 1시 40분 비행기를 탄 후 스님은 단잠에 들었습니다.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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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18 19:13:52

정지나

배고프고 굶주리고...일상에 마주하는 내 욕심과 무지가
부끄럽습니 다시 살피고 고개들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발한발 천천히 감사합니다 꾸벅!!!

2019-07-04 22:57:59

북한의 비핵화

스님~ 북한에서 비핵화만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립니다. 김씨 일가 3대 세습체제를 무너뜨려야죠.

2019-06-21 06: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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