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흥덕법당
보시의 여왕, 박준자 님 이야기

[청주정토회 흥덕법당]

보시의 여왕, 박준자 님 이야기 

94년 정토회와 인연을 맺어 아침기도하며 인고의 세월을 넘겨 


지난 1023일 금요일,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청주 강연이 끝나고 강연 후원 모금함에 두툼한 봉투를 넣는 분을 발견했습니다. 그분은 바로 흥덕법당 수행법회에 나오는 박준자 님(74)이었습니다. 순간 잔잔한 감동과 함께 '보시의 여왕'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박준자 님은 작년 청주법당 이전개원과 올해 흥덕법당 개원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고, 지난 7월 흥덕법당 첫 백중기도 때는 남편(81)이 오래전에 직접 쓴 금강경을 10폭 병풍으로 만들어 보시했습니다. 이렇게 누구보다 가볍게 나누며 감동을 주는 박준자님을 28일에 만나보았습니다.

     


흥덕법당에 보시한 금강경 10폭 병풍 앞에 선 박준자 님 

     

정토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요?

정토회를 알기 전에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착한 며느리인 척 하느라 몸이 매우 지쳐 있었고 남편 때문에 마음이 무척 힘든 상태였어요. 남편은 거의 매일 술을 먹고 밤새도록 주사를 부리며 가족들을 힘들게 했고 술을 먹지 않을 때도 잠을 못 이루고 이른 새벽에 깨서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어요.

     

삶이 너무 힘든 저는 남편을 위해 복을 비는 일은 안 해 본 짓이 없었지요. 그래도 남편은 좋아지지 않았고 그렇게 살다 보니 우울증에 걸려 3년간 약을 먹기도 했었어요. 1994년에 지인이 힘들게 사는 저를 위해 <월간정토>3개월간 보내 줬어요. 내용이 좋아서 정토회에 관심을 두게 되었지요. 법륜스님이 청주금강회관에서 금강경강의하는 날 처음 갔었어요.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어요. 그렇게 법문을 들으러 다니다가 1998년에 청주시 미평 가정법회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1999년 가을에 천일결사에 입재했지요. 정토회와 인연 맺고 마음공부하면서 우울증약을 안 먹게 되었어요.

     

수행 기도문은 무엇이었으며 그 후의 삶의 변화는 어땠나요?

천일결사 입재하기 전에 각해보살님께 기도문을 받았는데 새벽 3시에 일어나 남편에게 참회 기도하라는 기도문을 받았어요. 기도문을 받고 '내가 왜 남편에게 참회해야 하나? 남편이 나에게 참회해야지?' 하는 의구심을 갖자 당시 안내해 주었던 묘덕법사님께서 "어떤 기도문이 주어져도 그것을 내 기도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 기도문으로 그냥 기도했지요. 100일쯤 되었을 때 이유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면서 가슴이 후련해졌어요.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매일 참회기도를 하다 보니 남편의 증상이 돈에 굶주리고 정에 굶주려서 생긴 행동임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내가 그동안 이런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기만 했지 아내로서 따뜻하게 보듬지 못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그 후 남편을 대하는 내 맘이 바뀌니 서로 조금씩 편안해졌어요.

     

그런데 2002년도 아들의 이혼이 또 한 번 시련으로 다가왔어요. 아들의 이혼에 대해서도 묘수법사님과의 상담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이혼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이혼한 며느리도 밉지 않았고 손자도 자유롭게 만나도록 했어요.

     

무엇보다도 이혼 후 4살 된 손자를 키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요. 더구나 이혼한 아들을 원망하는 남편 때문에 더욱 힘들기도 했고요. 때론 남편이 속상하니까 아들과 손자를 밖으로 쫓아낸 적도 있었어요. 그땐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었지요.

 

이제 의젓한 고등학생이 된 손자가 공부도 잘하고 든든하답니다. 손자는 다행스럽게 할아버지를 좋아해요. 내가 오랜 세월 남편을 미워한 탓인지 아들은 지금도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데 손자가 내게 왔을 때 내가 참회기도를 하고 있었고 기도하면서 키워서인지 할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참회기도를 하고 있지요.

     

이런 인고의 세월을 아침 수행 기도 덕분에 극복했고,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요. 누군가를 항상 미워하던 남편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아내인 나에게 사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답니다. 여행도 못 가게 하던 사람이었는데 여행도 가게 해주고, 용돈도 주고. 요즘 남편이 행복하다고 하니 나도 더없이 행복해요. 오늘도 점심 챙겨 먹을 테니 법당에 잘 다녀오라고 해서 수행법회에 나왔어요.

     

보시를 많이 하는데 보시는 어떤 마음으로 하나요?

저는 결혼을 남편이 근무하는 학교 강당에서 했어요. 결혼 후 박봉으로 살면서도 시댁 생활비까지 대가며 살자니 검소하게 살 수밖에 없었지요. 평생 검소하게 살다 보니 지금도 먹고 입는 데 욕심이 없어요.

     

지금은 적은 연금으로 살고 있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재물을 더 모으려는 마음이 없어졌어요. 아들만 둘인데 둘 다 살만해서 용돈을 종종 줘요. 그 돈으로 보시를 하지요. 부처님 가르침 제대로 만나 어려운 세월 지혜롭게 넘겨 왔고 이제 이만큼 편안해졌으니 감사한 마음과 빚 갚는 마음으로 하고 있지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예요.

     

자신에게 법륜스님이란 어떤 분인가요?

처음 금강경 법문을 들으면서 어둠 속에 살던 저에게 희망이 생겼으니 정말 감사한 분이지요. 스님을 안 만났으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하기도 싫어요. 남편하고 매일 싸우면서 살았든지 아니면 제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됐든지 그랬을 것 같아요. 스님의 제자로 살게 된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박준자님을 무척 존경하는 흥덕법당 활동가들과 함께

     

후배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한 말씀 해주세요.

활동하다 보면 서로 업식이 다르니 수행을 하더라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럴수록 수행은 중단해서는 안 돼요. 경계에 부딪치더라도 마음공부 거리로 삼고 법당에 나오면서 경계를 넘도록 해야 해요. 활동할 당시 저를 힘들게 하던 사람도 돌이켜보니 내가 가진 상 때문이었어요. 이제는 모든 게 다 이해가 돼요.

     

그리고 나이 들면 봉사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수행도 봉사도 열심히 해요. 정토법당에 오면 법문을 듣고 나누기를 하면서 젊은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아요. 그래서 수행법회에 오는 수요일이 기다려져요.

     


매주 수요일 1시간씩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통일기도하는 박준자 님(왼쪽)

     

1시간이 넘도록 박준자 님과 함께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인고의 세월을 들려 줄 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매일 새벽 3시에 수행하면서 지혜로운 길을 걸어온 깊이 있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리고 늘 환경을 생각하며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다리가 불편한데도 통일기도에 동참하며, 늘 감사하고 빚 갚는 마음으로 보시를 하는 박준자 님을 여러 후배 도반들이 왜 닮고 싶은 분이라고 말하는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_정경희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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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우자

보살님의 삶이 저희에게 귀감이 됩니다.
머리로만 안다고 생각하고 아침기도 잘 빼먹는데 반성합니다.
수행경험담 나눠주셔서 또 감사드립니다.

2019-05-06 19:40:54

이인자

박준자보살님 감사합니다
늘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15-11-10 22:35:50

풀꽃

아침에 일어나보니 편도선이 많이 부어 침도 못 삼킬만큼이어서...108배도 안하고...워킹맘의 삶을 원망했습니다. 출근준비를 하며 행자의 하루를 읽는데....
박준자님 이야기를 읽다가 눈물이 납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이야기를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불평으로 가득한 제 삶에 깨우침으로 삼겠습니다.

2015-11-05 06: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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