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23. 저녁 행복한대화(11) 서울 구로구
"사이비 종교를 믿는 남자 친구, 저 보고도 믿으라고 합니다.”

다섯 시 반에 경기 일산 백마부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서울 구로구로 바로 이동했습니다. 퇴근길 차가 막혀 저녁은 먹지 못하고 시작 전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구로구민회관의 1,2층 600여 석이 꽉 차고 100여 명은 서서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일찍 와서 자리를 맡아놓느라 건물 앞 벤치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강연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나머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스님은 서 있는 청중들을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서 계셔서 어떡해요?”

“의자가 있는데 안 줍니다!”

한 청중이 창고에 있는 의자를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에 유의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설 자리도 없이 빡빡하게 무대에 앉혀서 강연을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그래도 말하며 서있는 저보다는 낫죠?”

한순간 싸해졌던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금세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사이비 종교를 믿는 남자 친구와의 만남이 고민이라는 20대 여성의 질문과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이비 종교를 믿는 남자 친구

“2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꽤 오래 사귀었거든요. 그러다가 그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됐는데, 그 종교 내에서는 계속 사귀려면 제가 그 종교를 믿어야 한대요. 그래서 그 친구 어머니가 ‘네가 군대를 갈 거면 여자 친구를 정리하고 가라’ 이렇게 말씀하신 거예요. 그래서 헤어지고 1년 동안 못 만났어요.

그런데 서로 여전히 좋아해서 다시 만나게 됐고, 지금은 양쪽 부모님도 모르시고 친구들도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둘이서만 만나고 있어요.

둘이 만나면 엄청 좋아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제대를 하고 집에 돌아가게 되면 다시 못 만나게 돼요. 제가 그 종교를 같이 믿지 않으면 헤어지게 되는 상황인데 저는 그 종교를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님이 못 만나게 하는 것하고 종교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스님도 출가할 때 부모님이 엄청나게 반대했는데요.(모두 웃음) 부모님이 반대하는 건 부모님이 반대하는 거고, 두 사람이 좋으면 두 사람끼리 결혼하면 되죠. 조선시대에도 자기들이 서로 좋으면 부모가 반대해도 만나고 결혼했어요. 요즘 같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그게 무슨 문제예요?”

“... 그러네요.”

“부모야 반대할 권리가 있죠. 그런데 부모가 반대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하고 사귀지도 못 하고 부모 눈치나 보는 남자와 같이 살아서 뭐 하려고 그래요?(모두 웃음) ‘사랑하는데 못 만난다’ 이러지 말고 ‘아, 이 남자는 나하고 결혼할 수준이 안 된다’ 이렇게 딱 정리를 해야죠. 부모가 반대하는 건 울 일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어요.

사이비의 기준

그리고 사이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예수님도 유대교가 볼 때는 사이비였어요. 그러다가 다음 시대에 가서 또 새로운 종파가 나오면 또 사이비고, 또 사이비고 그래요. 역사적으로 보면 오래 내려온 게 아닌 새로 생긴 것은 다 사이비예요. 그런데 그게 또 세력이 커지면 주류가 돼요. 사이비였다가 주류가 돼 놓고서는 자기한테 반대하면 또 사이비라 그러고요.(모두 웃음)

사이비인지 아닌지는 그런 식으로 따지는 게 아니에요. 사회의 윤리도덕이나 법률에 저촉이 될 만한 행동을 얼마나 하느냐를 기준으로 해서 사이비라고 해야죠.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빌면 복 준다’ 이게 사이비예요.(모두 웃음)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게 사이비죠.

그런데 종교란 게 원래 이런 사기성이 좀 있어요. (모두 웃음) 그런데 종교인이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건 여러분들이 그 사기를 당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노력해서는 이걸 도저히 이룰 수 없는데 빌면 해준다니까 믿고 싶잖아요. 그래서 저는 종교인들이 사기친다고도 할 수 있지만, 거기 속는 사람은 자기가 속고 싶어서 속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결혼할 사람은 내가 그냥 보고 선택하면 되지, 이걸 왜 부처님한테 해달라고 그래요? 내가 응시해서 취직하는 건 내가 노력하면 되는데 그걸 왜 부처님 보고 해달라고 해요? 학생이 공부해서 시험 치는 건 자기가 하면 되는데 그걸 왜 부처님 보고 해달라고 해요? 운전면허 시험은 자기가 할 일인데 왜 부처님 보고 해달라고 해요? 첫째, 그러면 해줄까요? 둘째, 해주면 이게 또 좋은 일일까요? 운전할 줄도 모르는데 운전 시험에 합격하게 해 주면 이게 좋은 일일까요? (모두 웃음)

이런 건 조금만 생각하면 모순이란 걸 알 수 있는데도 면허 연습하기 귀찮으니까 이런 말이 솔깃한 거예요. 공부하기 귀찮으니까 이런 말이 솔깃한 거예요. 자기는 못 생겼으면서 잘 생기고 예쁜 배우자를 만나려니까 이런 말이 솔깃한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걸 보고 무조건 ‘그 사람 사기꾼이다!’ 이렇게 말하면 안 돼요. 거기에 어떤 사기 같은 얘기가 있다면 거기 다니는 사람은 그게 믿고 싶어서 거기 다니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곧 종말이 온다. 거기만 들어가면 하늘나라로 간다!’ 이런 거는 조금만 정신 차리면 말도 안 되는 줄을 알 수 있죠. 하지만 공부도 하기 싫고 취직도 안 되고 그러니까 세상이 팍 망해버리고 나만 확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으니 그런 말이 믿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욕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은 다 자기가 결정해서 사는 거예요.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것,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것, 욕설하고 거짓말하는 것, 술 마시고 취해서 행패 부리는 것만 아니면 남의 인생에 간섭도 하지 말고 남의 간섭도 받지 말아요. 사람은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돼요. 그 사람이야 무당에게 가서 굿을 하든지, 절에 가서 빌든지, 교회 가서 빌든지 상관없어요. 자기가 빌고 싶어서 비는 거니까요.

이 사람은 신이 있다 그러고 저 사람은 신이 없다고 하는 걸 두고 ‘어느 게 맞나?’ 이렇게 접근하니까 헷갈리는 거예요. 이건 간단해요. 이 사람은 신이 있다고 믿고, 저 사람은 신이 없다고 믿고, 믿음이 서로 달라요. 취미가 다르듯이 믿음이 서로 다를 뿐이에요.

사물을 보는 관점은 다 다릅니다.

엄마는 결혼하지 말라고 하고 아들은 하겠다고 한다면 엄마가 나쁘거나 아들이 나쁜 게 아니에요.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를 뿐이에요. 내가 옳거나 상대가 옳은 게 아니에요. 서로 지금 이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른 거예요. 어떤 사람은 이 물건을 두고 ‘누가 만들었지?’ 이렇게 보는데 어떤 사람은 ‘저걸 어디에 쓰지?’ 이렇게 보는 거예요. ‘누가 만들었지?’는 창조를 중시해서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어디에 쓰는지가 뭐가 중요하냐?’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그걸 누가 만들었든 그게 나한테 뭐가 중요하냐? 내가 이걸 뭘로 쓸지가 중요하지’ 이렇게 얘기하고요. 이렇게 사물을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거예요.

둘이 좋으면 그 사람이 무슨 종교 신자든 그런 걸 따질 필요가 없고 사람을 중심으로 선택해야죠. 믿음은 서로 다를 수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믿음을 중요시한다. 결혼할 목적으로 종교를 선택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혼 안 하면 돼요. 결혼하고 싶다면 종교를 선택하면 되고요. 옛날에 결혼하고 싶어서 왕위를 버린 사람도 있잖아요. 결혼하고 싶어서 종교를 버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에요?

남자 친구가 좋으면 만나세요. 부모가 종교 때문에 반대하는 건 부모 사정이고, 내가 만나는 친구가 거기에 영향을 얼마나 받느냐가 중요해요. 이렇게 말하세요.

‘너는 20살 넘었고 날 좋아한다면서 지금 부모의 노예도 아니고 왜 결정을 망설이느냐?’

그런데 부모 때문에 못 한다고 하면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감정은 있겠지만, 그런 수준의 남자하고 결혼하면 평생 고생해요. 엄마 치마폭을 못 벗어나는 남자 하고 결혼해서 뭐하려고요?

이렇게 교통정리가 딱 돼버리면 아무 고민거리가 아니에요. 왜 숨어서 연애를 해요? 무슨 죄를 지었다고요? 하다가 밝혀지면 ‘우린 서로 좋아합니다’라고 얘기하고, 하지 말라고 그러면 집 나오면 되죠. (모두 웃음)

그렇게 소신을 갖고 살아요. 그런 남자 하나에 징징대지 말고요. 그 남자 없으면 또 다른 남자가 있어요. 그러나 이 남자가 좋다면 종교가 무슨 상관이에요? 남자가 좋으면 종교를 바꿀 수도 있지, 못 바꿀 건 또 뭐 있고요? 그리고 또, 남자 때문에 종교까지 억지로 바꿀 건 뭐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의 영혼이 자유로워야 해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이 외에도 7명이 더 질문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내부고발 후 괴롭습니다.
-고3 딸이 우울증인데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할까요?
-착했던 21살 아들이 갑자기 반항을 하고 짜증을 냅니다.
-3년간 뒷바라지를 해준 전문직 유능한 아내, 고맙지만 부부관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안일은 뒷전이고 자기 일만 하는 아내에게 지칩니다.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30살 청년입니다. 주변과 비교하니 초라해 보여요.
-남편과 같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주도권을 쥐고 있고 남편은 조력자였습니다.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 2 아들이 이사 후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있어요.

잘난 아내와 더 이상 부부관계를 하고 싶지 않은 ‘남편’과 남편이 무시한다며 이혼하자고 해서 고민인 ‘아내’,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 서운하다는 ‘엄마’와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헤어지라고 해서 고민인 ‘여자 친구’ 등 오늘은 서로 반대 입장의 질문자들이 교대로 질문하여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고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내일은 스님은 오전에 서초 정토법당에서 수행 법회 생방송 강의 후 오후에는 전주에 있는 농촌진흥청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목포 전남도청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은주 김용수 손명희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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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3-05 11:18:00

정지나

저 사람은 그렇게 믿는구나~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감사합니다 꾸벅^^

2018-11-04 06:50:35

세명화

사이비의 기준 ? 더할나위 없이 명쾌 합니다

2018-10-29 10: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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