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3 전법활동가 법회(시무식), 결사행자 회의
“세상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대중보다 일찍 법당에 내려와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던 스님은 5시 정각에 서울공동체 대중과 새벽 예불을 함께 했습니다.

이어서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발우를 펴고 식사를 한 후 새해 들어 세 번째 날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은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떨어진 가운데 골목마다 찬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해가 뜨고 오전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새해 첫 법회이기 때문에 시무식을 겸해서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어제 끝난 공동체 안거 수련 이야기를 공유해 주며 새해 첫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끝난 공동체 안거 수련은 서로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온통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정토회에서 20년 동안 출가해서 생활하신 분들이 다들 수행정진을 잘하는 것 같지만 정작 본인들은 번뇌가 많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있고, 세상살이에 대한 동경이나 미련을 아직 못 버린 사람도 있고,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갈등도 있습니다.

새해 첫 아침이 눈물바다가 된 이유

이런 어려움 때문에 몇몇 분들이 연말 공동체 안거를 마지막으로 공동체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어수선한 상태로 정진을 시작했는데, 명상과 정일사를 하면서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도반들의 도움으로 이분들이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래서 공동체를 회향하기로 의결하고 공지까지 했다가 다 내려놓고 다시 공동체로 새로 입재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마음의 상처와 막힘이 있어서 한 생각 사로잡히니 정말 20년 공부한 것이 아무 소용이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그 꺼풀을 벗으니 정말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이런 소감을 나누면서 다 같이 눈시울을 붉히는 감동적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그중에 한 분은 이렇게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새해에 1만 명에게 전법을 하자는 정토회의 목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나같이 업장이 두터운 사람도 이렇게 벽에 금이 가고 마음의 문이 열리는데, 내가 가능하면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다 가능하다. 나야말로 구제불능인데, 내가 됐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래서 정토회의 1만 명 전법 계획은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소감을 듣고 모두가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새해 첫 아침을 아주 밝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월 1일을 다시 출가한 날로 기념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과거에 했던 출가는 가짜였고, 이제 정말 자발적으로 진짜 출가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자신의 문제를 다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분별심이 많다거나, 욕구를 못 버리고 미련을 가지고 있다거나, 성질이 더럽다거나,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많은 소감들을 나눌 수 있어서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소감들을 들으면서 ‘이제 내가 없어도 서로 탁마하면서 정진해 나갈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정토행자는 세상에 좋은 일도 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해탈입니다. 자신의 무겁고 두터운 업식을 깨부수고 삶이 자유로워져서 가볍고 밝고 맑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자기를 구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기 때문에 전법을 하는 거예요.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이 고통 없이 살았으면 좋겠기 때문에 배고픈 사람에게는 양식을 주고, 병든 사람에게는 약품을 주고,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주는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수행정진의 목표는 나도 좋고 남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고, 괴로움과 즐거움이 반복되는 일시적인 행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행복을 찾아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 자기 정진의 중요성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진이란 절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진이란 자기 자신에게 깨어 있는 것입니다. 절이나 명상은 자기 자신에게 깨어 있기 위한 방법이지 명상이나 절만 한다고 수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깨어있는 ‘자각’이 일어나야 해요.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알아차리고, 스스로 자기에 대해서 알아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일결사의 공덕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또한 올해는 정토회가 30년 동안 해 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만일결사를 회향하며 올해는 1만 명에게 전법을 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다 스스로 깨달아서 행복해질 수 있는 이 길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알려주자는 거예요. 2022년 새해에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만일결사의 공덕을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모두 환원하는 것으로 만일결사를 마무리해 보자는 취지예요.

공동체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동안 전법을 당연한 의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안거를 통해 크게 자각을 하고 나니 전법 발원문이 너무 마음속에 다가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아침에 기도 끝나고 의무적으로 하다시피 삼배를 하고 발원문을 읽었는데, 자각을 하고 나니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가슴에 다가왔다는 겁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전법 선언을 했습니다.

‘나는 신과 인간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났다. 나는 해탈을 얻었다. 너희 또한 해탈을 얻었다. 자, 이제 전법의 길을 떠나거라.’

우리들도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기쁨을 세상과 함께 나눕시다. 새해에 우리의 전법 활동을 통해서 인연이 된 분들이 2차 만일결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원을 한 번 세워봤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새해에 우리가 가야 할 길

또한 올해는 1차 만일결사의 회향과 함께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해야 하는 해입니다. 3월까지는 주로 전법에 주력하고, 3월 이후부터는 전법 겸 진행을 하고, 그것도 안정이 되면 4월부터는 2차 만일결사 준비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계획만 들어도 얼굴이 어두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집니까? 아니면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생깁니까? (웃음)

농사짓는 사람은 비록 힘이 좀 들더라도 논마지기가 늘어나면 좋아해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비록 힘이 좀 들더라도 손님이 많아지면 좋아하듯이, 전법활동가 여러분도 비록 힘이 좀 들어도 법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뻐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법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만일결사에서 정토회가 목표로 설정한 큰 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시군구 읍면동까지 전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정착되도록 하고, 통일 대한민국이 이루어지는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1919년 3월 1일, 용성조사님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원을 세우고 큰 노력을 했지만, 20년 후인 1939년에 일제의 탄압으로 대각회가 해산되고 만주의 독립운동가 조직이 일망타진되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용성조사 당신은 독립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 인연으로 앞으로 60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일어날 유언 하셨습니다. 이 유지를 받들어 불심 도문 큰스님께서는 1999년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호를 여는 큰 발원 기도를 시작하셨고, 2024년에 이 기도를 회향하게 되면 2025년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창하는 새로운 해가 될 것이라고 늘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지난 역사를 한 번 돌아보면 좋겠어요.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식민지를 거치고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분단의 아픔으로 눈시울을 붉힐 때 6·25 전쟁이 일어나서 피를 흘렸고, 겨우 나라를 지켜 살아남았지만 독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민(民)이 주인이 되는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런 시련을 겪는 가운데에도 경제 개발을 이루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냈습니다. 그런 경제개발 위에 ‘우리도 자유롭게 살아보자’ 하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6월 민주항쟁으로 인해 현재의 민주헌법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남북문제가 늘 오르락내리락하였고, 국내적으로도 분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만 놓고 보면 늘 위태위태한 것 같지만, 긴 역사의 맥락 속에서 보면 우리는 그런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지속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의 국가가 되었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요즘은 한류가 전 세계로 흐르면서 문화대국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우리는 문화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만 해도 꿈도 못 꿨던 일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장점을 살려 나라는 더 발전하고 국민은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것이 평화입니다.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전쟁의 위험을 없애야 합니다. 전쟁의 문제는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닙니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정착된 토대 위에 통일의 희망을 품고 남북이 협력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정치적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는 고통은 원수라 하더라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껴안고 가야 할 과제입니다. 같은 민족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법을 따르는 수행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마음을 내지 못하고 이념에 사로잡혀서 늘 적대감과 미움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를 어찌 수행자라 이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념의 노예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2022년 새해에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2천 여 전법활동가가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길이고, 함께 의논해서 만들어 가야 할 길입니다.

여러분이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합니다

이번 연말 명상수련에 참가한 분들에게 제가 ‘일은 재미있게 하고, 쉴 때는 푹 쉬어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편안하게 쉬라고 하면 일하고 싶다고 불평하고, 일하라고 하면 피곤하니까 쉬어야 한다고 불평해요. 이렇게 거꾸로 하지 말고 쉴 때는 편안하게, 일할 때는 즐겁게 해야, 일을 하든 쉬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일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치면 명상을 하면서 푹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고, 그렇게 가볍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정토회의 주인입니다. 정토회의 모든 것은 여러분이 어떻게 활동하느냐,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합니다. 모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도반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오늘 법회가 끝나면 도반들과 그런 마음을 서로 나누면서 새해에는 전법의 마음을 더욱 다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전법활동가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새해 첫 마음을 서로 나누며 전법의 마음을 다졌습니다.

점심에는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고, 오후 1시 30분부터는 결사행자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의결해야 할 안건은 없었고, 30분가량 2차 만일준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에 대해 발표를 듣고 토론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준위에서는 대한민국의 변화와 성장, 민족의 역사와 세계사, 인류의 문명사, 철학사를 통한 시대적 주제, 환경 운동의 역사, 기아 질병 문맹의 해결 과정, 인간의 정신세계 연구 결과, 붓다 담마의 역사까지 총 8가지 주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스님의 조언을 받아 과학기술의 역사라는 주제도 한 가지 추가를 하였습니다.

발표를 듣고 나서 결사행자들은 미래 30년 동안 정토회의 비전에 대해 스님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스님의 답변을 경청한 후 결사행자 회의를 마쳤습니다.

“결사행자라면 정토회의 혁명적인 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 주셔야 해요. 아무런 의견이 없는 분은 1차 만일결사가 끝나면 빨리 결사행자에서 사퇴를 하시기 바랍니다.” (웃음)

오후 4시부터는 대중부 활동가들과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들을 위해 새해 시무식을 겸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했습니다. 스님은 오전 법회와 마찬가지로 전법활동가들이 새해에는 어떤 마음 자세로 활동을 해나가면 좋을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해서는 즉석에서 궁금한 점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즉문즉설 시간도 가졌습니다.

  • 정토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와 SNS 채널이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연구하면 홍보 효과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 직장인들 중에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정토회 활동까지 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장인들을 위해 정토회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학생들이 정토회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미비한 것 같아요.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질문 내용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한 후 9시가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법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회의가 잡혀서 밤늦게까지 회의를 한 후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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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1919년 3월 1일, 용성조사님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원을 세우고 큰 노력을 했지만, 20년 후인 1939년에 일제의 탄압으로 대각회가 해산되고 만주의 독립운동가 조직이 일망타진되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용성조사 당신은 독립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 인연으로 앞으로 60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국운이…]많은대중들을이끄시는 스님의어깨가 얼마나무거우실지ㅜ

2022-01-15 02:52:58

이미이

감사합니다~
스님~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2022-01-14 06:03:12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2-01-08 17: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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