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4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
“소개팅을 자주 하는데, 인연이란 게 정말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4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8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지난달 20일에 두북 수련원을 떠나 명상수련과 안거를 마친 후 거의 보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어제부터 감기 증상이 심해져서 오늘은 농사일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습니다.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청춘톡톡 즉문즉설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소개팅을 자주 하는데, 인연이란 게 정말 있는 걸까요?

“저는 이십 대 후반인데, 요즘 소개팅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제가 끌림이 느껴지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동시에 제 자신도 부족함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외모가 일 순위로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호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도 제 뜻대로 표현이 잘 안 되고 안 풀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될 인연은 된다’ 하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정말로 자신에게 맞는 인연이 있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질문자가 소개팅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냥 친구를 사귄다는 건지, 연애를 하겠다는 건지, 결혼을 하겠다는 건지, 이런 목적에 따라 마음가짐이 다르겠죠.

가령 친구를 사귈 때는 상대방이 남자든 여자든 관계가 없고, 나이가 많든 적든 관계가 없고,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관계가 없잖아요. 그래서 대상이 아주 폭넓습니다.

반면에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대상이 많이 줄어듭니다. 우선 서로 호감이 가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보면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호감이 가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해요. 쉽게 얘기하면 연애의 상대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호감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 있어야 해요. 만약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이고, 또한 상대방도 열 명 중 한 명 꼴로 호감을 느끼게 되니까, 쌍방 모두 호감을 느낄 확률은 백 명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개팅을 해서 양쪽 모두 호감을 느낄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질문자가 소개팅을 해서 연애할 사람을 만나려면 평균적으로 100번 정도 소개팅을 해야 합니다. 물론 잘 안 되면 200번, 300번을 만나야 될 수도 있고, 어떻게 잘 되면 10번 만에 만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만약 결혼할 상대를 구하는 것이라면 폭이 더 좁아집니다. 연애는 나이가 많아도 괜찮고, 외국인이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호감만으로 되지 않고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경제력도 봐야 하고, 성격도 봐야 하고, 가족들 눈에는 어떤지 평가도 들어봐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은 천 명 중 한 명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나만 상대방을 그렇게 보는 게 아니라 상대방 역시 나를 그렇게 볼 테니까 양쪽 모두 마음에 들 확률은 더욱 낮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결혼할 목적으로 소개팅을 하면 허탕을 칠 확률이 높습니다. 연애를 할 목적으로 소개팅을 하면 결혼을 목적으로 할 때보다는 허탕을 칠 확률이 낮아지지만 친구를 찾을 때보다는 허탕을 칠 확률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소개팅을 하게 되면 웬만하면 성공을 하게 됩니다. 이건 운명도 아니고 확률의 영역입니다.

주사위를 던지면 1이 나올 확률이 6분의 1이죠. 물론 실제로 던져보면 한 번 만에 1이 나올 때도 있고, 열 번 던져도 1이 한 번도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주사위를 많이 던지다 보면 평균적으로 그 확률이 6분의 1에 가깝게 나옵니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수학적 확률입니다. 인연이 마치 어디선가 맺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게 신비주의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내 조건인 인(因)과 상대의 조건인 연(緣)이 만나는 게 인연입니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게 인(因)이고,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게 연(緣)이에요. 이 두 가지가 만나야 인연이 맺어지는 것입니다. 인연이 맺어지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해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인연이 없다고 하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도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역시 인연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因)은 있으나 연(緣)이 없어도 과(果)가 없고, 연(緣)은 있으나 인(因)이 없어도 과(果)가 없고, 인(因)과 연(緣) 모두 없어도 과(果)가 없습니다. 인(因)도 있고 연(緣)도 있는 경우는 네 개의 경우의 수 중 한 가지에 해당됩니다. 이처럼 인연과보(因緣果報)를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단순히 신비주의적으로만 접근해서 인연과보(因緣果報)가 우연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걸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인연을 만들려면 처음부터 백 번 만날 각오를 하고 느긋하게 만나면 됩니다. 그렇게 만나다 보면 만날 수도 있고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자기 자신도 비하하지 않게 되고, 상대방도 비난하지 않게 됩니다.

결혼을 하려고 할 때 내가 원하는 사람은 대개 객관적으로 나보다 나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상대방을 만나서 덕을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배우자와 같이 다닐 때 ‘너 신랑 잘 만났더라’, ‘너 부인 잘 만났더라’ 이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아무도 ‘너는 어떻게 그런 사람을 골랐어?’ 이런 소리를 안 듣고 싶어 해요. 그러려면 상대방이 인물도 나보다 잘나야 하고, 직장도 나보다 좋아야 하고, 성격도 나보다 괜찮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왜냐하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상대방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상대방도 아는 사람 만나면 ‘신랑 잘 만났더라’, ‘부인 잘 만났더라’ 이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또 부모님께 소개했을 때도 ‘네 남자친구는 참 괜찮더라’, ‘네 여자친구는 참 괜찮더라’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야 자기도 만족하고 주변 사람들도 만족하게 됩니다.

내가 봐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상대방이 나를 볼 때는 내가 부족하게 보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내 입장에서는 그 상대방이 부족하게 보입니다. 세상의 절반은 남자이고 절반은 여자이기 때문에 남녀가 서로 만나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서로가 자기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만남이 성사되기가 어렵습니다. 서로가 약간 자기보다 위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면 내가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들고,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녀의 만남이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도 이렇게 차근히 따져보면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결과입니다.

이런 이유를 알고 나면 어떻게 해야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방법이 금방 나옵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눈을 낮추는 겁니다. 늘 나보다 위쪽으로 바라보던 시선을 나와 비슷한 수평으로 맞추거나, 그보다 조금 더 낮추면 만날 수 있는 대상이 아주 많아집니다.

둘째, 상대방의 시선에 내가 안 들어가니까 내 조건을 실제보다 조금 부풀리는 겁니다. 주로 중매하는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쓰죠. 상대방이 위를 쳐다보고 있어서 내가 시야에 안 들어갈 때 내가 뒤꿈치를 들거나 의자 위에 서면 상대방이 나를 볼 수 있게 되잖아요. 그것처럼 중매를 할 때는 학벌이나 재산을 조금 부풀립니다. 대학교 나온 사람은 대학원 다니다가 그만뒀다고 하고, 고등학교 나온 사람은 대학교 나왔다고 하고, 직장을 조금 좋게 꾸미고, 재산을 조금 부풀려서 말합니다. 이렇게 부풀려서 결국 상대방의 눈에 들려고 하는 거예요.

이런 원리를 알면 결혼하려는 상대방을 만날 때 왜 화장을 하고 나가는지, 왜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나가는지, 만나러 나가서는 왜 차 문도 열어주고 예의도 갖추려고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모두 자신을 조금이라도 포장해서 실제보다 잘 보이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눈에 내가 들어오게 되니까요.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을 쓰면 결혼할 확률이 높아지긴 합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면 또 반드시 실망하게 됩니다. 화장을 지우고 나면 내가 보던 얼굴이 아니고, 신발을 벗고 나면 내가 알던 키가 아니고, 알고 보니 호주머니에 돈이 별로 없고, 알고 보니 그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풀림은 결혼 후에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이런 게 바로 세상사예요. 여러분들은 이런 경우를 당하면 억울하다, 분하다, 속았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스님이 볼 때는 그냥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이건 마치 제품을 고를 때 좋아 보이면 물건 값이 비싸고, 값이 좀 싸서 구입을 하면 나중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기에 어떤 신비주의나 운명은 없습니다. 모두 욕심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신비주의나 운명에 사로잡히는 거예요.

만약 상대방을 한 번 만났는데 내 마음에 들었다면 그것 역시 확률이에요. 마치 주사위에서 1이 나올 확률이 6분의 1이지만 주사위를 던지자마자 1이 나오는 경우도 있듯이 모두 확률입니다. 어떤 때는 주사위를 두 번 던졌는데 연속으로 1이 두 번 나올 때도 있잖아요. 모두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주사위를 두 번 던졌는데 연속으로 1이 두 번 나오는 데는 아무런 신비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신비주의나 운명 같은 건 없습니다.

질문자가 사람을 빨리 만나고 싶으면 눈을 낮추면 됩니다. 그러나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오래 기다리면서 많이 만나봐야 합니다. 만나다 보면 중간에 마음이 급한 사람이 있을 수 있거든요. 나이가 많거나 해서 급하게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눈을 낮춰야 빨리 결혼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만나지기도 해요. 그런데 여러분이 나이가 들수록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점점 떨어집니다. 나이가 들면 상대방의 눈에 내가 낮게 보입니다. 반대로 내가 나이가 들수록 내 눈은 더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사람을 만날 거면 진작에 결혼을 했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나의 객관적인 조건은 차츰 낮아지는데, 본인의 주관적인 기대는 점점 높아져요.

이것은 그냥 마음작용의 원리입니다. 아무런 신비적인 요소도 없어요. 내 사진과 내 조건을 빅데이터가 들어있는 AI 검색 시스템에 넣고 ‘내가 원하는 남자는 이런 남자다’, 또는 ‘내가 원하는 여자는 이런 여자다’ 이렇게 설정해서 인공지능이 세계 70억 인구를 대상으로 찾도록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제로(0)’라고 나옵니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거죠.

질문자가 원하는 사람을 찾아내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했다면,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되지만 현실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결혼해서 살면 다들 불평불만을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안 헤어지고 사는 이유는 그보다 나은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처럼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하는 하나하나의 선택은 모두 현실에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그런데 자기 선택에 책임을 안 지려고 하니까 괴로운 거예요. 이런 이치를 알면 결혼이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눈만 낮추면 되니까요. 굳이 얘기하자면 연애보다는 결혼이 조금 어렵긴 합니다. 그래서 제일 쉬운 길은 우선 친구를 사귀는 거예요. 친구는 누구든지 사귈 수 있잖아요. 친구를 사귈 때는 나이도 필요 없고, 남녀도 필요 없고,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 따질 필요도 없고, 결혼했냐 안 했냐도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 젊은 사람도 괜찮고 노인도 괜찮아요. 그렇게 확대해서 친구를 사귀다 보면 호감 가는 사람이 생기겠죠. 결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호감이 생길 수 있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도 호감이 생길 수 있어요. 그렇게 호감 가는 사람과 연애하면 됩니다. 물론 그런 호감도 상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죠.

그렇게 호감 가는 사람 중에 한 명을 선택해서 결혼을 하려면 또다시 경제력 등의 조건을 따져야 합니다. 연애는 누구를 상대로 해도 괜찮고, 가족들이 반대해도 크게 문제가 안 돼요. 반드시 결혼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애는 호감이 가장 중요해요. 그러나 결혼은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는 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위에 가족들의 의견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결혼 과정에서 부모님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주로 호감을 기준으로 해서 선택하고, 부모님은 조건을 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과 부모님의 평가가 열에 아홉은 다르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기준인 호감이 중요한 것도 맞고, 부모님이 말하는 조건이 중요한 것도 맞습니다. 둘 다 맞는 얘기예요.

이런 이치를 알면 아무 걱정이 없어요. 어떤 인연이 주어지든 두려워하거나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호감이 간다면 상대가 반드시 튕길 것을 각오하면 되니까요. 대신에 내가 을(乙)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먼저 상대에게 호감이 갈 때는 평생 을로 살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득을 보는 대신에 늘 을로 살아야 하는 겁니다.

반대로 상대가 나한테 달라붙는 관계라면 나에게는 상대가 좀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아요. 마음에 안 드는 대신에 내가 늘 갑(甲)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또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요. 상대가 열등의식을 갖고 있어서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당하지 못하고, 무슨 말만 하면 삐치고, 걸핏하면 나를 의심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선택할 때는 이런 점을 딱 체크하세요.

‘이 사람은 경제적으로는 이익이지만, 성격적으로는 손실이 있겠구나.’

‘이 사람은 내가 갑으로 살 수 있겠지만 잘 달래 가며 살지 않으면 문제가 되겠구나. 내가 갑이 되는 대신 평생 엄마 역할을 해줘야 하겠구나.’

‘이 사람은 줏대도 있고 자기 책임도 질 줄 알아서 참 괜찮다. 남편이지만 아버지처럼 의지할 수도 있다. 그 대신 늘 아버지한테 야단맞듯이 감시받고, 꾸지람 듣고, 가르침 받으며 살아야 하겠구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이런 예상치가 다 나옵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그런데 여러분은 갑질도 하고 싶어 하고, 또 상대는 나보다 더 나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지할 때는 아버지 같고, 부려먹을 때는 종 같고, 연애할 때는 사랑스럽고, 남들에게 소개할 때는 인물도 잘났고 남이 칭찬할 만한 사람이기를 바라죠. 질문자는 지금 이런 종합선물세트를 구하려는 거예요. (웃음)

그런데 그런 사람은 없어요.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질문자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벌써 딴 남자, 딴 여자가 채어가 버렸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을 구해보면 대부분 이미 유부남이거나 유부녀입니다. 이런 원리를 좀 알면 좋겠어요.

‘인연이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물론 인연이 있습니다. 인연이란 나도 선택하고 상대도 호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콩을 밭에 심을 때 콩 씨앗이 인(因)이고, 그것이 자랄 수 있는 밭이 연(緣)입니다. 콩 씨앗을 자갈밭에 뿌리면 싹이 안 나요. 아무리 밭이 좋아도 심지 않으면 또한 싹이 안 나겠죠. 이런 것을 ‘인연이 없다’라고 해요.

그런데 질문자가 말하는 ‘인연’은 그런 뜻이 아닌 것 같아요. 운명적인 만남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서 어느 날 백마 탄 왕자나 공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렇게 꿈만 꾸다가는 스님처럼 되는 거예요. 나이가 칠십이 되도록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살게 됩니다. 저는 질문자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이왕 버틴 거 끝까지 버티고 있어요. 미련도 안 갖고 후회도 안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조금 조급한 것 같네요. (웃음)

조급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점을 보러 가지도 말고, 눈을 낮춰야 합니다.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사람은 눈을 약간 낮추면 상대가 금방 보입니다. 지천에 깔렸어요. 나보다 스무 살 위부터 스무 살 아래까지 아래위로 연령대도 탁 넓히고, 이전에 결혼한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도 조건에서 빼버리고, ‘남자면 됐다’ 이런 관점을 딱 가지면 돼요. 그렇게 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할 수가 있고, 조금 까다롭게 조건을 내걸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 정도 설명했으면 대충 원리는 알았어요?”

“충분한 설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중에서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결혼을 빨리 하려면 눈을 낮춰야 해요. 예를 들어 내가 집이 한 채 있다고 합시다. 이걸 빨리 팔려면 조금 싸게 내놔야 하고, 시세대로 팔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고, 남보다 비싸게 팔려면 많이 기다려야 하겠죠. 비싼 값에 살 만큼 사정이 급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건 그냥 자기 선택이에요. 반대로 내가 집을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사정이 급하면 돈을 조금 더 줘야 해요. 싸게 사고자 하면 몇 번 놓칠 것을 감수하고 구해봐야 하는데, 여러 번 놓친 끝에 잡을 수도 있고, 결국 못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한탄할 것도 없고 원망할 것도 없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일 뿐입니다. 그런 원리에 따르는 가운데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거예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답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약간 신비주의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너무 딱 까발려서 투명 유리처럼 설명하니까 재미가 없죠? 그래도 인생이 이런 거예요.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늘 욕망에 사로잡혀서 선택을 못 하고 망설이거나, 선택한 뒤에 후회하거나, 늘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사는 거예요. 마치 희끄무레하게 잘 안 보이는 유리 너머에 세상을 보듯이 인생을 살기 때문에 늘 인생이 막막한 겁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이런 원리를 알아서 가볍게 사세요. 개미도 살고 다람쥐도 살고 토끼도 사는데 사람이 왜 못 살겠어요?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삶을 좀 활기 있게 살면 좋겠습니다. 혼자 살아도 좋고, 둘이 살아도 좋고,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이렇게 좀 열어놓으세요. ‘나는 안 한다!’, ‘나는 한다!’ 이렇게 정해두면 자기가 자기를 옭아매는 거예요. ‘언제까지 한다’ 이렇게 정해놓았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에요. 결혼을 하려면 눈높이를 낮추고 만남의 기회를 확대하세요. 그러면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웃음)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를 생방송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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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2-08-26 17:08:52

이수정

마음이 가볍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1-20 12:10:34

굴뚝연기

스님 몸이 좋지 않다고하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ㅠ옛날 생각하시고 예전처럼 그렇게 활동하시면 ㆍ이제는 힘드실꺼에요ㅜㅜ
[…인연이 맺어지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남녀의 만남이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도 이렇게 차근히 따져보면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결과입니다.] 남자도 잘 안붙고,결혼엔 크게 관심이 없다보니 스님말씀이 와닿진 않아요ㅎ

2022-01-11 02: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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