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16. 농사, 마을 어르신 식사 접대
“아들이 가출해서 비행 소년이 되었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날입니다. 음식 준비를 하기 전에 스님은 밭에 가서 오늘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수확해왔습니다.

“곧 비가 온다고 하니 밭에 가서 수확부터 해옵시다.”

스님은 산밑밭으로 갔습니다.

밭에 도착해 먼저 무성한 잎 사이로 가지를 찾아보았지만, 다 큰 가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가지가 쏟아지더니 달린 게 별로 없네요.”

오이도, 호박도, 토마토도 수확량이 확 줄었습니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스님, 날도 선선한 게 꼭 가을 같네요.”

“입추가 지난지도 한참 되었으니까요.”




고추까지 수확을 하고 비닐하우스로 갔습니다. 크게 자란 대파도 한 바구니 뽑았습니다.


비닐하우스를 나가다 구석에 자란 풀을 발견하고 뽑았습니다.

“이렇게 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로 땅이 말랐는데도 풀이 잘 자라는 걸 보면 신기하죠.”

수확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과 행자님은 비를 피해 오늘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다듬었습니다.

아침 울력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공동체 실무자들의 역할 배정, 참가자 사전교육, 조편성 등에 대해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12시에는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당에서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농사를 짓고 있는 밭과 논 주위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 자주 얼굴을 뵙지만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네 어르신들을 모두 초대해서 식사 한 끼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행자님들과 최말순 보살님이 아침 일찍부터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스님이 아침에 수확한 가지, 토마토, 오이, 고추로 밑반찬을 만들고 화덕에 스님이 직접 불을 때서 국을 끓였습니다.


11시 30분이 되자 마을 방송 스피커에서 이장님의 공지가 흘러나왔습니다.

“띵동! 잠시 후 12시부터 스님께서 준비한 점심 식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시간 맞춰서 경로당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정성껏 준비한 밥상이 다 차려지자 어르신들이 한 명씩 경로당에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오시는 어르신도 있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몸빼바지를 입고 오시는 어르신들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어제가 말복이었잖아요. 느티나무 아래에서 식사 대접을 해드리려고 풀을 깨끗이 깎아 두었는데, 오늘 비가 오는 바람에 이렇게 경로당에 상을 차렸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이고, 스님. 감사합니데이. 잘 묵을게요.”

식사를 하며 스님은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어르신들은 식사를 준비해 준 스님과 행자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경로당을 나왔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인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처음 먹어 봤어요. 감사합니다.” (웃음)

동네 어르신 중에는 몸이 불편해서 거동을 못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몇몇 집에는 행자님들이 직접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어르신, 한 그릇 드셔 보세요.”

“어디서 왔는교?”

“법륜스님이 계신 두북수련원이요.”

“법륜스님이 주셨다고? 고맙데이. 나는 경로당에 오라고 해도 못 가. 다리가 아파서 걸음을 못 걸어. 직접 갖다 주니 진짜 고맙데이.”

몇몇 집에 음식을 배달하는 행자들의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논과 밭을 오가며 늘 뵙는 분들인데 이렇게 음식이라도 나눠드릴 수 있어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설거지를 다 마치고 경로당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한 후 경로당을 나왔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행자님들과 최말순 보살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후 3시부터는 경전대학 학사 준비 실무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9월에 개강하는 경전대학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일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질문과 답변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들이 가출해서 비행 소년이 되었어요, 어떡하죠?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심리 불안과 학원 문제로 가출을 두세 번 했는데, 이번 여름 방학 때는 친구 네 명과 같이 가출을 했습니다. 한 명은 목걸이를 훔치고, 세 명은 오토바이를 타며 무인점포를 털다 경찰에게 잡혔습니다. 저희 아이는 초범이지만 다른 세 명은 비행 경력이 많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반성을 하며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아들의 친구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모여서 나쁜 짓을 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아이는 착한데 불량한 친구를 사귀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불량한 친구의 부모도 우리 아이는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닌데 불량한 친구들과 놀다가 물들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런 관점을 버려야 합니다.

옛날에 제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학부형들이 상담을 하면 와서 하는 얘기들도 이와 비슷했어요.

‘우리 아이는 참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나쁜 물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 해결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비행을 저질렀으면,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자기가 앞장서서 했든 남을 따라 했든, 그런 것과 관계없이 아이가 잘못된 행위를 했다는 관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잘못된 행위를 했다고 받아들여야 개선을 해나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선을 하려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교화가 되지, 아무런 처벌 없이는 교화가 어렵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범죄를 저질러서 수배령이 났다면, 그리고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안다면, 바로 경찰에 연락해서 아이를 경찰에 인도해야 해요. 아이의 잘못을 숨겨서는 안 되고, 아이가 빨리 개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나쁜 짓을 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이를 교화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처벌을 공개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처벌을 약간 유예하거나 경감시키는 합법적 절차를 밟을 수는 있겠죠. 그러나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이런 잘못된 행위를 되풀이할 위험에서 아이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학부형들을 만났을 때 아이가 하지 않은 행위를 갖고 일부러 죄를 뒤집어쓰고 사과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또 당신의 아이 때문에 내 아이도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상대를 탓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지금 아이들을 처벌해서 이력에 남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아이도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같이 힘을 합쳐서 아이들을 교화하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함께 이 문제를 풀어냅시다.’

남의 물건을 훔쳐놓고 그걸 무마시켜서 집에 데려다 놓으면 문제 해결이 되겠어요? 부모가 그렇게 무마해주면 아이는 또다시 그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고위 공직자 아들이나 부잣집 아들이 저지르는 비행은 멈춰지지도 않고 개선도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어지간히 나쁜 짓을 저질러도 부모님이 막아주고 구제해 줄 거야.’

이런 심리가 있기 때문에 계속 반복되는 겁니다. 사회 정의라는 측면에서도 부잣집 아들이라고 빼주고, 고위 공직자의 아들이라고 빼주고, 경찰하고 잘 아는 사이라고 빼주면, 부정행위라고 하잖아요. 합법적이고 공개적으로 정상참작이 되어야지, 비공식적으로 문제를 풀면 사회 정의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아이 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그 나이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특별히 나쁜 아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사춘기 때는 일순간 충동으로 인해 비행을 저지를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일로 야단을 치거나 아이를 죄인 최급을 해서는 안 됩니다. 산을 타다 보면 실수해서 미끄러질 수 있듯이, 자전거를 타면 넘어질 수 있듯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큰 죄를 짓지 않더라도 사춘기에는 이런 일이 생기는 게 가능하다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해요.

이번 실수를 인생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아이한테도 좋고, 세상에도 좋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법적으로 처벌이 안 된다든지, 특별한 이유나 예외가 적용되어서 보호받을 대상이라면, 더 추궁해서 야단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처벌받게 되어 있는 것을 부모가 무마하는 것은 범죄를 자꾸 키우는 행위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부모가 아이의 처벌을 비공식적으로 무마하는 것은 아이의 교화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아이들은 자랄 때 그럴 수도 있다’ 하고 바라봐야 합니다. 제가 자랄 때도 고등학교 때 사고를 쳐서 정학까지 당했는데 지금은 잘 사는 친구들 많아요. 잘 산다는 게 경제적 풍요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때 경험을 반성해서 곱게 자란 아이들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더 역량을 갖고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의 행동을 이해는 하되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의 잘못을 무마해도 안 되고, 외면해도 안 됩니다. 만약 아들이 경찰서 유치장에 가게 되면, 엄마로서 정기적으로 면회는 가야 합니다. 아무리 나쁜 짓을 했더라도 내 아들이니까 보살펴야 해요. 그러나 법을 어기면서 자기 아이라고 해서 빼오거나 처벌 수위를 낮추는 식으로 접근하면 사회 정의적 측면에서나 교육적 측면에서나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만 딱 갖는다면 문제 될 게 없어요. 좀 기다렸다가 아들이 집에 들어오면 경찰에 자수하도록 하면 됩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관점을 갖고 넉넉하게 생각하고 임해보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꾸 사건을 피해 가려고 하니까 가슴이 옥죄여 오는 겁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바라보지 않고, 부모의 속 썩이는 나쁜 아이라고 바라보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또 아이에게 이런 나쁜 경력을 안 남기고 무마하려고 하니까 자꾸 마음이 불안해지고 쪼들리는 겁니다. 이런 일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나 벌어진 일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처벌을 받도록 해서 아이가 사회 적응을 하는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렇게 대응한다면 불안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아들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락이 오면 사정을 들어보고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네가 본의든 아니든, 우발적이든 아니든,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니까 가서 합당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자. 그리고 필요하다면 엄마가 뒤에서 네가 겪는 생활적인 또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보살펴줄 수 있는 만큼 보살펴 주겠다.”

이런 식으로 당당하게 접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부모는 어쨌든 아이를 문제없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일을 더 크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합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서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어서 잘 안 되는 게 현실이에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금강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도록 하겠습니다.”

“아직도 관점이 제대로 안 잡혔네요. 금강경을 무엇 때문에 읽습니까? 금강경을 많이 읽으면 아이에게 아무 문제가 없어진다든지, 아이가 집에 들어오게 된다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금강경을 읽겠다는 거예요.”

“금강경을 읽으면서 제 의지를 한 번 더 강하게 다잡으려고 합니다.”

“의지가 왜 필요합니까? 자라나는 아이는 누구나 사춘기 때 사고를 칠 수 있다고 인정해버리면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그리고 아이든 어른이든,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잘못했으면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걱정할 게 없는데 마음을 다잡을 게 뭐가 있어요?

‘스님 법문을 들으니까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네요. 오늘부터 태평스럽게 살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수행자입니다. 금강경을 읽어서 마음을 다잡는 사람이 수행자가 아니라 이런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수행자예요.”

“네, 잘 알겠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무 씨앗을 밭에 심고, 오전에는 상임 천일준비위원회와 화상회의를 한 후 주간반 수행법회를 생방송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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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저희 아들도 17살인데 오토바이가 타고 싶다고 배달오토바이를 합니다. 사고날까봐 걱정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않아요
얼마전 흡연, 무단결석으로 퇴학처분 받고 자퇴했습니다.
다시 고1 신입학 특성화고 원서를 썼는데도
돈벌어 오토바이 산다고 아르바이트를 관두지 않고
매일 새벽 한두시에 들어옵니다. 실종신고도 여러번 해봤지만 말을 듣지않아

2022-11-14 01:43:48

임효신

감사합니다.

2022-08-24 21:32:09

주현희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니까 어려워 지는거 같아요.
자식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있다는걸 말씀 하시는거 같습니다.
이 문제로 금강경을 왜 읽느냐, 왜 의지를 내느냐 라고 하신 부분이
재미도 있고 놀랍기도 합니다.

2022-08-24 12: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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