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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열반재일이 시작되는 날 저녁, 법회와 정진을 마친 저녁반 활동가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서현법당은 분당정토회의 모태가 된 오래된 법당이면서, 동시에 재개원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신생법당이기도 합니다. 주간반이 체계가 잡히기 훨씬 전에 이미 저녁반이 법당의 중추 역할을 해오고 있었는데요, 저녁반의 탄탄한 조직은 항상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봉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다른 어떤 법당의 주간반보다도 단합이 잘 되는 서현의 저녁반에는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걸까요?
▲ 2015년 신생법당 7주 정진 기간에. 뒷줄은 신단아, 장흥수, 앞줄 왼쪽부터 송일웅, 오미옥, 박은지 님
법당의 운명은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비장함
처음부터 우등생들이 모여 잘 된 것이라 생각했던 저녁반에도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음이 모이게 된 계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장흥수(이하 장)_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된 건 작년 신생법당 정진이에요. 7주 동안 모든 저녁반 활동가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정진한 게 시초가 되었어요. 그때의 분위기가 정일사로, 또 통일의병대회로 이어져서 계속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요. 이야기하면 다 들어줄 정도로 모두 착했던 것 같아요(웃음).
▲ 통일의병 강의를 마치고. 왼쪽부터 두주희, 오미옥, 신단아 님
오미옥(이하 오)_ 7주 정진이었지만 100일을 채워서 했고, 계속 만났지요. 재개원하고 자리가 안 잡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법당의 존폐는 여기 회원들의 몫이지 않을까 하는 비장함이 있었습니다. 혼자 용맹정진을 시작했고 3월부터 계속 300배를 했습니다. 그때는 무슨 힘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법당이 바로 서야 한다는, 그러려면 수행의 기풍이 넘쳐나야 한다는 법사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수업일과 법회 빼고는 잘 나오지 않았었는데, 그때는 거의 매일 나오며 기도한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매일 새벽에 어디 가는지 다 알 정도였으니까요. 그 전에는 (활동가들끼리) 서로 잘 알지도 못했어요.
장_ 송일웅 거사님이 (중심을 잡고) 계시니 편해요. 우리 집 보살보다 편해요. 우리 둘이 연애하는 거 아니야? 할 정도로(웃음).
송일웅(이하 송)_ 그게 아니고 새벽 4시에 몇 번씩 전화해요. 제가 깨어 있는 시간을 아니까. 법당에 나오라고, 갈 때 데리고 가라고 전화를 해요.
장_ 그때 정진이 이어진 게 정말 큰 힘이었지요. 누구도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수행이 중심에 있으니 가능한 것
활동의 중심에는 환갑이 넘은 두 분의 거사님이 있었습니다. 항상 제일 일찍 나와 수행의 모범을 보여주고, 몸으로 하는 일도 마다치 않는 송일웅 님, 그리고 저녁팀장으로서 서로를 가족처럼 챙기는 든든하고 자상한 장흥수 님. 희망 강연이나 불교대학 홍보가 있으면 새벽과 저녁 시간을 내어 현수막을 달고, 주말이면 항상 거리모금에 함께합니다. 이 두 분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을 낸다는 저녁반 도반들. 저녁반 활동가들의 바탕에는 ‘수행’이 있았습니다.
▲ JTS 거리모금을 마치고. 뒷쭐 맨 왼쪽이 박은지 님, 왼쪽에서 네 번째가 두주희, 오미옥 님, 뒷줄 오른쪽 송일웅 님.
송_ 경전반을 마치고 1년 쉬고 있었는데, 중학교 후배인 박기범 거사에게서 경전반 담당 맡으라고 전화가 왔어요. 1년 뒤에 하겠다고 했더니, 딱 1년 뒤에 전화가 온 거에요. 4시 반에 일어나는 수행은 5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해왔고 천일결사도 계속 갔습니다. 하지만 봉사를 안 하니 법당 식구들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본보기가 되어야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경전반을 맡으면서 연애하는 감정으로 열심히 다니게 되었지요.
장_ 힘든 거, 어려운 거,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들을 말하면서 불러내도 새벽같이 나오셔요. ‘노인네가 최고네’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여기에서 하는 행사에 몸으로 하는 일도 가리지 않고 다 하십니다. 사람이 없어 그렇기도 하지만, 연락을 드리면 ‘노’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 수행된 사람들은 달라요.
두주희(이하 두)_ 서초에 있다 와서는 2년 동안 수행법회만 나왔어요. 개인적인 일로 법당에 애정도 잘 안 생기고 해서. 그러다가 천일결사 모둠장을 하면서 도반들과 친하게 되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위기인 줄 알고 따라갔지요.
송일웅 거사님께 항상 감사한 게, 언제나 먼저 와서 계시니까 정진을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고 믿음이 가요. 정진은 안 하고 일만 하는 분들이었다면 의심이 갔을 텐데, 내가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힘은
수행 제일 송일웅 님, 자상한 리더 장흥수 님, 꼼꼼하고 치밀한 두주희 님,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오미옥 님, 생기 넘치는 아이디어 뱅크 신단아 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추석훈 님, 그리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박은지 님과 서영진 님까지. 저녁반은 각기 다른 강함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강함을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고 수행의 힘을 통해 부드러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 통일의병대회에서. 왼쪽부터 송일웅, 오미옥, 두주희, 신단아, 장흥수 님
신단아(이하 신)_ (모둠장을 4년째 하고 계신) 송일웅 님께 다 배웠어요. 거사님이 하시는 거는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지금 들으면서 보니 여기 있는 분들에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다 책임감이 평균 이상으로 있어요. 사회적으로나 보편적으로. 그러니 중간에 내팽개치는 것이 없어요. 그리고 긍정성. 어떤 과제가 있으면 물러남이 없이 모두 다 하겠다는 분위기에요. 추석훈 님도 아니라고 한 적이 없어요. 우리는 모두 예스맨이에요(웃음).
두_ 신단아 님, 장흥수 님 모두 10년 넘게 되신 분들인데 낮은 곳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모둠장 역할을 하는 것도 그렇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본보기가 되어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 나요.
오_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혼자 묵묵히 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상황에 맞추어서 배려하고, 내가 좀 더 움직여서 상대가 일하기 쉽게 해주는 것, 원칙대로 하기보다 분위기와 상대에 맞게 일을 하려고 해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하지만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남들에게 느껴지면 되는 게 아닐까요.
송_ 마음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가 있는 것 같네요(웃음)
장_ 다들 먼저 나서서 일하면서도 짜증을 안 내요.
오_ 맞아요. 저녁반이 짜증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장_ 모두 일에 쫓기고 바쁠 텐데,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정진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오_ 고마운 마음이 결국 나를 움직이는 것 같아요.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우니까 열심히 하게 돼요. 엄청난 선배들이 저렇게 도와주시는데, 내가 뭐라고, 고마워서 더 열심히 해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 또 사람들이 알아주고요. 덕분으로 이렇게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참 좋아요. 사람이 힘인 것 같아요.
송_ 개개인이 보면 다 강한데, 자기 강함을 내세우지 않아요. 전부 강해서 여기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강하지 않은 사람은 여기 오래 못 있어요(웃음). 강함을 수행으로 부드럽게 만들고,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해서 그런 거지요.
추석훈(이하 추)_ 마음 내서 처음 저녁반 정회원 밴드에 들어갔을 때는 마치 높은 산처럼 느껴졌어요. 굉장히 탄탄한 그룹이구나, 안에 녹아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밴드에 들어가서 이전 활동사진을 보면 매일 똑같은 구성원들이 옷만 다르고 장소만 다르고, 그 사람들이 항상 있는 거예요. 아, 이게 세월과 연륜의 힘이구나 느끼면서도 참 융화되기 힘들겠다고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색깔이 모두 짙어 보였어요.
그러다가 어울리는 계기가 된 건 어느 순간 새벽에 와서 ‘같이 기도하자’라고 하면서였어요. 기도를 같이하면서 서로 땀 냄새를 맡고 칙칙한 모습을 보고 나면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 피곤하지만 평온한 얼굴들을 조금씩 나누다 보면 자기가 할 일을 솔선수범하게 되고요.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채워지면 채워지는 거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그런데 튀어야 할 때만 튀고 튀지 않는 게 묘한 것 같아요. 그것이 수행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지만요.
▲ 불교대학 입학식 축하 공연. 오른쪽부터 추석훈, 장흥수, 신단아, 오미옥 님.
9시 반에 시작한 인터뷰는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들이 없이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5시 정진에서 다시 만나자 인사하며 헤어지는 얼굴들에서는 빛이 납니다. 시종일관 즐겁게 진행된 인터뷰를 돌아보며 저녁반 활동가들을 이끄는 힘은 다른 무엇도 아닌 '함께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고, 그 즐거움에 자연히 함께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라고. 연애하는 설렘도 따라올 수 없는 수행하고 봉사하는 즐거움!
글_엄지선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서현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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