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현법당
정진의 힘으로 세운 법당의 기풍! 강하고 부드러운 하모니
저녁반 활동가 인터뷰

출가열반재일이 시작되는 날 저녁법회와 정진을 마친 저녁반 활동가들을 만나고 왔습니다서현법당은 분당정토회의 모태가 된 오래된 법당이면서동시에 재개원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신생법당이기도 합니다주간반이 체계가 잡히기 훨씬 전에 이미 저녁반이 법당의 중추 역할을 해오고 있었는데요저녁반의 탄탄한 조직은 항상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었습니다직장에 다니면서 봉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다른 어떤 법당의 주간반보다도 단합이 잘 되는 서현의 저녁반에는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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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생법당 7주 정진 기간에뒷줄은 신단아장흥수앞줄 왼쪽부터 송일웅오미옥박은지 님

 

법당의 운명은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비장함

처음부터 우등생들이 모여 잘 된 것이라 생각했던 저녁반에도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마음이 모이게 된 계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장흥수(이하 장)_ (마음을 모으는계기가 된 건 작년 신생법당 정진이에요. 7주 동안 모든 저녁반 활동가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정진한 게 시초가 되었어요그때의 분위기가 정일사로또 통일의병대회로 이어져서 계속 만나게 되었습니다그러면서 작년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요이야기하면 다 들어줄 정도로 모두 착했던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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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병 강의를 마치고왼쪽부터 두주희오미옥신단아 님

 

오미옥(이하 오)7주 정진이었지만 100일을 채워서 했고계속 만났지요재개원하고 자리가 안 잡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이 법당의 존폐는 여기 회원들의 몫이지 않을까 하는 비장함이 있었습니다혼자 용맹정진을 시작했고 3월부터 계속 300배를 했습니다그때는 무슨 힘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이 법당이 바로 서야 한다는그러려면 수행의 기풍이 넘쳐나야 한다는 법사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그전까지만 해도 수업일과 법회 빼고는 잘 나오지 않았었는데그때는 거의 매일 나오며 기도한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매일 새벽에 어디 가는지 다 알 정도였으니까요그 전에는 (활동가들끼리서로 잘 알지도 못했어요.

 

송일웅 거사님이 (중심을 잡고계시니 편해요우리 집 보살보다 편해요우리 둘이 연애하는 거 아니야할 정도로(웃음).

 

송일웅(이하 송)그게 아니고 새벽 4시에 몇 번씩 전화해요제가 깨어 있는 시간을 아니까법당에 나오라고갈 때 데리고 가라고 전화를 해요.

 

그때 정진이 이어진 게 정말 큰 힘이었지요누구도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수행이 중심에 있으니 가능한 것

 

활동의 중심에는 환갑이 넘은 두 분의 거사님이 있었습니다항상 제일 일찍 나와 수행의 모범을 보여주고몸으로 하는 일도 마다치 않는 송일웅 님그리고 저녁팀장으로서 서로를 가족처럼 챙기는 든든하고 자상한 장흥수 님희망 강연이나 불교대학 홍보가 있으면 새벽과 저녁 시간을 내어 현수막을 달고주말이면 항상 거리모금에 함께합니다이 두 분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을 낸다는 저녁반 도반들저녁반 활동가들의 바탕에는 수행이 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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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S 거리모금을 마치고뒷쭐 맨 왼쪽이 박은지 님왼쪽에서 네 번째가 두주희오미옥 님뒷줄 오른쪽 송일웅 님.

 

경전반을 마치고 1년 쉬고 있었는데중학교 후배인 박기범 거사에게서 경전반 담당 맡으라고 전화가 왔어요. 1년 뒤에 하겠다고 했더니딱 1년 뒤에 전화가 온 거에요. 4시 반에 일어나는 수행은 5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해왔고 천일결사도 계속 갔습니다하지만 봉사를 안 하니 법당 식구들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개인적으로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본보기가 되어야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그렇게 경전반을 맡으면서 연애하는 감정으로 열심히 다니게 되었지요.

 

힘든 거어려운 거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들을 말하면서 불러내도 새벽같이 나오셔요. ‘노인네가 최고네’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여기에서 하는 행사에 몸으로 하는 일도 가리지 않고 다 하십니다사람이 없어 그렇기도 하지만연락을 드리면 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수행된 사람들은 달라요.

 

두주희(이하 두)_ 서초에 있다 와서는 2년 동안 수행법회만 나왔어요개인적인 일로 법당에 애정도 잘 안 생기고 해서그러다가 천일결사 모둠장을 하면서 도반들과 친하게 되었어요저는 처음부터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위기인 줄 알고 따라갔지요.

송일웅 거사님께 항상 감사한 게언제나 먼저 와서 계시니까 정진을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고 믿음이 가요정진은 안 하고 일만 하는 분들이었다면 의심이 갔을 텐데내가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힘은

 

수행 제일 송일웅 님자상한 리더 장흥수 님꼼꼼하고 치밀한 두주희 님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오미옥 님생기 넘치는 아이디어 뱅크 신단아 님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추석훈 님그리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박은지 님과 서영진 님까지저녁반은 각기 다른 강함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하지만 그 강함을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그리고 수행의 힘을 통해 부드러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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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병대회에서왼쪽부터 송일웅오미옥두주희신단아장흥수 님

 

신단아(이하 신)_ (모둠장을 4년째 하고 계신송일웅 님께 다 배웠어요거사님이 하시는 거는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지금 들으면서 보니 여기 있는 분들에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다 책임감이 평균 이상으로 있어요사회적으로나 보편적으로그러니 중간에 내팽개치는 것이 없어요그리고 긍정성어떤 과제가 있으면 물러남이 없이 모두 다 하겠다는 분위기에요추석훈 님도 아니라고 한 적이 없어요우리는 모두 예스맨이에요(웃음).

 

신단아 님장흥수 님 모두 10년 넘게 되신 분들인데 낮은 곳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모둠장 역할을 하는 것도 그렇고열심히 하는 모습이 본보기가 되어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 나요.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혼자 묵묵히 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상황에 맞추어서 배려하고내가 좀 더 움직여서 상대가 일하기 쉽게 해주는 것원칙대로 하기보다 분위기와 상대에 맞게 일을 하려고 해요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하지만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남들에게 느껴지면 되는 게 아닐까요.

 

마음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가 있는 것 같네요(웃음)

 

다들 먼저 나서서 일하면서도 짜증을 안 내요.

 

맞아요저녁반이 짜증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모두 일에 쫓기고 바쁠 텐데전혀 드러나지 않아요정진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고마운 마음이 결국 나를 움직이는 것 같아요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우니까 열심히 하게 돼요엄청난 선배들이 저렇게 도와주시는데내가 뭐라고고마워서 더 열심히 해요그렇게 열심히 하면 또 사람들이 알아주고요덕분으로 이렇게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참 좋아요사람이 힘인 것 같아요.

 

개개인이 보면 다 강한데자기 강함을 내세우지 않아요전부 강해서 여기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강하지 않은 사람은 여기 오래 못 있어요(웃음). 강함을 수행으로 부드럽게 만들고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해서 그런 거지요.

 

추석훈(이하 추)_ 마음 내서 처음 저녁반 정회원 밴드에 들어갔을 때는 마치 높은 산처럼 느껴졌어요굉장히 탄탄한 그룹이구나안에 녹아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밴드에 들어가서 이전 활동사진을 보면 매일 똑같은 구성원들이 옷만 다르고 장소만 다르고그 사람들이 항상 있는 거예요이게 세월과 연륜의 힘이구나 느끼면서도 참 융화되기 힘들겠다고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색깔이 모두 짙어 보였어요.

그러다가 어울리는 계기가 된 건 어느 순간 새벽에 와서 같이 기도하자라고 하면서였어요기도를 같이하면서 서로 땀 냄새를 맡고 칙칙한 모습을 보고 나면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피곤하지만 평온한 얼굴들을 조금씩 나누다 보면 자기가 할 일을 솔선수범하게 되고요안 되면 안 되는 거고 채워지면 채워지는 거고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그런데 튀어야 할 때만 튀고 튀지 않는 게 묘한 것 같아요그것이 수행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그런 부분에서 저는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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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학 입학식 축하 공연오른쪽부터 추석훈장흥수신단아오미옥 님.

 

9시 반에 시작한 인터뷰는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 끝났습니다그런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들이 없이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다음 날 새벽 5시 정진에서 다시 만나자 인사하며 헤어지는 얼굴들에서는 빛이 납니다시종일관 즐겁게 진행된 인터뷰를 돌아보며 저녁반 활동가들을 이끄는 힘은 다른 무엇도 아닌 '함께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고그 즐거움에 자연히 함께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라고연애하는 설렘도 따라올 수 없는 수행하고 봉사하는 즐거움!

 

_엄지선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서현법당)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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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감동 있는 글 감사합니다.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화합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청정 화합하는 법당을 위해 수행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새기겠습니다.

2016-04-14 14:51:30

무구의

수행정진의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기사였습니다.
본받고 싶어요!

2016-04-14 10:51:38

해탈행

이 법당이 바로 서야 한다는, 그러려면 수행의 기풍이 넘쳐나야 한다는 법사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 그때 정진이 이어진 게 정말 큰 힘이었지요. 누구도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우니까 열심히 하게 돼요. 엄청난 선배들이 저렇게 도와주시는데. / 개개인이 보면 다 강한데, 자기 강함을 내세우지 않아요. 튀어야 할 때만 튀고 튀지 않는 게 묘한 것 같아요. 그것이 수행의 힘이겠지요.

서현법당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많네요! 짱짱한 선배들이 낮은 자리에서 정진의 힘으로 함께 하니 안 될 일이 없겠네요. 부드러운 강함... 함께 하는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4-14 0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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