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봉법당
'아들들에게 기대지 말고 내 팔 내가 흔들고 살자'-화봉법당 정정숙 님 이야기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녕하세요 정정숙 님” 인사를 건네고 “저 아시죠?, 수행.보시.봉사를 열심히 한다고 추천이 들어왔어요”라는 리포터의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어머 부끄러워요”하며 수줍어하는 정정숙 님을 만나러 지난 목요일 밤늦은 시간에 법당을 찾았습니다. 경전반 수업을 마치고 저를 꼭 안아주며 또 한 번 “부끄러운데” 하고 속삭였습니다. 저녁부경전반 학생이면서 불교대학담당을 맡은 정정숙 님과 늦은 시간이었지만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사랑스런 두 아들
▲ 사랑스런 두 아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수행과제나 수행을 하면서 나의 삶에 변화된 점이 있다면요?

제 수행과제는 ‘아들들한테 기대지 말고 내 팔 내가 흔들고 살자’라는 것입니다.
경전반 수업 때 스님이 들려주신 미국의 한 어머니 얘기가 늘 마음에 남습니다. 혼자의 몸으로 고생하며 아들 둘을 출세시켜 놓고 혼자 지내다 미국으로 아들을 따라가서 같이 살다 보니 아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생겨 화가 차오르고 삶에 회의가 들어 괴로웠는데 ‘저 아들은 내 아들이 아닙니다.’라는 기도문으로 기도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아들이 제 말을 안 들어줘서 서운한 맘이 드는 날은 ‘저 아이들은 제 아들이 아닙니다.’라고 기도를 합니다.

수행을 하면서 처음에는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모습이 보여서 기도가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백일을 기도하면 내 꼬라지를 안다고 하셨는데 이백일 정도 기도하니 내가 보고 싶지 않던 그 모습 또한 나인 것을 알고 그런 나를 모른 척 외면하고 나를 괴롭히며 살았다는 생각에 기도 때마다 울기도 했습니다. 바라는 마음이 괴로움의 씨앗임을 알아 아이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바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사는 삶을 살고 싶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다독이며 살고자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나 동료들 사이에 끼어 있지 않아도 소외감이나 외롭다는 생각은 싹 없어지고 어울려도 좋고 혼자 있어도 좋은 시간을 보내며 일상에서도 행복할 거리를 찾고 늘 감사하는 마음이 됩니다. 나를 고집하면 인연 따라 살지 못한다는 말씀처럼 나답게란 생각에 빠져 살았는데 정토회에서 수행도 하고 다양한 봉사를 해보니 또 다른 나를 만나기도 하고 뭐든지 긍정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욕불의식 중인 정정숙 님(왼쪽)
▲ 정성을 다하여 욕불의식 중인 정정숙 님(왼쪽)

경전반 학생이면서 저녁 불교대학 담당 통일 의병까지 여러 가지 소임을 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는지요?

삶을 둘로 나눈다면 불교대학 입학 전이랑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대 수업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이라면 경전반 수업은 싹을 틔우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소임에 있어 화요일은 불교대학담당으로 가니 아무리 바빠도 화가 나지 않는데 목요일 경전반은 경전반담당 활동가분이 부탁하면 화가 일어나는 나를 봤습니다. 왜 화가 날까를 생각하니 화요일 불교대학 소임은 내 일이고 목요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서 화가 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얻는 게 더 많아 선배 활동가의 말처럼 “소임이 복”임을 알아가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나누기를 마치며(가운데:정정숙 님)
▲ 나누기를 마치며(가운데:정정숙 님)

마지막으로 불교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불교대학학생들 모두 “바른 부처님 법을 배워 오늘도 내일도 매일 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여동생이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뭐든 같이 하고 싶은데 자기는 게으르고 아침잠도 많고 집 밖으로 나가는 거 싫어한다고 정토회는 못 다닐 것 같다고 합니다. 제가 좀 더 행복한 삶을 살면 동생도 바뀔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더불어 정토회 프로그램 중 지금 하고 있는 ‘통일의병 교육’과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을 잘 마무리 하고 싶고 내 팔 내가 흔들고 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법당 행사 때마다 조용한 미소로 맞아주며 봉사를 하는 정정숙 님을 만나 ‘아 봉사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하는 걸 깨닫습니다. 바른 법에 서서히 물들어 가며 베풀되,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내 팔 내가 흔들고 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길 응원합니다.

글_유은희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화봉법당)
공동편집_유은희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화봉법당),전은정(정토행자의하루 편집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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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

감사합니다. 행복한 수행자의 모범이십니다~~

2017-05-28 19:31:36

법승

덕분에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5-25 1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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