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6 (호주 1일째
오전) 시드니 멜번 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위해 수계식 법문을 해준 후 오후에는 시드니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어젯밤 10시 비행기로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새 8시간을 비행하여 아침 9시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의자에 앉아 잠을 잔 셈입니다. 

 


▲ 8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앉아 잠을 자는 스님

 

다만 에어콘 바람이 너무 강해서 몸에 한기가 들었는지 갑자기 콧물과 기침이 나와 조금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도 원고 교정을 계속 하였습니다. 

 


 

입국 수속을 밟고 아침 10시가 넘어 공항 밖으로 나오니 시드니정토회 정은지 총무님과 운전봉사자 정귀수님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강연장인 시드니대학교로 향했습니다. 

 


▲ 공항 마중을 나온 정은지 총무님과 운전봉사자 정귀수님

 

11시부터 곧바로 정토불교대학 수계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아침 식사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먹었습니다. 시드니정토회에서 정성껏 도시락을 싸주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침 식사

 

수계식이 열리는 시드니대학교 이스턴 에비뉴 오디토리엄에 도착하자마자 스님은 곧바로 화장실에서 세수만 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오전에는 수계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시드니정토회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정은지님의 경과 보고와 함께 수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시드니정토회 정은지 총무님

 

시드니 정토불교대학은 2010년 2월에 처음 시작되어 지금까지 74명이 졸업을 하였으며, 오늘은 시드니에서 15명, 멜번에서 7명, 총 22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생 중에서 오늘 수계를 받는 사람은 시드니 정토법당 12명, 멜번 정토법당 4명을 포함해 총 16명입니다. 

 


▲ 시드니, 멜번 정토불교대학 수계식

 

이렇게 16명이 가사를 여법하게 수하고 자리한 가운데 수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대중들에게 삼귀의 오계 수계를 하기에 앞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떤 역사를 거쳐 오늘의 나에게 이르렀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 후 오계를 지키는 것이 왜 소중한 것인지 그 의미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불교신자인 선생님들은 확실히 아이들을 때리는 비율이 낮다는 통계가 나올까요? 술주정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까 불교신자들은 확실히 적다는 통계가 나올까요? 폭행하는 사람을 경찰이 잡아서 조사해 보니까 불교신자는 거의 없다는 통계가 나올까요? 도둑을 잡아서 조사해 보니까 불교신자는 특별히 적다는 통계가 나올까요? 성추행범을 잡아서 전부 조사해 보니까 불교신자는 거의 없다는 통계가 나올까요? 

 


 

만약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불교신자라는 게 무슨 대수겠어요? 불교신자면 뭐하고 기독교신자면 뭐하고 무교면 어떻겠어요? 그런 불교신자는 아무런 불교적 가치가 없는 그냥 부처님한테 복 빌기 위해서 신자가 된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불교신자의 수가 늘든 줄든 이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렇게 이름만 불교신자인 사람들에게 수계하려고 제가 밤새도록 비행기 타고 와서 아침부터 이렇게 강단에 앉아 있겠어요? 한 명이라도 불교 수행자가 늘어나는 만큼 세상이 좋아져야 된다는 믿음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모두 웃음) 

 


 

불자들이 다섯 가지 기본계율, 즉 오계만 지켜도 이 세상은 정말 좋아질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친구들이 ‘야, 너는 좋겠다. 엄마가 불자여서 공부하라는 잔소리 들을 일은 없겠네’, 학생들이 ‘야, 올해는 선생님이 불자여서 매 맞을 일은 없겠다’, 사업가들이 ‘거래처 사장이 불자라고 하니까 사기당할 일은 없겠다’, 환자들은 ‘의사가 불자라니 과잉진료 받을 일은 없겠다’ 이렇게 말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됩니다. 오계를 잘 지키면 세상에 살면서도 부처의 길을 갈 수가 있는 거예요.” 

 

다섯 가지 계만 잘 지켜도 우리 사회가 참 좋아질 것이라는 말씀이 오랫동안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이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왜 오계를 지켜야 하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계를 하나 하나 읊어 주면서 수계 대중들이 잘 지킬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이것이 우바새, 우바이들의 계이니 그대들은 몸과 목숨을 다하여 능히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대중들이 큰 목소리로 잘 지킬 것을 약속하자 스님은 모두에게 불명과 수계증을 수여했습니다.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오게 해서 수여한 불명의 의미를 모두 해석해 주었습니다. 

 


▲ 불명과 수계증 수여식

 

“앞에 서 계신 분의 불명은 ‘능인화(能仁花)’ 입니다. 만불 가운데 세 번째 부처님의 명호가 ‘능인(能仁)’ 여래불입니다. 능인이란 ‘어질고 전능하다’는 뜻인데 이것은 모든 중생을 어질게 두루 보살피시는 부처님이란 뜻이 됩니다. 부처님의 이름인 ‘능인’을 따서 ‘능인화’라는 불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별로 어질게는 안 생겼네요?(모두 웃음) 앞으로는 어질게 살아야 해요. 알았지요?”

 

“예.”

  

“두루뭉술하게 모든 사람을 좋게 봐줘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다 불쌍한 사람이에요. 우리 눈으로 보면 술 먹고 행패부리는 사람이 나쁜 인간이지만 그 사람의 까르마,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어릴 때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자기도 자기를 어쩌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그 까르마를 봤을 때는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능인화 보살님은 앞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보고 능히 다 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님의 짧고 명쾌한 해설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자 분이 불명을 받았습니다. 

 


 

“거사님의 불명은 ‘덕주(德主)’입니다. 만불 가운데 1543번째 부처님의 명호가 덕주여래불입니다. ‘베푸는 자 가운데에 주인이다’ 하는 뜻입니다. 집에 쌓아둔 게 많이 있어요? 재물이 없으면 마음으로도 베풀고, 몸뚱이로도 베풀어야 돼요. 그래서 거사님은 항상 사람들에게 뭘 얻을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거사님이 바로 베푸는 자의 주인이기 때문에. 알았죠?”

 

“예.”

 

“물이 고이면 썩지만 물을 자꾸 퍼내면 새물이 나오듯이, 자꾸 베풀면 영원히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분이 바로 덕주 거사님입니다.”(모두 박수)

 

 

 

이렇게 스님은 수계를 받은 16명에게 불명의 의미를 자상하게 일러주었습니다. 수계식을 마치고 나서 대중들 모두 하나같이 “스님은 속마음을 꿰뚫어보시는지 딱 저 사람에게 맞도록 불명을 해설해 주셨다”며 아주 좋아했습니다. 

 

10분 간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오후 1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졸업식에는 경전반 졸업자까지 포함해 총 26명이 참석했습니다. 졸업생들이 스님께 법문을 청하자 스님은 졸업생들을 격려해주면서 조금 더 포용적이고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불자는 사회의식 수준이 보통 사람보다는 높아야 됩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불교신자는 일반 국민들보다 의식수준이 높을까요? 그건 학벌하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 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예를 들어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반대해도 종교인은 용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인과 그 부모는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요? 또 얼굴이 검다고, 여자라고, 장애가 있다고 차별받으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요? 다 자기가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태어났는데 그렇게 돼있는 걸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 차별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가 않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비추어서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첫 번째로 기독교에서는 천하 만물을 다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하잖아요. 그럼 그 사람들도 하나님이 창조한 거잖아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만 창조했지 그런 사람들은 창조를 안 했대요. 그럼 ‘하나님이 천하 만물을 창조했다’는 말은 맞는 말이 아니잖아요. 두 번째로 그들도 하나님이 창조한 게 맞다면 하나님이 소위 불량품을 창조했다는 거잖아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다면서 왜 불량품을 만드나요? 그러니까 일부 기독교인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건 곧 자기 신앙을 부정하는 게 됩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의식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2,600년 전에 태어나셨는데도 계급차별과 남녀차별을 부정하셨습니다. 요즘도 아니고 2,600년 전에 말이에요. 그러니까 당시에 사회적 저항을 많이 받으셨지요. 

 


 

우리는 그런 부처님이 가셨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의 마음이 닫혀있으면 안 됩니다. 열려있어야 합니다. 자기의 정체성은 확고히 갖되 타인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길을 가는 게 수행자입니다. 여러분, 수행자로서 자랑스럽게 이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졸업을 축하합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따뜻한 격려말씀에 모두들 크게 박수를 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의 감로 법문이야말로 졸업생들에게는 가장 큰 졸업 선물인 것 같았습니다. 

 

졸업장 수여를 마친 후 졸업생들은 머나먼 이국땅에 살고 있는 26명을 위해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와서 4시간에 걸쳐 수계식과 졸업식을 해준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건네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졸업생들

 

스님의 법문에 모두들 들뜬 마음이 되어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제 오늘부터 진정한 수행자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뒤에 자리한 선배 도반들과 가족들이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었습니다. 

 


▲ 시드니, 멜번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생 모두 함께

 

수계식과 졸업식은 오후 3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30여 분 동안 여유가 생겨 늦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스님은 한국과 계속 전화 연락을 하며 필요한 업무를 챙기셨습니다. 

 

이어서 오후 4시부터는 시드니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3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감동적이고 재미가 넘쳐나는 대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음 이야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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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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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선

오계를 지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하겠습니다.
나도 행복하고 타인도 행복한 길에 더욱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2016-03-15 05:14:01

홍창우

김동일님 덕분에 무식한 인간임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자기가 무식한 줄 모른다는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심리학 이론에서 설명하는 인간 정신의 취약점과 모순점들에 대해서도 실 사례로 접하여 좀 더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하네요.
그런데 많은 기독교인들은 저런사람들 때문에 같이 싸잡혀서 욕먹는일이 많으니 좀 불편하시겠습니다 ^^.

2016-03-15 02:17:07

콘스탄티누스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신
우리 주님은, 아벨을 살해한 카인도, 죽이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죽임을 당할것을 , 면하게 해주셨으니, 진정한 창조주는 .,
징벌의 하나님이 아닙니다..남성간의 성교를 금한다는 레위기의 구절은,야훼가 유대인에게,
타 이방인들의 성적우상숭배를 경계한것이지,,
오늘날의 동성애를 빚대어서 경고한것이 아닙니다..
무릇 현시대의 목자라는 분들이, 우매한 신도들에게,,
사랑과 포용을ㅡ 제대로 가르쳐야지,,어찌하여,,비난과 폭력의 방식을 가르친다는
말입니까..스님께,,성서수업을 다시 받아야할것같습니다 ,아멘,

2016-03-11 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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