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통영법당
인생의 의미 찾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통영법당 불교대학 저녁부 담당자 김미진 님입니다. 인터뷰 내내 와 닿는 김미진 님의 이야기에 희망리포터도 '느슨해진 수행의 끈을 조여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김미진 님의 수행이야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함께 마음 나눠주는 남편과 함께
▲ 집에서 함께 마음 나눠주는 남편과 함께

아이 담임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정토회

첫째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 학부모회에 가서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한 행복에 관한 발표(PPT)를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발표에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해라’에 지친 아이들의 어두운 모습, 기대대로 될 수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펑펑 울던 저를 선생님은 따로 불러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시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때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미 1학년 담임 선생님에게 들어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이상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 한번 데려가 봐라”라고 했고 저는 상처를 크게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가르쳤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1학년 때는 그렇게 학교 가기 싫다고 하던 아이가 2학년 때는 선생님이 좋다며 편안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정토회에 오래 다니신 분이었습니다.

가족 나들이
▲ 가족 나들이

2학년 담임 선생님과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문자를 주고받으며 소통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보다 엄마의 문제라며 제게〈깨달음의 장〉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제 문제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아이가 이대로 크면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에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뭐든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선생님은 108배를 추천했습니다.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아이는 괜찮습니다.’ 이를 명심문으로 삼아 시작했습니다.
 
절하는 법도 모르는 저였지만 선생님에게서 풍기는 따뜻함과 편안함에 마음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선생님이 아니라 저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제가 달라지니 아이도 조금씩 변하고 학교에서도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3학년이 될 무렵, 자영업을 하던 남편의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고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운 막막한 상황에서 부산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정아버지의 일을 돕기로 하고 통영으로 왔습니다. 이 세상 모든 괴로움을 다 진 듯 괴로웠고 주변에 대한 원망도 컸습니다. 통영에 내려오면서 〈깨달음의 장〉이 정토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과 불교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동아줄 부여잡듯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봄불교대학 남산순례,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김미진 님
▲ 올해 봄불교대학 남산순례,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김미진 님

아! 자기 수행이구나!

입학식 날 펑펑 운 게 기억에 남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입학하고 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울었던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은 빠짐없이 참석해서 정토회를 알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녔습니다. 저는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었습니다. 성격 때문인지 분별심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가 조금 늦게 와도, 법문이 중간에 끊어져도 '담당자가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부총무님은 왜 저리 열심히 하는 거지 혹시 월급을 받고 일하나' 하는 마음도 일어났습니다. 

남산 순례와 문경 특강을 다녀오면서부터 분별심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참석 인원이 승용차 한 대에 타기 좋은 다섯 명이었습니다. 오며 가며 차 안에서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에 마음이 열렸습니다. 돌아보면 불교대학 1년은 정토회가 어떤 곳인지 아는 기간이었습니다. 사회자 교육도 받고 영상 담당 봉사를 하면서 소속감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불교대학 담당자에게 가졌던 분별심도 사라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부총무님의 모습도  ‘자기 수행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감사함이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남편이나 친정엄마가 바쁠 때 아이를 돌봐주면 ‘자기 자식을 돌보는 건 당연한 것 아니야’, ‘친정엄마가 딸을 도와줄 수 있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신 덕분에 제가 불교대학도 다니고 봉사소임을 하는구나' 싶어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남편과 어머니께 하게 됩니다.
 

선유동 연수원 봉사, 오른쪽 두 번째 김미진 님
▲ 선유동 연수원 봉사, 오른쪽 두 번째 김미진 님

소임이 복입니다.

작년에는 경전반을 다니면서 불교대학 주간 담당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소임을 권하는 부총무님께 힘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 불교대학을 다니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맡았습니다. 한 명이라도 공부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고, 정말 어떤 날은 봉사자들만 법문을 듣는 날도 있었습니다. 입학생 네 명 중 한 명이 졸업했고 올해 졸업한 분이 불교대학 주간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주간 담당자로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거의 빠지지 않고 소임을 다 했는데 경전반 학생으로서는 일이 있는 경우 결석하기도 해 아쉽습니다.

올해는 불교대학 저녁 담당자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직장과 가정에서의 일로 지칠 때가 많아 아침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아 봉사하면서 정토회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법문을 들을 기회가 많아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이는 어떻게 길러야 하나?’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민은 법문을 들고 삶의 기준이 생기면서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당황하고 힘든 순간은 여전히 있지만 돌이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소임이 복이다’는 것을 몸으로 배웁니다.

경전반 졸업식에서, 오른쪽 첫 번째 김미진 님
▲ 경전반 졸업식에서, 오른쪽 첫 번째 김미진 님

인연닿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행복하게!

매주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복입니다. 법문을 들으면서 나를 돌아봅니다.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해서 힘들었구나’,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먼저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니까 상대방도 그랬구나’
‘남편도 아이들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며 따라오질 않는다고 화를 냈구나’
‘배는 물결 따라 흘러갈 텐데 조류를 거슬러 내가 끌고 가며 화를 내고 있었구나’

법당에 오면 마음이 편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도반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돌이킬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도 좋습니다. 인연 닿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어울려 살려고 합니다. 

‘인간은 왜 살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지?'가 아니라
‘오늘 눈 뜬 김에 산다.’
‘하루하루 인연 닿는 대로 산다.’
'남편 만나 아이 낳고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하루를 살겠다.’는 마음입니다. 

학창시절 열심히 살았고 대학 졸업 후에도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산다고 뜻대로 되는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둡고 불안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겠습니다. 인생의 의미 찾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정토회 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일등공신 친정엄마와 함께
▲ 정토회 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일등공신 친정엄마와 함께

 

글_김지해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통영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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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열기

참 복이 많으시네요
담임선생님 인연으로 정토회를 알게되었으니^^
잔잔한 감동 고맙게 잘읽었습니다

2019-05-06 21:40:49

김소순

담임선생님이 관세음보살 좋은인연되셨네요
대한민국에 법륜스님이 계셨어 너무 행복합니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2019-05-04 13:13:36

세명

내 마음이 이렇구나 하고 판단하지 않고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들었습니다. 수행담. 고맙습니다

2019-05-04 04: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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