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통영법당
우리의 이별방식

통영법당은 2011년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법당에서 유수스님을 모시고 개원 법회를 했습니다. 큰 법당 이전 염원으로 불사가 이루어져 2016년 2월 3일 새 법당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청정한 수행공간인 통영법당이 오프라인 시대를 끝내고, 2021년 2월 27일 온라인 개원법회를 열었습니다. 이젠 역사가 된 통영법당의 추억, 법당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마음, 개인법당에서의 수행 계획에 대해 정리불사 담당을 했던 정선옥 님, 신외숙 님, 이혜숙 님, 김희란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2021년 법당 정리 불사
▲ 2021년 법당 정리 불사

정리도 불사처럼 - 정선옥 님

2012년 통영법당 1회 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반에 입학하면서 불교대학 담당으로 봉사를 시작했고, 다음 해 총무소임을 맡았습니다. 당시 법당이 작아서 사이비 법당 같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더 큰 법당으로 이전하기 위한 불사를 하면서 불사 담당으로 동참했습니다. 새 법당으로 이전한 후에는 경남불교대학 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마산법당이나 타 지역 법당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법당에 대한 추억은 많이 없습니다. 이번 법당 마무리를 하면서 통영 법당의 개원 불사와 정리 불사까지 동참하게 된 셈입니다. 법당 정리의 기본 원칙으로 모든 물품은 선점하지 않을 것, 작은 물건 하나라도 보시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 모든 정리는 다 같이 할 것으로 정했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정리할 때도 불사하듯이, 한 분 한 분 맡은 바 책임을 다 해 주었습니다. 법당의 작은 물건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동참해 주어서 수월하게 정리가 진행되었습니다.

인테리어 원상복구에 대한 요구에 마음의 동요 없이 정확히 선을 그어 상대에게 전달한 것은 수행 덕이었습니다. 큰 갈등 없이 계약종료와 요구조건을 마무리하고, 수행의 바른 가르침을 실행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입니다. 마지막 청소가 끝나는 날 한 도반이 엎드려 법당 바닥을 정성껏 닦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텅 빈 법당에서 부처님 사진도 없는 벽을 향해 봉사자들이 다 같이 반야심경을 할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나만의 법당이 비공식으로는 1년 전, 공식으로는 올해 2월 27일 개원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아직은 자유로움 속에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른 길로 가다 보면 나만의 법당에서도 홀로 당당한 주인으로 설 날을 기대하며 부지런히 수행 정진 하겠습니다. 전국대의원, 통일특위구역장 소임을 각오하는 바 없이 맡고 있습니다. 정토회 10년 내공 덕으로 온라인 시대에도 항상 일이 주어지는 대로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 정선옥 님
▲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 정선옥 님

편하고 가벼운 정리 - 신외숙 님

2015년 사이비 같아 보이던 작은 법당에서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반에 다니면서 통영법당 총무소임을 맡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어 좌충우돌하며 혼자의 힘이 아닌 더불어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의 부족한 부분이 곧 장점이라고 여기며 도반들의 재능이 저의 재능인 냥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소임을 맡아 열심히 하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알아갔고 제 그릇이 많이 커졌음을 느낍니다.

법당을 정리하면서 모든 도반들이 동참해서 편하고 가볍게 같이 법당정리를 했습니다. 감성이 부족한 지 법당이 없어진다는 서운함 대신 적절한 시기에 법당을 정리할 수 있어 시원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올라오는 감정 없이 오로지 정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부처님 사진에 액자를 만들어서 개인 법당에 걸었습니다. 집에서도 기도 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 있어서 좋습니다. 여전히 산만함은 있지만 방문을 닫고 있으면 집중이 잘 됩니다. 온라인 진행을 해보니 학생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허술한 부분이 많음을 알아서 이번에는 스텝으로 참여했습니다. 주어진 대로 인연대로 잘 쓰이겠다는 마음입니다.

신외숙 님
▲ 신외숙 님

집 밥 같은 점심공양이 그립습니다 - 이혜숙 님

2017년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올해로 5년차 정토행자입니다. 아버지의 병고로 일주일에 한 번인 수업도 힘들어 과락을 하였습니다. 삶도 크게 변하지 않아 공부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총무님의 진심 어린 권유로 다시 입학해서 두 번째 들으니 법문이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친정어머니가 반찬을 해 주지 못해 집 밥이 그리웠던 때였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이 집 밥 같은 점심공양을 매번 해주었습니다. 점심공양 때 같이 나눴던 따뜻한 밥과 대화 덕분에 법당과 정토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불교대학 담당을 하면서 자주 법당에 나오니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혜숙 님
▲ 이혜숙 님

이번 법당을 정리하면서, 정신적 지주와 같은 공간인 법당이 없어지는 것에 서운함이 컸습니다. 법회 때 스님의 법당 정리 법문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할 시기가 왔을 때는 담담하게 법당 정리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담당들과 공간을 나눠 물품을 정리하여 나비장터를 운영하는 소임을 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자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일관성이 없다는 불편함이 올라왔습니다. 법당 일도 일상도 각자의 기준이 있는데 제가 하는 방식이 옳다고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다른 도반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빨리 알아차린 것은 꾸준한 수행 덕분입니다.

개인법당으로 전환하면서 법당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아들을 돌보며 소임과 수행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아직은 정토회 업무와 함께 집안일, 아이 돌봄을 하니 일상생활에 집중이 잘 안됩니다. 개인 법당에서의 수행 과제는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아이와 함께 할 때는 아이만 보고, 법회 들을 때는 법회만 듣기입니다. 현재 통영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으며 개편이 되면 주어지는 대로 인연 따라 봉사하겠습니다.

슬프고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 김희란 님

2018년 친구의 소개로 수요법회를 참석했습니다. 법문을 다 듣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누기를 하면서 펑펑 울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남 탓만 하고 살았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그 해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5명의 도반이 졸업했습니다. 졸업식 갈무리 시간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웠던 법당에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법당 정리를 하면서 한 구역 만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했습니다. 제 소임 날짜에 가 보니 제가 담당인 구역도 정리가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만 가서 봉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매일 나가서 틈틈이 법당정리를 하였습니다. 제 몫의 일을 다른 분들이 대신 하니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법당이 없어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분히 제 할 일을 하는 도반들의 모습을 보니 슬프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 학생들과 같이 봉사하면서 법당의 추억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도 법당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여서 감사합니다.

김희란 님
▲ 김희란 님

2020년 온라인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하면서 온라인 수업으로도 유대감이 생김을 경험했습니다. 법당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없어져도 통영법당은 영원할 것이라는 안심이 됩니다. 개인법당에서도 불교대학 입학 당시에 배웠던 법당예절을 지키며 집중해서 수행하고자 합니다. 전법활동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소임이 주어지는 대로 맡은 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여 정토행자의 일원으로 봉사하며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정리 후 빈 법당
▲ 정리 후 빈 법당

온라인개원법회
▲ 온라인개원법회


도반들의 통영법당과의 인연과 추억, 법당 마무리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정리 불사에 참석한 도반, 물품을 나눠 간 도반들 모두 봉사의 무게는 같습니다. 2월 27일 통영법당 온라인 개원법회에서 2011년 법당 개원부터 2021년 온라인 법당개원까지 통영법당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개원을 위한 불사 모습과 정리를 위한 불사 모습이 겹쳐집니다. 도반들로 가득 찼던 법당과 마무리 후의 불 꺼진 빈 법당도 겹쳐집니다. 간판이 내려지는 사진, 마지막 정리물품을 싣고 떠나는 트럭 사진도 떠오릅니다. 법당을 정리하며 아쉬워하고 슬퍼하기 보다 힘이 필요한 부분에서 모두 “예” 하며 가볍게 나서서 보탬이 되고 담담하게 보내주는 것이 우리 통영법당의 이별방식입니다.

글_정현경 희망리포터 (진주정토회 통영법당)
편집_권영숙(정토행자의 하루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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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저희 법당도 지금 한창 이별 작업중이랍니다. 강을 건넜으니 뗏목을 버려야겠지요. 추억은 마음 속에 간직하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2021-03-21 07:46:34

김태권

정리 불사의 감동이 느껴지고
온라인 개인법당 개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성불하십시오. () () ()

2021-03-18 06:37:02

나부터

말씀 감사합니다.

2021-03-17 06: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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